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몇 없는 소아심장전문의
- 수술 난도 높은데 수익성 낮아
- 의료진 열정으로 명맥 이어가
- 정부 체계적인 지원·관심 절실
수술실의 문이 닫히면 세상은 잠시 멈춘 듯 조용해진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싸움이 시작된다. 손바닥보다 작은 가슴을 열고, 지름 몇 밀리미터의 혈관을 연결하는 일. 그 한 땀 한 땀은 생명과 시간, 그리고 의사의 집중력이 맞닿는 경계 위의 작업이다. 이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 번 긴장과 고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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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형태 교수팀이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의 수술은 단순한 의학 기술이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예술이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의 심장은 연약한 두부처럼 부서지기 쉽고, 혈관은 실처럼 가늘디 가늘다. 수술실 안에서는 때론 숨소리조차 신중해진다. 아이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기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간호사, 체외순환사, 외과의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이렇게 치열한 현장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 전국적으로 소아심장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수련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줄어들고, 그나마 남은 의사들마저 밤낮 없이 당직을 서며 버티고 있다. 환자 수는 많지 않지만, 수술의 난도는 가장 높다. 생명을 살려도 박수는 잠깐이고, 실패의 무게는 뼈에 사무치도록 오래 남는다. 그래서 젊은 의사들이 이 길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에서 아이의 심장이 다시 규칙적으로 뛰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모든 피로가 녹아내린다. 부모가 두 손을 잡으며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고 말할 때,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숨을 쉬고 웃는 모습을 볼 때, 그 짧은 순간이 나의 긴 밤을 견디게 해준다. 나에게 소아심장수술은 단순한 업무가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자 내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심장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생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우리가 치료하는 것은 단지 한 명의 환아가 아니라, 그 아이의 미래와 가족의 삶 전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정하다. 소아심장수술 분야는 낮은 수익성과 인력 부족,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문제가 되는, 낮은 출산율로 말미암은 환자의 감소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소아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정부 지원 역시 성인 환자 중심으로 설계된다. 이 분야를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의사의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사회의 체계적인 지원, 그리고 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
수술이 끝나면 불빛이 꺼진 수술실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스스로에 묻는다. ‘나는 왜 이 길을 선택했고, 걷는가’라고. 대답은 단순하다. 누군가의 아이가 다시 숨 쉬고,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한 명의 생명을 위해 다시 다음 수술을 준비한다.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의 길은 외롭고 험하다. 그러나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심장혈관흉부외과의 손끝에서 이어지는 생명의 맥박은 오늘도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작은 심장들이 다시 세상과 이어지도록, 꺼져가는 불씨를 지키는 우리의 싸움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