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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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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
서산에 걸친 태양은 세상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노랗고 붉게 변한 하늘을 점점이 수놓는 새들의 날갯짓이 처연하다. 낙동강 물살을 건너온 소슬바람이 온몸을 훑고 간다. 늦은 오후의 제방 둑길에는 이미 가을이 저만큼 와 있었다.
어느 가을해넘이가 아름답지 않겠는가마는 강서의 해거름도 꽤 진귀하다. 그 가운데 낙동강 강줄기와 8차선 공항로 사이의 제방 둑길에서 만나는 가을은 서정 그 이상이다.
둑길은 구포다리부터 명지IC까지 12km. 거의 직선에 가깝게 낙동강을 따라 곧게 뻗어있다. 조붓한 둑길 위는 벚꽃나무와 배나무 가로수들이 촘촘히 심어쳐 운치가 그득하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가을 풀잎들도 공항로를 지나가는 운전자들을 매혹시킨다.
제방을 끼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둑길 위로 언뜻언뜻 뭔가가 스쳐 지나간다. 강서와 낙동강에 관련된 노래비와 시비들로 제방의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들이다
가장 먼저 이곳 출신인 작곡가 금수현의 '그네' 노래비가 금속 조형물과 함께 구포다리 인근에 세워져 있다. 다음으로 다목적운동장 입구에서 이은상의 '낙동강' 노래비를 만날 수 있다. 한참 지나 배재황의 '오막살이' 다시 이은상의 '고향길', 조지훈의 '완화삼'과 박목월의 '나그네' 등의 시비들이 차례로 고개를 내민다. 이주홍의 '엄마의 품'을 마지막으로 제방은 길을 닫는다. '나그네'의 시구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은 일몰 때 읽으면 시심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그밖에 독립유공자 조정환·이수강 선생의 흉상도 둑길에서 조우할 수 있다.
장장 12km의 곧은 둑길. 마라토너들이 가만둘 리 없다. 멀어지는 일몰을 배경으로 낙동강과 갈대숲을 끼고 땀을 흘리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다만 바닥이 시멘트로 포장되어 LSD(가벼운 마라톤)는 무리가 없지만 대회나 전력질주 때는 부상의 우려가 있는 것이 흠이다. 그 외에 강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나 산보를 즐기는 사람들도 제방을 아름답게 꾸미는 소품이 된다.
둑길을 쉬엄쉬엄 달리던 50대 초반의 어느 회사원은 "강, 석양, 그리고 물새 등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달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예찬을 쏟아 냈다.
제방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진객이 바로 철새떼. 강서의 낙동강 하구는 을숙도와 함께 이름난 철새도래지.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해마다 130여 종이 날아 든다. 초가을인 지금도 갈대숲 사이로 단아하게 서 있는 백로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김해공항으로 안착하는 항공기의 웅장한 몸체를 가까이서 올려다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글 = 장재건 기자 jjk@kookje.co.kr
사진 =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