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만 보던 집게리아에서 패티를 뒤집으니까 진짜 비키니 시티에 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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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스폰지밥 25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즐기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박혜원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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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 2층 중앙광장. 이곳에 마련된 ‘스폰지밥’ 팝업스토어에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을 소재로 등장하는 캐릭터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수중 도시 ‘비키니 시티’를 구현해 만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25살을 맞이한 스폰지밥에게 메시지 보내기 ▷버튼에서 손 떼는 타이밍을 맞추는 우정테스트 ▷집게리아(스폰지밥이 일하는 햄버거집)에서 패티 뒤집기 게임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가 마련됐다.
그중 패티 뒤집기 게임은 중앙광장의 내벽을 둘러 긴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였다. 이 게임에서 구비된 모형 패티를 10초 이내에 다 뒤집으면 기념사진 촬영과 함께 우수 사원증을 받는다. “우와 성공했어!” 하며 박수를 치던 팀이 있는가 하면 “아, 1초 남기고 못 했어” 라며 실패의 쓴맛을 본 팀도 있었다. 하지만 실패의 안타까움도 잠시, 전시품들과 사진 찍는 재미에 하하호호 웃는 모습이었다.
팝업스토어는 웹페이지에 갑자기 나타나는 알림창(팝업)과 가게를 의미하는 스토어가 결합한 말로, ‘짧은 기간 운영되고 사라지는 오프라인 매장’을 뜻한다. 팝업스토어는 요즈음 유통가의 대세다. 과거의 팝업스토어가 제품 판매를 늘리기 ‘임시 매장’이었다면, 현재는 게임·포토존 등 직접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변화했다. 하나의 놀이공간으로 자리한 것이다.
이날 스폰지밥 팝업스토어를 찾은 임경헌(20대) 씨는 “판매하는 제품 중에 수세미를 기대하고 왔는데 물건이 다 퀄리티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며 “좋아하는 캐릭터의 경우에는 팝업스토어에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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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헬로키티 5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기 위해 백화점 개장 전부터 방문객들이 대기하는 모습.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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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밥 정도는 약과다. 지난달 19~28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진행된 헬로키티 50주년 팝업 행사에는 매일 약 200여 명의 고객이 ‘오픈런’에 나섰다. 폐점 시간까지 현장 대기가 이어지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헬로키티 팝업스토어 덕분에 정규 MD 등 주변의 상점 또한 매출이 배가량 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관계자는 “연초 시작한 아이돌 팝업을 연말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이달에는 오는 16일~25일 양파쿵야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며 “고객의 취향에 맞는 팝업을 지속 발굴하면서 팝업스토어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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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에서 열린 포켓몬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대형 피카츄 인형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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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롯데백화점(부산본점·광복점·동래점·센텀시티점)도 팝업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 지난 5월 1일부터 15일간 진행했던 ‘포켓몬타운’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길이 10m 규모의 피카츄벌룬 앞에 인증샷을 찍기 위해 많은 방문객이 줄지었다”며 “가족단위 고객을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들어 부산본점은 100여 개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진행했는데, 전국 핫플레이스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나 최신 트렌드를 부산에서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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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2일까지 삼정타워 투니크에서 진행 예정인 ‘개구리 중사 케로로’ 팝업 스토어 내부. 투니크 부산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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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 인기는 백화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면(부산진구 부전동)에 위치한 삼정타워 투니크에서는 지난 4일 ‘슈가슈가룬’ 팝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 팝업스토어를 개최해 부산점 단독 상품을 판매하며 손님을 사로잡고 있다. 광안리 밀락더마켓은 지난해 ‘짱구는 못 말려’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지난 5일까지 인기 캐릭터 ‘무너’ 팝업을 선보이는 등 유명 만화 캐릭터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를 꾸리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범위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넘어 음식, 아이돌(덕질), 드라마, 웹툰 등으로 더욱 확장하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은 백화점이라면 팝업스토어로 한 번쯤 선보여 봤을 유명 디저트다. 또한 뉴진스의 ‘파워퍼프걸’, 제로베이스원의 ‘제로니’, 스트레이키즈의 ‘스키주’ 등 아이돌의 IP를 재해석한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도 주목받고 있다.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 드라마는 인기에 힘입어 팝업스토어가 개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웹툰 ‘마루는 강쥐’의 마루, ‘냐한 남자’의 춘배, ‘망그러진 만화’의 망곰이 등 웹툰 캐릭터의 팝업스토어도 웹툰 팬의 사랑을 받았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는 유연하고 새로운 경험을, 브랜드에는 정식 오픈 전 시험적으로 운영할 기회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팝업스토어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유통가도 고민이 많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팝업스토어를 선정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 정보 수집과 트렌드 파악이 중요하다”며 “전국의 핫플레이스 내 브랜드를 확인하고자 시장조사를 다니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음식) 맛도 보고 현장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서 내부 회의를 거친 후 고객들에게 선보인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선제성과 타깃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유효성을 중점으로 주제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 팝업스토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킬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