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배가 빵빵하고,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후가 되면 바지가 꽉 끼는 듯한 느낌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배에 가스가 찬 것 같아 방귀를 뀌면 조금 편해지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는 이러한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많은 이는 이런 증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배에 가스가 많이 찼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장에 가스가 많아져서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이 음식이나 가스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위와 장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아 내용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복창(腹脹) 또는 복만(腹滿)으로 표현한다. 배 속이 그득하고 답답하면서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상태다. 다만, 이를 단순히 가스가 찬 상태로만 보지 않는다. 음식물을 소화시켜 아래로 내려보내는 위와 장의 움직임, 몸속 기운의 흐름, 스트레스와 감정 상태, 몸이 차거나 습한 정도 등이 서로 영향을 주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해한다.
‘금궤요략’에서는 배가 그득한 증상을 별도의 병증으로 다루면서, 배가 불러도 눌렀을 때 크게 아프지 않은 때와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 때를 구분하였다. 또 배가 불렀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몸이 차고 허약한 상태를 고려하였다. 옛 의학에서도 ‘배가 부르다’는 한 가지 증상만 보고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지 않았다.
같은 복부 팽만이라도 언제, 어떻게 심해지는지를 자세히 살펴 원인을 구분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배가 더 빵빵해지고 트림이나 방귀를 뀌면 편해지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로 몸의 기운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간비기체(肝脾氣滯)를 생각할 수 있다. 식사 후 특히 심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경우에는 음식물이 잘 소화되지 않고 머무르는 식적(食積)이나 소화기능 저하를 고려한다. 배가 차갑고 묽은 변이 함께 나타나며 따뜻하게 해주면 편하다면 비위허한(脾胃虛寒)의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변비가 심하면서 배가 계속 팽팽하다면 장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치료 역시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기운의 흐름이 막혀 있는 경우에는 기운을 원활하게 소통시키고, 음식물이 정체된 경우에는 소화를 돕고 정체된 것을 풀어주며, 소화기가 약한 경우에는 소화기능을 보강하고, 몸이 차가운 경우에는 따뜻하게 하는 치료를 선택한다.
이처럼 한의학적 치료의 장점 중 하나는 같은 증상이라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개별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스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식사 습관, 배변 상태, 스트레스, 수면, 추위에 대한 반응, 복부의 긴장도 등을 함께 살펴 증상이 반복되는 배경까지 고려한 후 환자 개개인에게 맞추어 치료한다. 배가 자주 더부룩하고 빵빵한 것은 흔한 증상이지만, 흔하다고 해서 원인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평소 복부 팽만이 반복되어 식사나 일상생활까지 불편하다면 자신의 증상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맥진과 복진, 자세한 문진을 통해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배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제대로 살펴보는 데서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