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워에서 CG 기술로 탄생한 용의 위용. 용이나 반지의 제왕에 나온 골룸과 같은 캐릭터가 화면에서 살아나려면 다양한 첨단기법들이 동원돼야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의 메인 카피처럼,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영상으로 재연되지 않는 게 없다. 충격적이고 화려한 영상들이 스크린은 물론 안방극장까지 점령하고 있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D-WAR)'가 국내외 스크린을 강타한 데 이어, CG영상을 활용한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TV에서 방영되기에 이르렀다. 환상적인 이들 화면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또한 CG영상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영화도시 부산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CG영상 상상이 현실로

우리는 지난 77년 제작된 '스타워즈' 이후 이른바 CG기술이 적용된 수많은 영화들을 봐 왔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연대기' 등 해외 필름을 보면서 CG영화에 매료된 바 있다. 최근 변신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는 다시 한번 현란한 영상을 관객들에게 선사했고, 심 감독의 디워는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했다. 지난주 개봉된 TV드라마 태왕사신기는 화려한 영상으로 고대의 전설을 판타지 풍으로 연출하면서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LCD나 PDP 같은 고화질 홈시어터 장치의 보급으로 가정이 곧 극장화되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광범위한 기술의 집적체, CG기술

CG영상은 첨단 과학을 매개로 한 IT기술의 총아다. 화려한 영상의 이면에는 수많은 영상·IT기술과 제작기법들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것이 가상의 캐릭터로 연기를 표현하는 디지털액터 기술. 디지털액터는 CG로 탄생한 디지털 배우를 통칭하는 용어다. 디지털 배우는 실제 배우와 구분되지 않는 정도이며 가상의 물체도 만들어낸다. 이때 그 캐릭터를 생명체로 탄생시키기 위해 수학 물리학 생물학 디자인 인문학 공학 광학 등 광범위한 과학원리가 적용된다. CG에서 예산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이른바 '군중 시뮬레이션'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 등에서 나타난 장면들이다. 수천, 수만 명의 군중이나 바다 위의 배들이 스펙터클하게 화면을 장식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온 골룸

골룸과 '디워'의 용

반지의 제왕에 나온 골룸이란 캐릭터를 보자. 인간보다 작은 괴수가 마치 인간처럼 행동한다. 팔다리의 동작은 물론 얼굴표정 입모양까지 완벽하다. 골룸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기술이 적용된다. 우선 모션캡처란 기술이 있다. 골룸의 전체적인 동작을 정보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골룸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어 내려면 장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동원돼야 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얼굴표정을 표현하기 위한 '페이셜(facial) 애니메이션' 기법, 뼈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디지털 스켈레톤'(skeleton)', 머리카락 움직임을 표현하는 '헤어 시뮬레이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기술들이 적용됐다.

영화 디워에서 용의 제작도 골룸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한 기법들이 동원된 것은 물론이다. 용이 살아난 과정을 개략적으로 짚어보면, 우선 적당한 크기의 용을 클레이(흙)로 만든 뒤 재질과 색을 입혀 캐릭터 디자인을 완성한다. 그후 컴퓨터로 용을 모델링한 후, 움직임을 주기 위한 리깅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 골룸에서와 같은 다양한 기법들을 적용하여 마치 살아있는 듯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또 태왕사신기에서 주작이 불꽃을 내뿜으며 날아다니는 것은 이른바 '파티클 기법'이 적용된 결과이다.

영상 합성기법

이처럼 CG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동원되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크로마키를 활용한 영상 합성기법이 있다. 예를 들어 슈퍼맨이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다 갑자기 정지하는 장면을 보자. 슈퍼맨 연기자는 홀로 허공에서 팔을 흔들고 온갖 표정을 짓는 장면을 크로마키를 활용해 배경을 빼고 카메라에 담는다. 후에 하늘을 나는 배경화면과 일치시켜 합성한다.

천문학적인 돈, 왜

CG영화를 제작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디워를 제작하는 데 700억 원이 투입됐으며, 이 중 CG작업에만 400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도 제작비 1500억 원 중 1000억 원이 CG기법에 투입된 자금으로 알려졌다. 태왕사신기는 300억 원이 들었다.

이처럼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이유는 많은 시간과 고성능 제작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용이나 골룸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보듯 한 장면을 만드는 데도 수많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오랜 기간 작업해야 한다. 디워는 6년, 태왕사신기는 3년 걸렸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후반기 작업에도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된다.

미래의 영상은

CG의 발달은 결국 상호 작용이 가능한 가상현실을 지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CG가 시각효과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지각 촉각에까지 영향을 미쳐 초현실적인 상황을 창출해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특수장갑을 통해 다양한 촉각을 경험할 수 있고, 특수안경을 끼면 상상의 세계를 구경하게 되는 식이다. 궁극적으로는 기계를 뒤집어 쓰기만 하면 상상의 세계가 현실처럼 느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가상현실 속에서 옛 친구를 만나볼 수도 있고, 사이버섹스도 가능하게 된다. 다만 가상현실이 언제 도래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영상·IT의 도시 부산

부산은 영화·영상의 도시이다. 우선 부산대학교는 영산대 동의과학대학과 공동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원하는 차세대 영상·IT 전문인력 양성 사업단을 유치했다. 이 사업단은 지난 1일 정식 출범했다. 각 대학의 전기 전자 영화·영상, 디자인, 연기·연출, 패션, 애니메이션 등 영상과 IT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이 분야 전문가들을 배출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내며, 산학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성대와 동서대에도 영상·IT분야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학과나 학부를 운영하고 있다. 경성대는 디지털콘텐츠학부, 동서대는 영상애니메이션학부가 있다. 두 대학은 연극 영화 등 공연분야의 학과도 개설하고 있다.

도움말=부산대 김성계(시각디자인) 교수, 부산대 영상·IT전문인력양성사업단 차경환(컴퓨터그래픽) 교수

# 드라마 '태왕사신기' 컴퓨터 그래픽 이전과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