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문이 아예 없이 태어난 고위형
- 3단계의 까다로운 수술로 치료
- 추적관리도 최대 20년까지 걸려

갓 태어난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져 의료진의 전반적인 검사를 받는다. 이때 산전 진찰에서 확인할 수 없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신체적 문제점이 뒤늦게 보이기도 한다. 우선 확인하는 부분은 눈 코 입 귀 손가락 발가락이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항문 존재 여부이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항문이 없는 경우를 항문폐쇄증(쇄항)이라고 한다. 항문폐쇄증은 선천성 항문·직장 기형의 한 형태로, 신생아 5000명 중 1명꼴로 발견된다. 남아(58%)가 여아(42%)보다 더 확률이 높다. 항문이 막혀 있으면 태변을 배출하지 못해 배가 부풀어 오르고 복통이나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좋은문화병원 소아외과 조용훈 부장의 도움말로 소아 항문폐쇄증에 관해 알아본다.

좋은문화병원 소아외과 조용훈 부장이 항문폐쇄증 수술 후 배변 조절 기능 평가를 위해 환아를 추적 진료하고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고위형, 항문 만드는 어려운 수술

최근 출생 직후 항문이 없는 신생아가 좋은문화병원으로 전원됐다. 항문폐쇄증은 흔히 척추, 신장 등 다른 장기와 함께 기형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각종 검사 결과 동반 기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문폐쇄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수술적 처치가 필수다. 괄약근 형성이 모두 정상인 저위형(항문의 위치가 비정상적인 곳에 있는 예)은 회음부를 통해 항문 모양만 바꿔주는 항문성형술이라는 간단한 수술을 하면 거의 정상적인 항문 기능을 갖게 된다. 남아는 생후 바로, 여아는 3개월 전후로 하면 된다.

이와 달리 항문이 아예 없는 고위형은 여러 단계로 나눠 수술을 시행한다. 궁극적으로는 없는 항문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매우 까다로운 수술이다. 좋은문화병원 조용훈 부장은 “고위형 수술은 없는 부분을 새로 만들고 그 형태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완벽하게 갖추도록 해야 하므로 어렵고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고위형 치료는 보통 3단계 수술로 진행된다. 우선 출생 직후 장루(대변주머니) 설치 수술을 한다. 태변 배설이 불가능하므로 배변 우회를 위해 필요하다. 체중이 5㎏ 정도 넘어서면 2차 수술로 새로운 항문을 만들어주는 ‘항문·직장성형술( Pena 수술)’을 한다. 이후 항문 확장( Hegar 확장술)을 시도한다. 새로운 항문이 조금씩 넓어져 일정 크기로 유지되면 3차 수술로 대변주머니를 제거하고 모든 장을 연결하는 ‘장루복원술’로 마무리한다. 단계별로 간격을 두고 진행하는데, 보통 6∼8개월 걸린다.

고위형 수술은 무엇보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이어서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많은 의료진의 협업이 필수다. 소아외과뿐만 아니라 신생아·소아과와 마취과 의료진, 수술실 팀, 신생아·소아간호사팀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수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환자 처치가 이뤄져야 한다.

■ 배변훈련, 저위형도 6∼7년 소요

수술 후 추적 관리도 필요하다. 수술 후 외래 추적 진료를 시행하며 스스로 변의감을 느끼며 배변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변비나 변실금을 동반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관찰을 통해 정상적인 배변 활동의 평가를 한다.

고위형은 단순히 기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변을 조절하는 기능도 없이 태어난다. 따라서 수술 후 그냥 두면 100% 대변을 가리는 기능을 배울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절한 훈련을 시켜 변을 가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저위형은 보통 6∼7년, 고위형은 10년에서, 길게는 20년 걸리기도 한다. 배변 활동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추적 관리는 중단한다.

소아의 항문·직장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선천성 기형에 대한 수술 및 처치에서 중요한 점은 소아외과 의료진과 환아 부모와의 상호신뢰 관계, 즉 라포(rapport) 형성이 핵심이다. 이 점을 조금이라도 간과하면 부모와 의료진 간 긴밀함 부족으로 치료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술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의술임에도 출생아 급감으로 의료 현장에선 기피 현상이 빚어지는 점이다. 전국적으로도 소아외과 전문의가 갈수록 줄어들어 ‘씨가 마른다’. ‘멸종위기종’이라는 얘기마저 들린다. 치료 받을 환자 자체가 급감하니 병원에서는 ‘돈’ 안 되는 소아외과 전문의의 투입을 꺼린다. 게다가 소아외과 의사가 일반외과 진료와 시술을 많이 하는 까닭에 그 정체성도 위협받는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턱없이 적어 24시간 ‘콜’을 받아야 하는 ‘극한직업’이기도 하다. 대한소아외과학회에 의하면 소아외과 분과전문의는 현재 정회원 기준으로 59명. 부산 울산 경남에는 총 9명(부산 5, 경남 3, 울산 1)이 있다. 좋은문화병원 조용훈 부장은 “좋은문화병원은 부산 울산 경남의 일부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고 소아 항문폐쇄증 수술을 시행하는 유일한 종합병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