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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74> 훌륭한 미장센의 '후궁-제왕의 첩'

단아하고 투박한 궁중의상, 시대적 특성 더욱 잘 살려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6-07 19:15:3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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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궁-제왕의 첩'의 촬영 모습.
영화가 끝나고 나면 '스태프 스크롤'이 올라간다. 대부분의 관객이 스크롤이 올라가면 자리에서 일어나지만 동행의 면박을 받으면서까지 끝까지 스크롤을 지켜보곤 한다. 학교 때 배운 대로 영화가 종합예술이라지만 수많은 사람이 두 시간가량의 영화를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구나 싶다.

'후궁-제왕의 첩'을 보고 왔다. 스태프 스크롤을 열심히 본 덕에 딴엔 영화 쪽을 조금 안답시고 '깝칠' 수도 있고 끄트머리서 조금 관여도 해봤다.

영화의 관심은 의도적이었든, 대중의 바람이었든 '노출'에 있었지만, 필자와 같은 관객과 영화의 스태프가 살지 않았던 시대를 어떻게 그려내는가를 보고 싶었다. 필자의 주관적인 평가로는 마치 그 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훌륭했다.

먼저 눈에 쏙 들었던 것은 역시 의상이었다. 사극, 특히 궁중사극하면 으레 화려한 의상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충분히 화려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박하다 하리만큼 심플하고 단아하며 때론 투박하다. 고전의상을 잘 알지 못하지만 현대와 달리 손기술에만 의존해야 했을 과거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랬겠다 싶다. 권력암투로부터 시작되는 영화 초입에 붉은 곤룡포를 건네며 왕의 옷이라기엔 다소 남루한 그 붉은 빛을 자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붉은 빛을 모아야 함을 설명하는 장면에선 섬뜩하기까지 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통해 모아낸 인간의 핏빛인 듯.

이 영화의 의상은 최근 '만추'와 '고지전'의 의상을 맡기도 했던 조상경 씨로 '올드보이'부터 '친절한 금자씨', '박쥐'까지 박찬욱 감독의 주된 스태프였다. 박 감독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는 따져보면 그의 일관된 의상이 한몫 했으리라 본다(자료를 찾다 보니 '올드보이'에선 대수 부인 역으로 까메오 출연까지 했다고 하니 다시 한 번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만났던 짧은 자리에서 그의 최고의 작품은 이병헌 주연,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었다고 한다. 슈트와 셔츠, 넥타이가 만들어낸 이병헌의 완벽한 V존이 화면 가득 등장할 때의 희열은 결코 잊지 못한다고 볼에 홍조를 띄고 말하곤, 이젠 시대극을 하고 싶다던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제대로 한 편 했다 싶었다.

충분한 고증과 현대적 해석으로 사실감을 높인 의상과 더불어 이 영화의 미술 또한 극찬하고 싶다.

꼭 필요한 것 외 시선의 분산을 가져올 수도 있는 소품의 배치를 극소화하고 무엇보다 병풍을 들어내고 비춘 나뭇결의 밋밋한 방안 풍경은 영화의 주제와 부합되고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느낌이다. 이 밖에도 이 영화의 의상이 그랬듯 화려한 듯 투박한 전체적 구성은 흠잡기가 미안할 정도다. 찾아보니 이 영화의 미술은 조근현 씨로 대작 '마이웨이'를 비롯해 '고고70', '라듸오 데이즈', '장화, 홍련', '버스, 정류장' 등의 미술감독이었다. 시대극으로는 이미 '음란서생'과 '형사 Duelist'를 통해 강렬하고 매혹적인 미술을 세련되게 묘사한 바 있다.

여름 영화 성수기를 앞두고도 헐리우드 초특급 블록버스터의 파상적 선공 속에 한국영화가 '19금 영화'로 맞서는 형국이고 그 결과가 궁금하다 말한 적이 있다. 결과는 성공적 수성이다. 그리고 그 맨 나중에 이 영화 '후궁-제왕이 첩'이 있다. 한국영화가 19금을 지향하는 것은 극장을 통한 관객 입장수입 외 크게 성장한 VOD 안방시장을 겨냥해서라고 한다. 상업적 목적을 떠나 이 정도의 영화라면 얼마든 19금이어도 좋겠다 싶다. 그러나 단지 '노출'을 바라고 상영관을 찾는다면 필자의 권유는 NO, 배우와 스태프가 어우러져 자아내는 멋진 '미장센'에 기대가 있다면 YES.

김윤석 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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