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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지나간 자리엔 동물도 있었다

반려동물…또 하나의 가족 <10>

  • 강민현 동물다큐멘터리영화 감독
  •  |   입력 : 2024-06-23 19:17:0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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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봄의 경북 울진은 지옥이 있다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처참했다. 봄이면 으레 발생하는 산불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사람이 사는 마을까지 불길이 번지자 그제야 심각함을 깨닫고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산불로 탄 나무와 고양이.
산불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한 많은 구호활동과 후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을 향한 구조와 활동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그런 사람과 함께 다니며 지옥 같은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동물과 그런 동물을 돕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1년 동안 기록했다.

산불의 시작은 ‘사람’이었다. 무심코 차에서 던진 담배꽁초로 인해 시작된 작은 불씨는 거센 바람을 타고 2만여 ㏊를 태우며 213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통계 이래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시작은 사람이었지만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건 동물이었다. 산에 살던 야생동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며 불길이 마을까지 덮치면서 주민이 피난을 떠난 사이 민가에 살던 개는 목줄에 묶인 채 집과 함께 불타 죽었다.

목줄을 풀어줬다면 살았을 개보다 고양이의 경우 더 피해가 컸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피해 달아나는 법을 몰랐고 그 습성으로 인해 불타 죽은 거나 크게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했다. 민가에는 개가, 마을 주변에는 고양이가, 산에는 야생동물 사체가 발견됐다. 산불 당시와 산불 이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던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을 잃은 동물을 위해서라도 산불 예방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산림청 같은 정부 기관은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산림의 특성과 거센 바람이 부는 봄철의 특성을 이해하고 연구해 효과적인 산불 예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대중 역시 산불에 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022년 울진 산불과 2023년 강릉 산불을 통해 산불이 야생동물은 물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까지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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