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마시고 많이 마시게 되네요. 취임 2년여 만에 늘어난 건 주량만이 아닙니다. 체중은 더 불었죠."
부산의 향토기업인 대선주조에 몸담은 지 2년여를 넘긴 주양일 대선주조 대표이사. 직장이 직장인 만큼 술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8월 대표이사 취임 이후 어느새 '술꾼'이 되어버린 그가 자주 찾는다는 해장국집에서 만났다. 부산 동래구 수안동 금수복국 동래점(051-553-7700).
술 제조회사 사장은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실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첫 마디에 질문부터 던졌다.
"술 안마시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 될까요."
주량은 얼마나 될까. 살짝 웃으며 "소주 9병 정도"라고 답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인으로부터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는 게 낫겠다는 충고도 받고 있다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그런 주 사장은 "술을 팔아주는 이런 음식점들도 주요 고객이니 혼자 오더라도 술을 팔아주는 게 예의"라며 말 떨어지기 무섭게 복지리와 함께 시원소주 한 병을 시켰다.
자의든 타의든 술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그가 해장국집을 단골집으로 추천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독을 풀기위해 부산의 웬만한 해장국집을 두루 다녀봤지만 복만큼 시원한 음식이 없더라며 이 음식점을 즐겨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물요리는 부산이 서울보다 수준이 높잖아요. 특히 이 곳은 활복으로 요리를 해서 그런지 남다른 맛이 있습니다. 활복은 복중에서도 최고라고 하지 않습니까."
한창 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음식이 들어왔다. 탕과 함께 양파 미나리 김 등을 올린 복어회무침 등이 상에 올랐다.
뚝배기에 담긴 탕에는 하얀 미나리와 푸른 미나리가 주먹만한 고기와 함께 뜨거운 김을 내고 있었다. 탕의 국물을 한술 떴다. 복어 특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전해졌다. 입안이 개운해진 느낌이다. 복어살을 건져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쫀득한 살집들이 탱글탱글 씹혔다. 전나물 등 상에 놓은 찬도 풍성했지만 복어 외에는 사실 젓가락이 가지 않았다. 계속 먹어도 당기는 맛이었다.
"부드럽고 쫄깃하죠? 냉동복은 나무처럼 딱딱하고 팍팍한 느낌이 나지만 활복은 먹어보면 다릅니다."
시장에서 복어를 사다 직접 탕을 끓여먹을 정도로 복어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였다.
전날도 회식이 있었다며 연신 땀을 닦아가며 탕을 완전히 비워내는 주 사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술에 대한 철학이 궁금해졌다. 주 사장은 "세상에 몸에 좋은 술은 없다"고 단언하고 "인체에 가장 해가 덜가는 술이 가장 좋은 술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런 의미에서 증류주인 소주는 해가 적은 술에 속한다고 말했다.
주 사장은 식사자리에서 술 얘기만 해서인지 술에 덜 취하고 빨리 깨는 식품을 개발했다는 자랑도 했다. 한방재료를 넣은 요구르트인데 직원들과 실험을 해보니 확실히 효과가 높다며 내년부터는 판촉물로 소주 애용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귀띔했다. 밥 먹는 자리에서 술 얘기만 실컷 한 '묘한' 자리였다. 술을 밥 먹듯이 마시는 그에게 복(鰒)은 복(福)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