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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규 부산국제연극제 추진위원장이 토암공원에서 고추장을 덜어 비빔밥에 넣고 있다. |
"너무 많이 알려진 곳이라 이미 다른 명사가 소개했을 듯한데요."
김동규 부산국제연극제 추진위원장은 단골 음식점을 추천하면서도 이미 소개되지 않았을지 걱정부터 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곳은 기장 '토암공원'(051-721-2231). 신문에 소개되기는 했어도 명사 코너에서는 아직 소개가 되지 않았다고 하자 안심하며 약속을 잡았다.
약속한 날, 기장으로 달려가 도착해 보니 김 위원장이 먼저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산비탈에 서있는 '토암공원' 뒤로는 대변항이 보이고 있었다.
"지난 5월 열린 연극제에서 외국인들에게 소개해줘 인기를 끌었다"며 은근슬쩍 자랑부터 흘렸다. "음식 맛에 반한 브라질 사람들은 즉석에서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를 정도로 좋아했다"는 고소한 양념까지 보탰다.
김 위원장이 외국 손님들에게까지 이 음식점을 소개하기 주저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어릴 때 먹던 토종의 맛이 그대로 납니다. 가장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맛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가 즐기는 메뉴는 비빔밥. 하지만 접대를 해야 할 손님들을 데리고 올 때는 빈대떡, 보쌈, 비빔밥, 단팥죽을 주문한다. 각기 다른 메뉴지만 이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오면 코스요리가 따로 없기 때문.
"감쪽같이 코스요리 같잖아요. 다들 그렇게 알고 속곤 합니다."
비빔밥만 내오기 섭섭했는지 각종 음식들을 고루 맛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자랑하던 빈대떡과 떡잡채부터 상에 올랐다. 두툼하게 부쳐진 빈대떡이 먹음직스러웠다. 각종 야채와 잡채, 떡이 어우러진 잡채는 달짝지근하게 입맛을 당기게 했다.
"이 집에서 돼지수육을 빼먹으면 안되는데." 김 위원장은 이 집처럼 수육을 맛있게 삶는 집을 아직 못 찾았다며 수육도 불러들였다. 기대와 함께 큰 접시에 풍성하게 담긴 수육을 맛보았다.
깻잎지에 수육과 무말랭이, 마늘, 고추, 양파를 올려 입에 넣었다. 깻잎지의 향긋함에 구수한 수육의 조화가 오묘했다. 기자의 표정에 만족한 듯 그는 자신이 가장 즐겨 먹는다는 비빔밥을 청했다.
단호박 마늘장아찌 메추리알조림 콩나물무침 등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먼저 한상을 가득 채우더니 콩나물 고사리 호박 무나물이 담긴 비빔그릇이 올려졌다.
김 위원장은 "비빔밥이란 무릇 된장이 적당히 들어가고 좋은 참기름이 배합될 때 가장 훌륭한 맛을 낸다"며 밥을 비벼나가기 시작했다. 백김치 국물을 먼저 입에 삼킨 뒤 이런 꾸미지 않은 맛이 맘에 든다고 또 한번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백김치 맛 좀 보세요. 특별한 꾸밈이 없이 자연미가 묻어나는 것, 그런 게 고향의 맛이 아닐까요."
마지막에 나온 단팥죽이야말로 별미였다. 많이 달지 않았지만 초콜릿만큼 달콤한 맛을 선사했다. 갖가지 음식에 배가 불렀지만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한국 토종의 맛을 담은 밥상. 연극의 한길을 걸어온 그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한 열정만큼이나 담백하고 깨끗한 향이 전해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