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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하늘다람쥐 형제의 첫 활공

네 발 달린 놈들이 하늘을 난다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01-05 19:00:2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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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다람쥐 중에 귀한 손님이 나타났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하늘다람쥐였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월평리 오도재 인근 오동나무 구멍에서 관찰됐다.

   
눈망울이 유난히 큰 하늘다람쥐.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하늘다람쥐는 천연기념물 제328호로 지정되어 있다. 녀석은 잣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숲 속의 큰 오동나무 위, 딱따구리가 번식을 마친 곳에 있었다. 몸집에 비해 눈망울이 유난히 큰 하늘다람쥐는 짧게는 5m, 길게는 50m 이상 활공한다.

하늘을 나는 하늘다람쥐의 비행 비결은 무엇일까. 하늘다람쥐는 새처럼 위아래로 날진 못한다. 그래서 비행이 아니라 공기를 타고 내려오는 활공을 한다. 활공의 비밀은 바로 앞 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있는 비막이다. 이 비막은 하늘다람쥐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때 낙하산 같은 역할을 해 준다.

하늘다람쥐는 다람쥐과의 포유류에 속하며, 성질이 온순하여 친해지기가 쉬운 동물이다. 몸길이는 15~20㎝로 작은 편이고, 꼬리길이는 9.5~14㎝이다. 머리는 둥글고 귀는 작으며 눈은 비교적 크다. 꼬리의 긴 털은 좌우로 많이 나고 상하로 적어서 편평하다. 또 비막도 날다람쥐보다 작다. 몸의 털은 대단히 부드럽다. 집은 딱따구리가 파 놓은 나무구멍을 수리해 이용,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어서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볼 수가 없다. 하늘다람쥐는 초식성이다. 네 개의 앞발가락으로 잎을 붙잡고 발달한 앞니를 이용해 나무껍질, 잎, 눈, 종자, 과실, 버섯 등의 식물성 먹이를 먹는다.

   
나무구멍에서 태어난 하늘다람쥐 새끼들이 고개를 내밀고 밖을 구경하고 있다.
하늘다람쥐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딱따구리가 번식을 마친 구멍에 들어가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먼저 발견한 게 아니라 녀석이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동그랗고 까만 눈으로 기자 만큼이나 호기심을 갖고 사람을 관찰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진을 찍어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았다. 잠시 후 구멍 밖으로 나온 하늘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보란 듯 활강시범을 보였다.

오동나무 중간 부근에 위치한 하늘다람쥐 둥지. 딱따구리가 파 놓은 것이었기에 녀석은 한창 둥지를 고치고 있었다. 내부엔 이끼나 마른 풀을 깔아야 한다. 한 입에 물고 가기엔 이끼가 조금 컸지만 녀석은 계속 재료를 물어 날랐다. 마침내 나무 톱밥이나 마른 풀로 마무리를 지었다.

   
다른 나무로 이동하기 위해 활공준비를 하고 있다.
출생 5일째인 하늘다람쥐 새끼. 머리에 피도 안 말랐지만 손발톱은 길다. 아직까지 가장 큰 움직임은 심장의 박동이다. 하늘다람쥐는 1~2마리의 새끼를 낳아 기른다. 갑자기 하늘다람쥐의 여유가 깨진다. 까치가 하늘다람쥐 둥지 쪽으로 접근한다. 어미가 긴장한다. 그리고는 까치를 몰아낸다. 어미가 둥지로 돌아와 냄새로 확인한다. 새끼들은 안전하다. 어미가 둥지 속으로 들어가더니 새끼를 물고 나온다. 이사를 결심한 것이다. 새끼들의 성장에 잠재적 위험요소를 없애기 위해서다. 하늘다람쥐 가족에게는 예비둥지가 하나 더 있었다. 비상사태때 이사를 하고 수컷 잠자리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늘다람쥐가 새로 입주한 곳은 바로 아래 반대쪽에 있는, 다른 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이다. 둥지에는 새끼 두 마리가 자라고 있다. 하늘다람쥐는 젖을 먹여 새끼를 키운다. 생명의 시작은 몸속의 수정란. 새끼는 어미의 탯줄로 영양분을 받아 뱃속에서 자란 다음 세상으로 나왔다. 젖먹이 동물이라 성장이 더딘 편이다. 어미 뱃속에서 나온 지 30일 째. 드디어 새끼가 눈을 뜬다.

   
하늘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내려오고 있는 모습.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하늘다람쥐는 밤에 성장한다. 생후 60일째 새끼들은 어미의 모습을 갖춰간다. 어미의 품이 이젠 비좁을 정도다. 나란히 나무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어미를 따라 한 녀석이 나무 꼭대기로 타고 오른다. 그리고 날았다. 둘째도 뒤를 따른다. 나무를 타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비막을 펼치는 순간, 새끼 하늘다람쥐는 밤하늘의 새로운 식구로 다시 태어났다.

밤의 숲은 조용하고 아름답다. 네 발 달린 녀석이 날아 다닌다니. 숲 속 친구들은 신기해한다. 어미는 큰 발톱을 가진 녀석들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나무에는 야행성 맹금류가 노려보고 있다. 큰일 날 뻔한 외출이었다. 첫 활공을 하고 돌아온 날, 엄마의 품은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젖은 달콤하다.

취재 협조=조류사진가 도연스님 박용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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