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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연산8동 '연산숯불갈비'

"연제구에서 우리 집 청국장 모르면 간첩일걸요"

  • 글·사진=이흥곤 기자
  •  |   입력 : 2011-02-10 18:56:4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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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못지않게 해물된장뚝배기(오른쪽)도 인기이다.
특정 음식이 이슈화돼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산케이신문 구로다 서울 지국장의 비빔밥 발언이 대표적 사례. 그는 "한국인의 식생활습관 중 하나가 뭐든 비벼 먹는 것"이라며 "예쁘게 차려진 비빔밥의 광고사진을 보고 먹으러 온 외국인이 이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놀라지 않으면 좋으련만 하는 염려가 든다"고 적었다가 혼쭐이 났다.

양두구육이란 표현은 비빔밥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표현이라 이에 대한 비난은 그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29년간 한국 특파원 생활을 통해 내로라하는 한국 전통 음식과 한국인의 식습관에 정통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보수 언론의 전유물인, 거두절미하는 맹목적 비난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한국을 먹는다'(2001) '맛있는 수다:보글보글 한일 음식 이야기'(2009) 등 한국 음식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낸 미식가이자 음식칼럼니스트이다. 차라리 한식 세계화를 한답시고 국민 혈세로 뉴욕에 한국음식점을 차린다는 방안을 내놓은 인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산숯불갈비의 대표 메뉴인 청국장.
최근에는 청국장이 스포츠면에 등장했다. 요즘 펄펄 나는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미국인 용병 에반 페이텍이 그 비결을 청국장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시큼시큼하면서도 고릿한 냄새로 대표되는 청국장. 소리소문없이 연산동을 넘어 연제구에서 이 집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문이 난 청국장의 명가 '연산숯불갈비'(051-866-5258)를 찾았다.

우선 식당 이름에 의문을 제기했다. 안주인 문정애(63) 씨의 답변. "저녁때는 돼지갈비와 삼겹살을 팔지만 점심땐 청국장(5000원)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고기는 팔지 않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천장에 메주가 볏짚에 묶여 반듯하게 매달려 있다.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 앞에 '수제'라고 적혀 있다. 경남 거창 출신인 문 씨는 20년 전부터 콩을 고향에서 갖고 와 청국장을 직접 만든다. "매년 10월 문중 시사 때 거창을 찾아 당숙모와 친구가 농사지은 콩과 고추 그리고 짚단을 받아옵니다."

안주인 문정애 씨.
간장 된장 청국장은 영업 후 밤늦도록 홀로 만들고 낮에는 주방에서 요리까지 한다. 볏짚으로 가지런하게 묶은 메주만 봐도 단번에 그의 솜씨를 짐작하고도 남겠다. 청국장 제조법도 전통적 방법을 고수한다. "삶은 콩을 짚단을 깐 대소쿠리에 넣고 따뜻한 방에서 이불을 덮어 콩이 검은색이 비칠 정도까지 띄우지요. 4~5일 걸리죠. 이후 소금을 적당히 넣고선 포대에 넣어 밟지요. 시골에선 절구로 찧지만."

문 씨의 청국장은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 우선 저항감이 없다. "이불 속에서 발효된 후 콩에서 진이 날 때 나무주걱으로 저어주며 김을 빼기 때문이지요"

한 숟가락만 떠먹어봐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담백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중독성도 있어 보인다. 풋배추나물이나 생미역무침, 물김치, 호박나물 등 밑반찬도 한결같이 입에 맞다. 손맛이 있긴 있나 보다. 해물된장뚝배기(5000원)도 맛있다. 오리 요리도 한다. 대신 생오리만 쓰기 때문에 전날 주문해야 한다.

연제구 연산8동 연천초등 입구, 또는 부산은행 연천지점과 동래농협 연천지점 맞은편에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연산동역에 내려 86, 87번 버스를 타고 경상대 후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점심시간 땐 미리 주문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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