보통 치매는 65세 이상에서 빈발하는 것으로 알기 쉽다. 하지만 비교적 젊은 40~50대 연령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한다. 이는 노인성 치매보다 진행이 빠른 편이고, 인지기능 저하(기억력 감퇴) 외에도 언어·운동 장애 등 임상 증상이 다양하다. 따라서 신경학적·유전적 검사를 비롯해 뇌 영상 및 혈액 등으로 정확하게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세계 뇌 주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서 국내의 조발성 치매가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조발성 치매 환자는 2021년 기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8% 정도이며 최근 10년간 약 3.6배 늘었다. 게다가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환자들은 경력이 단절되고, 피부양자들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발성 치매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는 셈이다.
하지만 치매 관련 국내 연구는 대부분 노인성 치매에 치중돼 있어 조발성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역학 특성과 인구학적 통계 등이 확립돼 있지 않다. 정확한 특성 파악과 원인 규명 등으로 예방 관리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기반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부터 전국 31개 병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조발성 치매 환자 코호트 사업’(주관 연구기관 부산대병원)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 조발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엽 치매를 중심으로 400여 명의 환자들을 모집해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코호트 연구진은 조발성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를 새롭게 규명했다. 전두측두엽 치매의 한 아형 환자로부터 아직 밝혀진 바 없는 유전인자의 새 병원성 변이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한, 추가적인 유전자 스크리닝을 통해 서양인 환자에서 주로 발견되는 유전자 변이들이 한국인의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에서는 극히 드물다는 점을 밝혔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전두측두엽치매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민족적 또는 지리적 다양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인 특이 유전자 발굴이 중요하다. 조발성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유전적 특징이 뚜렷한 경우가 많은데, 현재 돌연변이가 확인된 다섯 가계의 가족 코호트를 구성해 추적관찰 중이며, 추후 확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