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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브레이브(왼쪽), 킹스 스피치 |
오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상으로 노미네이트된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서두르고 있다.
작품상 수상작은 당대 할리우드를 대표해 대중 영화사의 기념비로 기록된다. 이 때문에 그 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작품은 언제나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받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할 영화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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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시간(왼쪽), 파이터 |
올해 작품상 후보작은 무려 10편. 이미 583만 명의 관객수로 지난해 한국 흥행성적 3위를 기록한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을 비롯, 섬세한 심리묘사가 이끄는 미스터리의 힘을 보여준 '윈터스 본'(감독 데브라 그레닉), 갈등하고 변화하고 있는 미국사회 단면을 날카롭게 반영한 '에브리바디 올라잇'(감독 리사 촐로덴코), 페이스북의 인기와 함께 기술사회의 이면을 들춰낸 '소셜네트워크'(감독 데이비드 핀처),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기록한 '토이 스토리3'(감독 리 언크리치) 등은 한국 관객들의 '심사'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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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스완 |
이외에 비교적 제작 시점이 늦거나 한국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영화들이 시상식에 맞춰 우리 극장가를 두드린다. 지난 17일 개봉한 '127시간'과 24일 극장 스크린에 오른 '더 브레이브'에 이어, 오는 27일 '블랙 스완'이 한국 관객들과 만나며 다음 달 10일에는 '파이터'가, 17일에는 '킹스 스피치'가 관객들의 티켓 구매욕구를 자극할 예정이다.
영상의 마술사로 알려진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127시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황량한 계곡에서 바위에 자신의 팔이 낀 사나이가 삶의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자신의 팔을 끊어낸 이야기다. 지극히 개인만이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의 시선과 환각을 미려한 영상으로 표현해낸 보일 감독의 영상미학이 돋보인다.
'더 브레이브'는 유쾌하게 영화적인 유머를 이끌어내온 코엔 형제가 만든 서부극이다. 부모를 죽인 악당을 처단하려는 14살 소녀가 연방보안관, 현상금 사냥꾼과 함께 복수의 길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과거 미국 서부라는 배경을 시대에 맞춰 꾸며놓은 것은 물론, 서부 총잡이의 사고방식까지 서사로 잘 녹여낸 것이 특징. 황무지에서 말을 타고 거니는 총잡이들이 보여주는 거칠지만 인간적인 면을 느껴보면 분명 새로운 서부영화라는 장르 전환을 체감할 수 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은 사이코 영화에 대한 시각 전환을 제시한다. 소녀들이 흔히 가지는 시기와 질투, 상승의지에 따른 권력욕과 처음으로 겪어보는 섹슈얼한 욕망 등이 점철된 발레리나의 세계를 그린다. 이제까지 인격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사이코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서술했다면 이 영화는 사이코가 바라보는 관점으로 돌아서서 이해와 공감을 요구한다. 사이코는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욕망이 끌어내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러셀 감독이 내놓은 '파이터'는 복싱 영화. 늘 1진 선수에게 밀려나는 패배자의 삶을 살던 복서와 말썽만 피우는 그의 형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시련을 쳐내고 깨부숴야만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얼굴 붓기가 오를수록, 자신의 손이 상대의 피에 젖을수록 자신의 것을 이뤄갈 수 있다는 잔인한 현실을 영화에 풀어놓는다.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는 지위와 권력, 그리고 그 맞은편에 놓인 개인의 갈등을 다룬 휴먼 드라마다. 세계 2차대전이 벌어지던 1939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한 형 때문에 갑자기 왕이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부러울 것없는 권력과 명예를 가진 강대국 영국 국왕이지만 단 하나 개인적인 컴플렉스가 있었으니, 바로 말을 더듬는다는 것. 선동의 달인 히틀러에 맞서 끊임없이 마이크 앞에 서야 하는 말더듬이는 국왕이라는 주어진 지위와 개인의 능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이 가득 몰려있는 한국 극장가를 거닐면서 마치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간 듯한 기분을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