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도 PC도 없지만, 카카오톡도 쓰지 않지만 얼마든지 수다 떨 수 있어요'.
소셜 네트워크를 빼놓고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을 얘기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가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로 의사소통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이용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포유동물인 박쥐뿐 아니라 바닷속의 산호, 심지어 식물조차도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암컷 박쥐들 모여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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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나 침팬지, 돌고래와 마찬가지로 박쥐도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사진은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붉은박쥐. 국제신문DB |
인간을 비롯해 고등 포유류인 돌고래와 침팬지는 서로 교류하며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관계가 단체생활을 하는 박쥐에도 형성돼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박쥐들은 지금까지 가족끼리 모여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서 가족이 있더라도 암컷끼리 나이를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모임을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연구팀은 벡스타인 박쥐 암컷들이 가족 외에 다른 박쥐들과 만나 또 하나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고 영국 왕립학술원회보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박쥐들의 등에 칩을 달아 5년 동안 서식지 이동을 추적하고 2만 개 이상의 박쥐 서식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여러 가족으로 이루어진 박쥐 무리에서 이질적인 작은 그룹을 발견했다. 이 그룹은 나이나 가족과 상관없이 암컷들로만 이루어진 작은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인간은 대규모 무리 내에서 수시로 소규모 그룹의 구성원이 바뀐다. 이는 다른 포유동물도 마찬가지다. 박쥐도 대규모 그룹 내에서 소그룹은 일상적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암컷 박쥐들이 형성한 작은 그룹은 여러 박쥐 무리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관계를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호, 네트워크로 생태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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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해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
태평양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동부의 솔로몬 제도에 이르는 열대 해역은 산호 삼각지대로 불린다. 이 지역은 전 세계 산호의 3분의 1 이상이 사는 곳으로 600종 이상의 산호와 3000종 이상의 물고기가 살아 종 다양성과 생산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최근 호주 연구팀은 이들 삼각지대와 남중국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산호가 화학물질 분비를 통해 산호나 물고기 개체 수가 감소한 지역의 종을 보충해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호주 '산호초 연구센터' 연구팀은 산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산호 알이나 물고기 새끼가 감소한 지역을 서로 보충해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높인다는 것을 '지구생태학및생물지리학회'지 3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로 떨어진 지역에 있는 산호초들이 네트워크를 맺어 이동해온 어류나 산호가 적응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다. 또 산호 삼각지대 내에서도 해양생물의 이동이 활발했으며 산호나 물고기 개체수가 감소한 지역에 생물자원을 보충하는 역할을 산호초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도 미생물과 소통
올해 초에는 식물도 해충의 공격에 대항해 면역력을 높이려 뿌리 주변의 유용한 미생물을 유인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은 고추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잎사귀가 성장을 방해하는 해충인 온실가루이의 공격을 받자 전혀 다른 부위인 뿌리 주변의 유익한 미생물을 분비액에 포함된 유인 신호로 끌어들여 자체 면역력을 높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경우 온실가루이는 더는 고추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9년에는 식물과 식물 사이에 소셜 네트워킹이 일어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병원균에 감염된 식물은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 주위의 같은 종의 식물에 병원균 공격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화학물질에 의한 신호를 받은 주변 식물은 해당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이 같은 연구는 식물과 식물, 식물과 미생물 간에 '대화'가 존재할 뿐 아니라 이런 대화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