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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은 알고 있다, 생명탄생 비밀을

생명의 기원과 화산

1950년대 美 과학자 밀러, 원시대기 상태서 방전실험

생명체 생성 필수 아미노산 후대에 확인된 것만 22개

반세기만에 결과물 분석…화산 분출물 황화수소와 생명체 연관성 발견

  •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  |   입력 : 2011-03-30 20:55:5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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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은 원시 지구의 화산 분출물이었다'.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을까'라는 의문은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의 숙제였다. 그 해답으로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가설과 지구에서 탄생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특히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에서 원시 대기 중의 구성 성분들이 생명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한 조건을 제공했다는 가설은 1950년대 스탠리 밀러의 실험으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 연구팀은 지금까지 보관돼 온 밀러 실험 결과물을 최신 장비로 분석,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밀러의 1952년 실험 결과물 분석

1952년 미국 시카고대의 스탠리 밀러는 과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 중 하나를 실시했다. 그는 지구 탄생 초기의 원시 대기와 같은 조성의 기체(메탄, 암모니아, 수소, 수증기)가 가득 찬 플라스크에 당시와 비슷한 상황인 전기스파크 번개를 반복적으로 발생시켰다. 이런 상태를 1주일 동안 지속한 결과, 가스의 상당 부분이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필수적인 다양한 아미노산을 포함한 유기화합물로 전환됐다. 이는 지구 상에 생명이 탄생한 과정을 보여준 것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밀러는 같은 장비에 다양한 조성의 기체를 넣고 같은 실험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후 실험 결과물은 분석되지 않고 묻혔다. 밀러가 2007년 사망한 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밀봉돼 건조 상태로 있던 실험 결과물이 발견됐다. 미국 연구팀은 2008년 밀러의 미발표 초기 실험 결과를 분석해 보고했는데 반세기 동안 방치된 잔류물에서 22개의 아미노산이 확인됐다. 이중 10개는 1952년 실험 당시엔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카네기 과학연구소 짐 클리브스 박사 연구팀은 1958년 밀러의 실험 결과물을 분석한 자료를 PNAS 최신호에 실었다. 당시 밀러는 메탄과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혼합물을 넣고 전기 스파크를 일으켰다. 이 기체 조성은 초기 화산에서 분출된 기체와 유사해 1952년 실험 보다 원시 지구의 조건과 더 유사한 것이다.

연구팀은 1958년 실험 결과물을 당시보다 10억 배 이상 감도가 뛰어난 장비를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23개의 아미노산을 발견했는데 이 중 6개가 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들이 분석한 아미노산이 용기에 침투한 미생물이 아니라 실험에 의해 생긴 것이란 증거는 L형과 R형 아미노산이 같은 비율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L형과 R형은 광학적 이성질체로, 살아있는 세포는 L형 아미노산만을 만들고 이용한다.

■화산 분출물이 생명 기초물질로

1950년대 스탠리 밀러 실험의 결과물이 반세기만에 분석돼 생명탄생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사진은 방전실험을 하는 밀러의 모습.
연구팀의 분석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번에 발견한 아미노산 수가 1952년에 발견된 것보다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미 있는 것은 생물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작용을 하는 시스테인과 메티오닌 등 황을 포함하는 두 개의 아미노산을 새로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두 아미노산은 1952년 실험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 외에도 트레오닌, 류신, 이소류신을 발견했다. 이 또한 밀러의 방전실험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생물의 특정한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클리브스 연구팀의 분석에서 유기화합물이 풍부하게 발견된 것은 1958년 밀러가 사용한 기체에 황화수소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시 대기가 어떤 기체로 구성돼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 과학자는 화산 분출물이 대기에 황화수소를 공급했을 것이란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생명체 탄생 이전에 지구 상에 존재하던 화학물질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일부 과학자들은 생물이 화학적으로 활성이 있고 광물질이 풍부한 심해의 열수구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지구 초기 생명체를 이룬 화학물질이 밀러 실험과 마찬가지로 맹렬한 번개가 치고 수증기로 가득 찬 화산 분출물에서 생성되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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