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사테크가 만든 한국형 애완견 로봇 '제니보'.

'로봇과 인간의 사랑'이 가능할까.

지난 2000년 개봉된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에서 주인공인 로봇 앤드류는 지능과 호기심을 지닌 로봇으로 등
장한다. 가사도우미로 구입한 로봇이 그 집 주인 딸을 사랑하게 된다는 스토리다.

현실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이야기지만, 우리생활 속에도 로봇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른바 정부의 국민로봇사업이 진척되면서 로봇들이 하나씩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다.

앤드류 같은 로봇의 탄생이 미래엔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누리마루에 로봇 등장

"여기는 누리마루입니다. 지난 2005년 부산에서 개최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이 회의를 연 곳이지요. 누리마루는 대한팔경의 하나인 해운대의 동백섬에 위치한…"

오는 11월초 문을 여는 해운대 누리마루의 'APEC 기념관'에 이른바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로봇이 등장한다. 이 로봇은 누리마루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같은 안내 멘트와 함께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190㎝의 큰 키에 110㎏의 몸무게가 나간다. 바퀴가 달려 있어 스스로 이동한다. 가슴에는 15인치 모니터가 달려 있다. 터치스크린과 사인보드 카메라 전화기 음성인식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머리 위에는 19인치 모니터가 장착됐다. 광고와 공지사항이 반짝거리며 들어온다.

로봇들이 몰려온다

정보통신부는 URC로봇에 대해 'IT기술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하며, 나에게 필요한 로봇'이라고 정의했다. 바로 생활로봇이다. 정통부는 URC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지난 2005년 '국민로봇사업단'을 발족, 로봇 사업을 시작했다. 1기 사업이 마무리된 데 이어, 올해 3월 2기가 출범했다. 2기에는 모두 3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시회나 행정기관에서 각종 안내를 맡을 '안내 로봇 '.

누리마루에 설치된 안내로봇도 KT로봇컨소시엄의 (주)로보테크사가 개발했다. 이 회사는 부산기업이다. 이런 안내로봇은 누리마루 외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대전시청 등 전국 7개 기관에 파견된다. 안내로봇과 거의 같은 시기에 ED사가 제작한 외식도우미 로봇의 시범서비스가 실시된다.

외식도우미 로봇은 11월초 외식업체인 VIPS(빕스)에 3대가 시범 설치된다. VIPS는 시범실시후 전국 매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URC로봇이 올 연말까지 모두 11종 선을 보인다. 국민로봇사업단 측은 오는 12월 중순께 시제품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5종이 추가로 출시된다. 가격도 10만원대의 조립형 장난감 로봇에서부터 200만~300만원대 가정·보안용 로봇까지 다양하다.

생활속 다양한 활용

교육용 로봇은 이미 올해부터 일부 상용화의 길에 들어섰다. 국민로봇사업 참여 업체인 유진로봇과 다사테크 이지로보틱스 등 3개사는 유아교육전문기업인 한국몬테소리에 교육용로봇 '아이로비큐'를 연말까지 5000대 공급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동화구연 영어학습 동요부르기 홈모니터링 등 다양한 교육·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치원 보조교사 역할을 한다.

다사테크가 만든 애완용로봇 '제니보'도 이미 100대가 몬테소리에 공급됐다. 이 로봇도 유치원에 보급돼 교육 및 놀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통부가 국민로봇사업을 시작하면서 내건 목표는 '2020년에 1가구 1로봇 시대의 실현'이다. 현재 진행중인 2기에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국민로봇 상용화를 구현하는 데 있다. 아마도 청소에서부터 보안 경비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속에 로봇들이 하나씩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로봇사업 참여 업체인 유진로봇과 다사테크 이지로보틱스 등 3개사가 연말까지 한국몬테소리에 5000대를 공급할 예정인 교육용 로봇 '아이로비큐'.

현재의 기술력은 어디인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의료 군사 우주 해저 산업 등의 분야에선 이미 로봇들이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내고 있다. 그 기술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생활로봇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가.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의료 군사 우주개발용은 가격이 수십억~수백억 원을 해도 구매력이 있다. 하지만 생활속의 로봇은 가격이 싸고 사용하기에 편리해야 한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청소기의 가격이 고도의 기능을 가졌다고 해서 1000만 원 한다면 아무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싼 가격에 편리한 상품을 제작하는 데 있다. 정통부가 추진중인 국민로봇 사업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말해 로봇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에 와 있지만 상품화에는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부산에선 제대로 하나

부산의 여건은 나쁘지 않다. 창원에 국내 최대의 기계공단이 들어서 있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이, 거제에는 세계적인 조선소가 있다. 부산에도 르노삼성자동차는 물론 조선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즐비하다. 특히 부산대는 1970년대 말부터 정부차원에서 기계공학이 특성화 파트로 육성되기도 했다. 부산과 주변지역에 관련 산업기지와 풍부한 인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부산에선 로봇산업이 크게 앞서 있지 않다. 기업중에는 누리마루의 로봇을 제작하고 있는 (주)로보테크와 (주)SP시스템이 로봇을 생산하고 있고, 대홍전력 한국LPS 동일파텍(주) 등이 로봇 제작에 나서고 있는 정도이다. 이밖에 기계 조선 분야의 10여개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미래의 생활상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우리생활속에 파고드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선 가정에서 청소 요리 경비 등은 로봇의 몫이 된다. 가사도우미 로봇이 모두 해결한다. 로봇도 기능에 따라 큰 가격차가 날 수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고도의 기능을 가진 로봇을 구입할 것이다. 공장도 모두 무인시스템으로 가동된다. 사람은 판단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아울러 거리청소나 전동차 운전 등 힘든 일은 로봇이 맡는다. 다만 사람이 일할 곳이 없어짐에 따라 많은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시대는 언제쯤 올까. 전문가들은 향후 30년 뒤로 보고 있다. 2040년 전후다. 2050년에는 완성단계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적어도 이때가 되면 인간이 하는 기능적인 행위는 로봇이 모두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앤드류처럼 사랑을 하는 등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부산대 이장명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로봇의 기능도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 되고있다"면서 "조만간 로봇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협조=국민로봇사업단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도움말=부산대 이장명(인공지능)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