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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체증과 초기증상 비슷한 협심증…식은땀·방사통은 심장 ‘구조신호’

심혈관질환

  • 조길현 메리놀병원 심장내과 과장
  •  |   입력 : 2026-02-09 18:36:0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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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장·심장은 가까운 이웃 기관
- 정확한 통증 발원지 뇌가 착각
- 힘쓰고 찬바람 쐴 때 통증 주의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철이나 밤낮의 기온 차가 급격한 환절기가 되면 병원 응급실과 심장내과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혈관은 체온 유지를 위해 수축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하는 데 더 큰 힘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평소 혈관 건강이 좋지 않은 이에게는 이러한 계절적 변화가 심장혈관을 막히게 하는 결정적인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조길현 메리놀병원 심장내과 과장이 혈관촬영실에서 시술하고 있다. 메리놀병원 제공
흥미로운 점은 응급실을 찾는 심혈관질환 환자 중 상당수가 초기에 자신의 병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슴을 부여잡기보다는 명치를 문지르며 “체한 것 같아서 위장약을 먹었는데 통 낫질 않는다”, “명치끝이 타는 듯 아프다”고 호소한다. 문제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중증 심장질환의 초기 증상이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같은 소화기질환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체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소화제에 의존하며 경과를 지켜보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정밀검사를 받아본 결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혈관질환으로 밝혀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다.

위장과 심장은 신체 구조상 층간 소음이 들릴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다. 식도는 심장의 바로 뒤에 위치하며, 두 장기 모두 미주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이 때문에 뇌는 통증의 정확한 발원지를 혼동하기 쉽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위장이 아픈 것처럼 느끼는 ‘연관통’이 발생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착각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즉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식도염과 심장 질환은 어떻게 구분할까. 가장 큰 차이는 ‘통증의 성격’과 ‘발생 상황’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발생하므로 주로 식사 후나 누웠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가슴 정중앙이 ‘타는 듯한’ 작열감이 특징이며, 물을 마시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은 심장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심장이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 즉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짐을 들 때, 혹은 갑자기 찬 바람을 쐴 때 가슴 중앙에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마치 무거운 돌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묵직한 통증이다.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면 협심증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의해야 할 위험 신호는 ‘식은땀’과 ‘방사통’이다. 속이 불편하면서 동시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거나, 가슴의 통증이 왼쪽 어깨, 팔, 턱 밑으로 퍼져 나간다면 이는 단순한 체증이 아니다. 이는 심장이 보내는 강력한 구조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거나 고령층은 통증 감각이 둔해져 전형적인 가슴 통증 대신 체한 듯한 답답함만 느끼는 ‘무통성 심근경색’이 올 수도 있다. 이때 손가락을 따거나 소화제 등 위장약 복용하며 단순 위장증상으로 판단하고 시간을 지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가 애매하다면, 스스로 진단하려 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소화제 등 위장약은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속쓰림 뒤에 숨은 심장의 경고, 가볍게 넘겨선 안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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