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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준 좋은문화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이 간염 예방과 치료 등에 관한 설명하고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
- ‘건강한 보균자’는 위험한 착각
- 예고 없이 바이러스 재활성화
- 혈액·초음파 검사로 관리·예방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간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예방 및 치료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간염은 그 자체보다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탓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국내 간암 발생의 주원인인 B형 간염을 대하는 대중의 인식도는 여전히 낮다. 가장 위험한 착각은 ‘나는 그저 보균자일 뿐’이라는 안이한 믿음이다. 실제 의학 현장에서는 ‘단순 보균자’라는 용어는 이미 수년 전 퇴출됐다.
40대 직장인 A 씨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시절 B형 간염 판정을 받은 그는 20년간 자신을 ‘건강한 보균자’라고 믿어왔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간 수치도 정상이라 검진 결과만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최근 검사에서 혈액 속 바이러스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재활성화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간경화 직전 단계에서 발견돼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시작했고 현재는 안정을 찾았다. 만약 1, 2년만 더 방치했다면 회복 불가능한 간경화나 간암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활이었다.
B형 간염 보균자란 바이러스 감염 후 6개월 이상 항원이 사라지지 않은 ‘만성 B형 간염’ 환자를 뜻한다. 과거에는 바이러스 활동이 정지된 듯 보이면 ‘보균자’로 불렀으나 최신 의학계는 이를 ‘만성 B형 간염 비활동기’라고 정의한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일지 몰라도 바이러스는 간세포 내에서 미세한 염증 반응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가 ‘보균자’라는 말에 안주해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만, 바이러스는 간세포 안에서 조용히 증식하며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 국내 간암 환자의 10명 중 7명이 B형 간염과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다. 몸속에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
간염과 관련한 WHO의 2022년 통계는 충격적이다. 전 세계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2억5400만 명에 달하며, 매년 120만 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쏟아져 나오고, 매년 110만 명이 이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는다. 대부분 간경화나 간세포암으로 이행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임신을 계획 중인 가임기 여성에게는 엄마로부터 전달되는 ‘수직 감염’ 차단이 핵심 과제다. 과거에는 모태 감염으로 인한 가족력이 흔했지만, 현대 의학은 다행히 이 고리를 사실상 끊어냈다. 출산 직후 아기에게 예방접종과 B형 간염 면역글로불린 투여로 대부분 감염을 막을 수 있으며, 바이러스 수치가 높은 산모는 임신 3분기(24∼28주)부터 예방적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감염 확률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 B형 간염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B형 간염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이미 늦은 예가 적지 않다. ‘나는 술, 담배를 안 하니 괜찮다’는 것은 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핵심은 ‘6개월 주기의 추적 관찰’이다. 비활동기 환자라고 해도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혈액 검사와 간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 바이러스의 활동 여부와 간세포의 변화를 체크해야 간암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B형 간염은 불치병이 아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미 감염됐다고 해도 정기 검진을 잘 받고 관리하면 간경화와 간암을 충분히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