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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빛으로 부르는 오징어, 햇볕아래 몸을 맡기다

한국인만 아는 마른 오징어의 감칠맛

  •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  |   입력 : 2012-01-19 16:50:23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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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 대변항을 가득채운 제철 오징어, 빛을 삼키려다 바늘에 걸려 육지로
- 하늘 아래서 서민 간식으로 환생

   
십여 년 전 호주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리조트형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 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소주를 꺼내놓고 안주거리로 마른 오징어를 구워 먹으려 했다. 가스불 위에 오른 오징어는 당연히 그 구수한(?) 냄새를 한껏 피워 올렸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건 바로 그때였다.

외국인에게는 그 냄새가 결코 상쾌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호텔 지배인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는 코를 싸매고는 황당해 했는데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기독교권에서는 오징어 같은 비늘이 없는 해산물은 먹기를 꺼린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호텔 지배인이 그 정도로 난리를 칠 줄은 몰랐다,

우리처럼 오징어를 즐기는 민족은 흔하지 않을 것 같다. 여행 중 열차 칸에서 오징어 한 마리 못 뜯으면 섭섭하다. 영화관에서도 구운 오징어는 필수품이다. 맥주집? 물론 오징어 땅콩은 기본안주다. 그 외 물회 순대 통오징어찜처럼 다양한 요리들이 입을 즐겁게 한다.

이처럼 각종 오징어 먹거리와 오징어 채낚기 어선을 볼 수 있는 곳이 부산 기장군 대변항이다. 요즈음이 바로 오징어 철이다. 대변항과 죽성에는 주민들이 오징어를 건조대에 올려 말리느라 분주하다. 대변항을 따라 형성된 건어물 가게 인근의 건조대에는 대꼬챙이로 꿴 오징어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대나무 가닥으로 촘촘히 엮은 판 위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 연근해에서 잡은 오징어는 맛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오징어를 먹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대변 오징어는 마트에서 구입한 오징어와 식감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풍에 알맞게 건조돼 잘게 잘 찢어져 먹기가 수월하고 감칠맛을 선사한다. 맥반석에서 살짝 구운 일명 피데기(반건조 오징어)는 살이 도톰하여 씹는 맛이 각별하다.

선착장에 대기 중인 오징어잡이 어선 갑판 위에 늘어선 집어등은 핵심 어로장비다. 강력한 집어등 불빛을 보고 몰려온 오징어들은 루어에서 반사되는 빛을 먹이로 착각해 다리로 붙들게 되면 낚시 바늘에 꿰어 배 위로 줄줄이 올라오게 된다. 이 같은 조업방식을 채낚기라 한다.

과거에는 집어등 광원으로 휘발유 등불을 사용했으나 오늘날에는 광량이 강한 전깃불을 쓴다. 최근에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LED 조명을 사용하는 배도 늘어나고 있다.

밤바다에서 휘황찬란한 집어등을 켜고 오징어를 잡는 어선들 모습은 부산이 가진 색다른 풍경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불야성을 이루며 조업하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들과 부산 광안대교와 마린시티 야경이 어울려 환상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올해는 경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니 오징어라도 풍성하게 잡혔으면 좋겠다. 어자원이 갈수록 줄어 먹고살기가 어려운 어민들 이마 주름살 한 줄이라도 더 펴 주고, 호주머니가 가벼운 월급쟁이들도 맥주 안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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