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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붉게 멍든 꽃잎 고요한 조매花

모든 꽃 지면 꽃피우는 동백나무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
  •  |   입력 : 2012-05-03 19:03: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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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가 동백 꽃잎 속의 꿀을 빨아 먹으려 하고 있다.
꽃가루 받은 동박새는 사람 사이 휘~ 돌다 꿀 한모금 콕콕콕…동백꽃 피면 동박새도 찾아온다

모든 꽃들이 지고 난 뒤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동백나무는 겨울을 장식하는 나무 중 하나다. 두툼한 초록잎 사이로 뭉텅이 뭉텅이 붉은 꽃이 고개 내밀면 동박새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다 오른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동백섬이 보인다. 원래는 섬이었던 이곳은 오랜 세월 퇴적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아직도 동백섬이라고 부르고 있다. 동백섬 산책로를 따라 돌면 동백나무 군락지로 동백의 푸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매화라 불리는 동백나무는 새 중에서도 동박새에 꽃가루받이를 맡긴다. 화려한 꽃이 많이 피는 남쪽 따뜻한 지역에서는 조매화를 많이 볼 수 있지만 부산에서는 동백나무가 유일하다. 곤충의 활동이 없는 겨울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동백나무는 동박새에게 꽃가루받이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동백꽃은 11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꽃망울을 맺고 빨간 꽃이 통으로 떨어진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동백섬 전경
동박새가 없으면 동백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또 동백꽃이 없으면 동박새는 한겨울을 지낼 수가 없다. 자연에는 이렇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있는 듯하다.

동백나무는 동박새를 위해 많은 꿀을 만들어 놓고 향기로 유혹한다. 동박새는 동백나무의 작은 곤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꽃이 피면 꿀을 따는 과정에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고 열매를 맺으면 이를 먹고 다른 곳으로 퍼뜨리기도 한다. 동백나무와 동박새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동박새는 참새목 동박새과의 한 종으로, 한국에서는 남부 해안이나, 섬 등지에 서식하는 텃새이다. 몸길이는 약 11.5㎝로 몸의 윗면은 녹색이고 날개와 꽁지는 녹색을 띤 갈색이다. 턱밑과 멱 및 아래꽁지 덮깃은 노란색 또는 녹색을 띤 노란색이다. 가슴 아랫면은 흰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고 흰색 눈 둘레가 돋보인다.

   
붉게 핀 동백꽃
동백나무에 빨간 꽃이 하나 피어났다. 꽃잎 안에는 노란 수술이 동그랗게 들어차 있다. 빨간 동백꽃은 반짝이는 초록잎과 어울려 아주 예뻤다. 그날부터 하나, 둘, 셋…, 수없이 많은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다. 동백나무 숲은 빨간 점이 찍힌 푸른 숲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동박새는 꽃을 피운 동백나무를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백나무가 웃으며 말했다. "내 꽃은 꿀이 아주 달아, 한번 먹어 보렴." 동박새는 동백꽃 속에 부리를 넣고 꿀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달콤한 꿀맛에 빠져 노란 꽃가루가 온통 묻는 것도 몰랐다.

"고마워, 동백나무야." "나도 고마워, 동박새야." 동박새는 저쪽 동백나무의 꽃에도 날아가 꿀을 먹었다. 조금 전에 묻었던 꽃가루가 이쪽 동백나무의 꽃에 옮겨졌다. 하지만 동박새는 달콤한 꿀맛에 빠져 아무것도 몰랐다.

   
나뭇가지 끝에 밀감을 꽂아 놓자 동박새가 날아와 쪼아 먹고 있다.
예쁜 동박새를 촬영하기 위해 유혹해보기로 했다. 녀석은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이동하기 때문에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동박새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동백꽃의 꿀이나 감귤을 좋아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동박새를 촬영, 관찰하기 위해 동백꽃 속에 꿀을 몰래 발라놓았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정말 동박새가 찾아 왔다. 이 녀석은 한참 동안 꿀을 빨아먹고 또 와서 먹고 했다.

녀석은 사람들과 아주 친숙하다.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도 도망가지 않고, 아주 가까이 찾아 와서 동백꽃의 꿀을 쪽쪽 빨아 먹는다. 덕분에 모습을 예쁘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감귤도 엄청 좋아한다. 감귤을 반 갈라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감귤을 먹기 위해 가지를 타고 주변의 눈치를 먼저 살핀 후 날카로운 부리로 콕콕콕 쪼아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백꽃이 모두 떨어질 때쯤 동백나무는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열매 속에는 어린동백의 씨가 들어 있다. 나무가 잘 자라서 빨간 동백꽃을 피우면 반가운 동박새들이 또 찾아올 것이다.

취재 협조=조류사진가 박용수 씨. 동영상 www.birdvideo.tistory.com

   
나뭇가지에 매달려 열매를 먹고 있는 동박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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