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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진 동아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환자에 약을 투여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
- 약물에 방사성 물질 붙여 주사
- 암 있는 곳 보여주고 표적 공격
- 뇌질환·심장근육 검사도 가능
- 방사능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
‘방사선’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이 방사선은 몸속의 병을 찾아서 보여주고, 암세포만 골라 치료하는 데 쓰인다. ‘핵의학’이 하는 일이다.
핵의학의 원리는 단순하다. 몸속 특정 장기나 세포를 찾아가는 약에 아주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붙여 주사한다. ‘방사성의약품’이다. 약이 혈액을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여기에 붙은 방사성 물질이 마치 GPS 발신기처럼 신호를 보내고, 특수 카메라가 이 신호를 잡아 영상으로 만든다. CT와 MRI가 몸의 ‘생김새’를 보여준다면, 핵의학은 장기와 세포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검사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다. 많은 암세포는 빠르게 자라기 위해 정상 세포보다 포도당을 훨씬 많이 쓴다. 그래서 포도당을 방사성 물질에 붙여 주사하면 암이 있는 곳이 환하게 드러난다.
PET 검사는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였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파킨슨병에서는 움직임을 조절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심장 근육에 피가 잘 가는지, 뼈에 이상이 있는지, 갑상선이 제대로 일하는지도 핵의학 검사로 알 수 있다.
핵의학의 가장 큰 변화는 ‘보는 의학’에서 ‘고치는 의학’으로의 도약이다. 원리는 이렇다. 암세포를 찾아가는 약에 진단용 방사성 물질을 붙이면 암을 ‘찾아내고’, 치료용 방사성 물질로 바꿔 붙이면 암을 ‘공격’한다. 먼저 영상으로 환자의 암세포에 표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효과가 기대되는 환자에게만 치료하는 맞춤형 방식이다. 표적을 확인한 뒤 발사하는 ‘유도탄’인 셈이다.
갑상선암 수술 후 남은 갑상선 조직이나 암세포를 없애는 방사성요오드 치료는 80년 넘게 이어져 온 원조 표적 방사성핵종 치료이다. 최근에는 그 범위가 전립선암과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넓어졌다. 전립선암 세포 표면에는 PSMA라는 단백질이 많다. PET로 PSMA가 있는지 확인한 뒤, PSMA를 찾아가는 약에 치료용 방사성 물질인 루테튬-177을 붙여 투여한다. 약이 암세포에 달라붙어 바로 곁에서 방사선을 쏘아 암을 파괴한다. 신경내분비종양에서도 같은 원리의 치료가 쓰인다. 다른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알파선’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알파선은 에너지가 강하지만, 세포 몇 개 거리만큼만 날아간다. 그래서 암세포는 강하게 공격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핵의학 검사와 치료의 장점에도 방사선이 걱정된다는 이가 많다. 하지만 검사에 쓰이는 방사성의약품은 극히 적은 양이다. 또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방사능이 약해지고, 소변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물론 방사선 노출과 부작용의 정도는 검사·치료의 종류와 투여량,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방사성의약품을 더 적게 쓰고도 같은 품질의 영상을 얻는 방법도 도입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신호로 몸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학. 핵의학은 ‘방사선은 무섭다’는 편견을 넘어, 병을 더 일찍, 더 정확하게 찾고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