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세상을 배운다.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감독은 단순한 이야기꾼을 넘어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감독에게도 깊은 가르침을 준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신작영화 '아이들···'은 이를 만든 이규만(40) 감독에게 세상을 반듯하게 볼 수 있는 혜안을 선사했다.
경성대에서 영화를 배운 이 감독은 1999년 단편영화 '절망'으로 제1회 영상대전 최우수상을 받고 평단으로부터 출중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007년 '수술 중 각성'이라는 색다른 소재의 미스터리 스릴러물 '리턴'으로 장편 데뷔를 하면서 기묘한 이야기 구조로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4년동안의 조사과정을 거쳐 한국 3대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아이들···'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전작 '리턴'에서처럼 운명적인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이 만드는 스릴러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비극,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다가온 비극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 내는 복잡한 이야기를 통해 구조화된 사회에서 겪는 개인의 모습을 관찰하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이 감독에게 구미가 당기는 소재였다.
"동네 아이들 다섯이 한꺼번에 사라졌습니다. 얼마나 비극입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찾기 위해 어른들은 보통 생각하는 윤리적인 기준을 넘나드는 일을 벌입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이야기고 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에너지가 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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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대 출신 이규만 감독- 온갖 소문에 상처받은 부모들의 아픔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
그러나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감독은 깜짝 놀랐다. "잔인하고 기괴한 사건인데, 남아있는 것은 아이들을 잃어버리 부모들의 상처뿐이었습니다. 취재에 들어갈수록 이 이야기는 잡으면 손이 댈 것 같았습니다." 대중성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영화에 포함시킬 수도 있었다. 잔혹한 장면을 더하고 기묘한 이야기 구조를 더 비틀면 관객 수를 늘이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때부터 원하는대로만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 대한 범죄와 그 여파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때문에 영화의 긴장감이 줄어들지라도 감독이 해야할 일은 뚜렷했다.
"실종 아동들의 부모들을 만나면서 더욱 분명해졌어요. 사람들이 호기심이나 흥미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여러 소문들이 부모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었습니다. 사건을 둘러싸고 아이들의 부모들보다 지적이고 발언권이 강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오명을 씌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상처받은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줘야겠다, 다 대변해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입장은 견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 감독의 생각은 영화를 벗어나 확장돼 갔다. "끔찍한 범죄가 있다면 분명 그 범인이 있겠죠. 범인은 살아있을텐데, 어느새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범죄에 공소시효라니요. 이래선 안 됩니다." 영화 제작진과 배우들은 현재 영화를 넘어 실종어린이 찾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감독은 만든 영화보다 만들 영화가 더 많은 젊은 감독이다. '아이들···'을 통해 배운 세상에 대한 섬세한 시각이 이어지는 차기작은 깊이가 더해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