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당조절 약제지만 시장서 외면
- 체중 감량 입증되며 품절대란도
- 장기복용·심혈관 질환 효과 장점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비만 치료제가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관심이 뜨겁다.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는 이 약제는 GLP-1로 불리는 호르몬이다. GLP-1은 원래 정상적으로 우리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현재 당뇨병의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인크레틴 가운데 GLP-1이라는 물질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비만 치료제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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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신대복음병원 내분비내과 김부경 교수가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
엑세나타이드(Exenatide)는 최초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GLP-1 유사체이다. 1992년 존 박사가 exendin-4의 혈당 조절 효과를 발견하면서 아밀린(Amylin Pharmaceuticals)이라는 제약회사가 이를 기반으로 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됐지만, 속이 더부룩하거나 구토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부작용이 훗날 이 계열의 약제가 비만 치료제로서 더 큰 자리매김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노보(Novo Nordisk)에서 인간 GLP-1을 기반으로 약물을 개발했다. 엑세나타이드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산을 부착한 인간 GLP-1 유사체인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가 탄생한 것이다.
사실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GLP-1은 생각보다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다. 환자들은 약제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느꼈고,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에 큰 장벽을 느꼈다. 그런데 2014년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리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본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미 식품의약국(FDA)은 리라글루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승인한다. 이 약이 바로 그 유명한 삭센다(Saxenda)이다.
흥미롭게도 GLP-1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일 때는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당뇨병 치료제인데, 살도 빠진다’고 하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비만 치료제인데 당뇨병 예방과 치료도 된다’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품절 대란까지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비만 치료의 새 시대가 열렸다. 이후 개발되는 모든 비만 치료제는 GLP-1을 기반으로 한 약제들이다.
GLP-1을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가 각광을 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 때문이다. 삭센다의 경우 SCALE 연구에서 5% 이상 체중 감량에 도달한 환자가 63.2%에 달했다. 둘째는 이 계열의 약제들은 장기간 사용의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전의 비만 치료제들은 대부분 향정신성 의약품이었다. 이와 달리 인크레틴 기반의 약제들은 애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므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비만 치료제 중에서도 2010년 시부트라민이라는 약제가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을 이유로 갑자기 사용이 중단된 적이 있다. 식욕 억제를 기반으로 한 모든 비만 약제를 중단하면 비로소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위험이 있으므로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예가 많아 GLP-1의 장기간 사용 관련 안전성과 심혈관 질환에 대한 이점은 매우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