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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원의 시네 에피소드] 떠나야 할 사람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8 18:47:29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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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끝나는 시점부터 적어도 부산 영화계의 세력구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후임으로 지난 4년간 공동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맡아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그 자리를 이어가게 되었고, 부산영상위원회는 박광수 위원장에서 오석근 위원장으로 수장이 바뀌었다. 이 정도면 평화롭고 순조로운 권력 교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 영화계의 판도를 떠올려 볼 때 두 신임 위원장의 역할은 이전보다 훨씬 더 막중해졌다.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구세력 간의 갈등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난데없는 좌파 공세로 수난을 겪었다. 김동호 위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향후 영화제 측이 안게 될 심적 부담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농담으로라도 이 참에 부산영화제가 정말 왼편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증해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영화인들이 있다면 웃음거리가 될게 분명할 터였다. 이는 김대중 정권 이후 밀려난 영화계 원로 인사들이 MB정권에서 발언권을 갖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김지미 회고전'의 개최는 그런 정황에서 부산영화제가 취한 하나의 정치적 제스처이기도 하다. 대립각을 세우지 말고 신구 세대의 화해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하지만 김지미 씨는 그 회고전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영화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판을 깼다. 어느 보수신문과의 긴 인터뷰에서 십년 전 자신과 대립했던 영화계 개혁파 인사들을 '애들'이라 칭하며 그들을 '공산당'에 비유하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은 것이다. 올해 부산영화제 총평 기사에서 어느 인터넷 진보매체는 김지미 씨가 영화제에 짐 지운 과도한 요구들을 까발리며 "김지미 빼고 다 좋았다"고 썼다.

이번 주 월요일 휴대전화로 온 한 통의 문자 역시 지금 여기 영화계의 우울한 징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26일 개최 예정이었던 영화인 대토론회가 연기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영화인 대토론회'도 하나마나한 행사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여 '제대로 소통해보자'는 취지의 그 토론회에 주최 측인 문화부는 장관 사퇴, 유임 등으로 어느 누구도 자리하지 않고, 사퇴해야 할 조희문 위원장만 참석하여 온통 비난만 당하다 끝난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지난해 자료를 제출하여 의원들에게 호된 '얼차려'를 받고 쫓겨나다시피한 조희문이 아닌가.

이로써 정작 떠나야 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분명해졌다. 부산영화제 김동호 위원장이나 부산영상위 박광수 위원장처럼 만류에 만류를 거듭하는 데도 물러날 때를 계속 생각하던 이들과 비교할 때, 영진위 운영을 파탄으로 몰고 가면서도 자리지키기에 연연하며 치졸한 모습을 연일 선보이는 조희문 위원장과 신구 세대의 화해를 청하는 자리에 와서 거의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붓는 김지미 씨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누구이며 영화계가 정작 필요로 하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더 길게 역설할 필요가 있을까.

이용관 부산영화제 신임 위원장은 올해의 가장 큰 성과를 독립영화지원으로 꼽았다. 영진위가 직접지원을 전면적으로 포기한 시점에서 부산영화제와 영상위의 역할은 더 커졌다. 부산의 두 신임위원장에게 더 많은 기대를 품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평론가·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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