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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의 한방 이야기] 지쳐가는 우리 뇌, 잠시 쉬자

  • 김주현 웅진한의원 원장
  •  |   입력 : 2026-03-02 18:34:2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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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료실을 찾는 30, 40대 젊은 층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하소연 중 하나는 “저 혹시 치매 아닐까요?”라는 걱정 섞인 질문이다. 방금 하려던 말이 입가에서 맴돌고,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도 행방을 찾으며, 중요한 업무 미팅을 깜박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느끼는 공포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영츠하이머(Youngzhiemer)’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노인성 치매와는 결이 다르지만, 분명 우리 뇌가 보내는 간절한 구조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신해 모든 것을 기억해주는 2026년의 오늘날, 역설적으로 우리의 뇌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지쳐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건망증을 대개 정보의 과잉과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심비양허(心脾兩虛)’의 관점으로 풀이한다. 정신 활동을 주관하며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는 ‘심(心)’의 기운이 과도한 불안으로 소모되고, 소화와 영양 흡수를 담당하는 ‘비(脾)’의 기능이 지나친 고민과 생각으로 상한 상태를 말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정보와 성과 압박 속에서 우리 심장과 비장은 영양 공급원을 잃고 말라간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탁해지고 기운이 부족해져 기억 회로가 일시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뇌세포의 완전한 사멸이라기보다는 과부하에 걸린 뇌가 잠시 파업을 선언한 상태에 가깝다.

특히 건망증이 심해질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머리가 무겁고 맑지 않은 느낌, 이른바 ‘브레인포그(Brain Fog)’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뇌 속에 쌓인 노폐물인 ‘담음(痰飮)’ 혹은 ‘어혈(瘀血)’의 문제로 본다. 맑은 물이 흘러야 할 길에 진흙탕이 고여 있으면 소통이 되지 않듯 혈액순환이 정체되면 뇌의 인지 기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때는 무작정 암기력을 높이는 훈련에 매달리기보다는 뇌를 둘러싼 순환 환경을 정화하고 뇌 근육의 탄력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뇌 근육을 깨우기 위해 일상에서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정수리 중앙의 ‘백회(百會)’ 혈자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백 가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의 이름이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이곳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려주면 뇌 혈류를 개선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머리가 무거울 때는 습기를 제거하고 기 순환을 돕는 진피차(귤껍질차)나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석잠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손글씨를 쓰거나 오감을 활용한 아날로그적 자극을 주는 것이 뇌의 피로를 푸는 최고의 보약이 된다.

결국, 건망증은 우리 뇌가 나빠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잠시 쉬어 가라는 몸의 간곡한 부탁이다. 우리는 근육을 키우기 위해 헬스장에 가지만, 뇌 근육을 위해서는 오히려 ‘비워내는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영양제 한 알에 의존하기보다 내 몸의 기혈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에 따라 머리의 열은 내리고 하체의 기운을 돋우는 한의학적 생활 습관을 들여보길 권한다. 맑은 정신은 결국 맑은 몸에서 피어난다. 오늘 나의 뇌는 안녕한지 잠시 눈을 감고 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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