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90> 일본 저탄소사회의 시나리오를 다시 생각한다(2)

도쿄 서부 가와사키 정유공장 부근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6년 3월 일본 정부는 일본의 장기 저배출 발전전략의 하나로‘2050년까지 온실가스 80% 감축’이라는 장기목표를 ‘장기 저탄소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5년 11월에 채택된 파리협정 발효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구체적인 온난화 대책을 내놓아야 했고, 이에 대응해 일본이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다.

2050년 이후의 저탄소사회를 위한 장기적 비전 설정을 위해 일본은 환경성 산하에 중앙환경심의회 지구환경부회 장기저탄소비전소위원회가 중심이 돼 모두 14차례의 회의를 통해 장기 저탄소비전을 정리했다.

이 ‘장기 저탄소비전’의 핵심은 지구온난화대책과 경제성장을 양립시키면서 장기적 목표로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다는 것으로 그 뒤 2016년 5월 일본 내각의 결정을 통해 나온‘지구온난화대책계획’에서도 밝히고 있다.

지구온난화대책계획은 근본적인 배출 감축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 기술의 개발보급 등 이노베이션에 의한 해결을 최대한 추구함과 동시에, 국내투자를 촉진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에게 널리 지혜를 구하면서 장기적, 전략적인 대응 속에서 대폭적인 배출 감축을 지향하며 세계 전체의 감축에도 공헌해 나가는 것을 지향한다. 한편 이노베이션에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사회시스템과 라이프스타일의 이노베이션도 포함되며, 기후변화대책은 이런 점에서 경제성장, 지방 상생, 저출산 고령화 대책 등 일본이 안고 있는 과제도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 ‘장기 저탄소비전’은 모두 6장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에서는 과학적 지식에 입각한 대응을 기본으로 하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실제로 관측되고 있는 과학적 사실로, 장래에 걸쳐서 생태계나 인간사회 등에 있어 불가역적인 리스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파리협정은 이러한 기후변화에 관련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른바 ‘2℃ 목표’와 세계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제로 제로로 만들기 등을 목표로 197개 국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카본버짓(탄소예산: 향후 전 세계적으로 누적된 양을 약 1조 ｔ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계적으로 탈탄소사회를 구축해가는 것이 기후변화대책의 근간이 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을 근거로 일본에서 달성해야 할 중기목표로 2030년도에 2013년도 대비 26% 감축을 내세우고, 장기적 목표로 2050년에 80%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대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2장에서는 파리협정에 입각한 세계의 조류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다. 파리협정에 의해 기후변화대책은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약속된 시장’이 창출되어 기업이 전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유망한 분야의 하나가 되었다. 예를 들면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2℃ 시나리오에서 전력 부문을 탈탄소화하려면 2016년부터 2050년까지 약 9조 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며, 건물, 산업, 운수 3부문의 에너지 절약을 달성하려면 2016년부터 2050년에 약 3조 달러의 추가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제3장에서는 일본의 당면한 경제·사회적 과제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다. 일본은 인구감소, 과소화,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제 재생, 지방이나 국제사회에서 여러 과제에 대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대응의 방향성으로서는 부가가치생산성의 향상인 ‘양에서 질로의 전환’, 지역 고유의 독자성 발휘나 소프트파워의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변화가 뚜렷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 있어 모든 분야에서 대변혁 가능성이 있는 ICT의 진전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제4장에서는 제1장부터 제3장의 사실관계를 감안하여, 탈탄소사회 구축을 내다본 장기적 감축을 위한 기본적 사고방식을 기술하고 있다. 우선은 기후변화대책을 계기로 한 경제·사회적 여러 과제의 동시 해결이다. 장래에 걸쳐서 거대한 ‘약속된 시장’에 대한 도전은 성장전략과 직결된다. 지역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기여하며, 기존의 전력계통에 자립 분산형 에너지가 추가됨으로써 재해 시의 대안이 되며, 지방 상생·국토 강화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기에 에너지 안전보장의 강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세계 제5위의 주요 배출국이자 선진 기술을 가진 일본은 국내에서 장기 대폭 감축 추진과 동시에 선진적인 기술·제품 등의 수출이나 ‘서플라이체인(supply-chain)’의 대응을 통해 세계 전체의 배출감축에 공헌할 수 있다. 일본 국내에서는 특히 민생부문이나 운수부문 등에서 대폭 감축 여지가 크고, 저탄소제품으로의 교체 촉진, 주택·건축물의 제로에미션화, 도시·지역구조의 변혁, 자립분산형의 에너지의 보급 등을 향한 대응을 다중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산업부문의 탄소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함으로써 저탄소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에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면서 장기 대폭적인 감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5장에서는 세계적으로 탈탄소사회 구축을 위한 그 중간 과정으로서 일본에서 2050년 80% 감축을 실현하는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기술하고 있다. ①철저한 에너지절약, ②재생에너지 등의 활용을 통한 전력의 저탄소화의 추진 ③전화(電化)·저탄소연료로의 이용전환이 대책의 중심이 된다. 예를 들면, 가정이나 자가용 등 국민의 생활에서 CO2배출량이 거의 제로가 될 것, 에너지공급은 9할 이상이 저탄소 전원(재생가능에너지, CCS 부착 화력발전, 원자력발전)이 될 것, 목재 등 지역자원·에너지가 활용될 것 등 2050년에 80% 감축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6장에서는 제5장의 모습의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성에 관해서 기술하고 있다. 기존기술, 노하우, 지식의 최대한 활용과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창출·보급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시책을 총동원해 나가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성이 된다. 장기 대폭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현행의 지구온난화대책계획에 근거하는 착실한 대처와 함께, 주요 시책의 방향으로는 ①세상의 모든 주체에 배출감축의 인센티브를 주고 시장의 활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저탄소기술, 제품, 서비스 등의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카본프라이싱(탄소가격화)이나 ②환경정보 정비·공개, 기술개발, 토지이용, 인재육성, 세계 전체의 배출감축에 대한 공헌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장기 대폭 감축을 향한 착실한 대응의 추진이 필요하다. 누적 배출량 관점을 감안하여 진척상황을 점검해 나감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배출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2015년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13.21억 ｔ이다. 이 중 에너지 기원의 CO2 배출량은 11.48억 ｔ이다. 이를 부문별로 보면 전기 열배분 후에서는 산업부문이 4억1300만 ｔ(약 36%)으로 가장 배출량이 많고, 업무 기타부문이 2억4900만 ｔ(약 22%), 운수부문이 2억1600만 ｔ(약 19%), 가정 부문이 1억8200만 ｔ(약 16%), 에너지 전환 부문이 8820만 ｔ(약 8%)이다. 또 산업부문 중 주된 다량배출업종으로는 철강업이 1억9000만 ｔ, 화학공업이 6700만 ｔ, 기계제조업이 4100만 ｔ, 요업 토석 제품제조업이 4000만 ｔ이다. 최근의 배출추세는 2000년대 초까지는 실질 GDP와 에너지 기원 CO2 배출량이 거의 비슷한 신장률을 보였다.

또 탄소 생산성(온실가스 배출량 당 GDP) 및 에너지 생산성(1차 에너지공급량 당 GDP)은 1990년대 중반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2000년경부터 저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한편 최근 3년 정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GDP가 성장하고 있는 ‘디커플링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은 파리협정을 바탕으로 중기목표로 2030년도에 2013년 대비 20~26% 감축을 달성목표로 삼는 동시에 장기적 목표로 2050년에 8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간 일본의 저탄소시나리오 계획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2007년 5월 당시 아베 총리는 ‘아름다운 별에의 초대(Inviｔaｔion ｔo Cool Earｔh 50)’에서 세계 전체의 배출량을 2050년까지 현재보다 반으로 줄이는 것을 전 세계의 공통 목표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 뒤 2008년 6월 당시 후쿠다 총리는 ‘저탄소사회 일본’을 목표로 2050년까지의 장기목표로서 당시보다 60~80% 감축을 내세웠고, 저탄소사회 만들기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2008년 7월 G8홋카이도 도야호서미트에서 2050년까지 세계 전체의 배출량을 반으로 줄이자는 비전을 세계에 내놓았다. 2009년 7월 G8라퀼라 서밋에서 당시 아소 총리는 2050년까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최소한 50%의 감축 달성을 모든 나라와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을 밝혔다. 그 뒤 2009년 11월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미일 공동 메시지에서도 2050년까지 배출량 80% 감축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사고로 일본을 둘러싼 에너지환경이 난제에 부딪히게 됐다. 그 와중에서도 일본은 2012년 4월 제4차 환경 기본계획을 통해 2050년까지 세계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모든 나라와 공유하도록 노력한다고 밝히고 장기적인 목표로서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의 배출감축 목표를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어 2013년 11월에는 ‘ACE:Acｔion for Cool Earｔh(아름다운 별에 대한 행동)’에서도 2050년까지 세계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반감, 선진국 전체에서 80%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리고 2015년 G7엘마우서미트에서는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신의 IPCC가 제안한 40~70%의 감축을 당사국과 공유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6년 5월 내각에서 결정된 ‘지구온난화대책계획’에서 2030년도에 2013년도보다 26% 감축이라는 중기목표를 내걸고, 장기적 목표로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의 경우 탈탄소사회를 확인한 2050년 목표 중 한명당 CO2 배출량은 약 2 ｔ이다. 현재 선진국이 제안한 장기 저배출발전전략을 보면 미국은 2005년 대비 80%이상 감축, 독일은 1990년 대비 80~95% 감축, 프랑스는 1990년 대비 75% 감축, 캐나다는 2005년 대비 80% 감축으로 돼 있어 일본이 내세운 목표는 글로벌한 것이다.

또 현재의 과학적 지식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정하는 ‘2℃ 억제’ 목표 달성가능성이 높은 배출시나리오는 세계 전체의 인위 기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40~70% 감축해 2100년에는 배출수준을 거의 제로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축수준은 세계적으로 일인당 연간 CO2배출량이 2050년에 1.4~2.8ｔ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그림1>이다.

<그림1> 일인당 배출량을 균등화한 경우의 필요감축량 세계와 일본 비교 <출처> 長期低炭素ビジョン, 環境省中央環境審議?地球環境部會, 2017.3. (장기저탄소비전, 환경성 환경심의회 지구환경부회, 2017.3)

일본 정부가 밝힌 ‘장기 저배출발전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것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 감축한다는 ‘장기목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냐 하는 것과 온실가스 배출자가 외부불경제(외부비용)를 부담하는 ‘카본프라이싱(탄소세나 배출권거래)’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환경중시파는 감축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생각하고 있기에 배출감축을 위해 배출권 거래시장 형성 및 카본프라이싱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반면 경제중시파는 기후과학에 따른 불확실성과 한계를 고려하면 감축 목표는 폭을 두고 해석해야 하고 기술진보와 국제공조 등 상황변화에 따라 대책을 바꿀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 카본프라이싱에서도 다소 소극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흐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선언과 더불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세를 비롯해 경제 사회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세제개혁을 적극 끌어내고 명실공히 국제적인 공헌을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