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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매서운 눈초리 찰나의 새부리

00: 02…몸길이 16㎝ 물총새의 사냥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2-10-25 19:02:16
  •  |   본지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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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가 물고기를 물고 날아 오르고 있다.
- 6, 7월 번식 위해 4월부터 6개월간 국내 서식
- 철마천서 어항 이용 물고기 잡는 장면 촬영

- 시야각 320도로 나뭇가지 앉아 한눈에 포착
- 최고시속 200㎞에 이르는 비행 속도로 돌진
- 먹잇감이 눈치 채기 전 순식간에 물고 나와

- 평균 성공률 30%… 피식자보다 느리면 실패
- 빠른 속도로 내려와 수면 닿으면 목숨 잃어
- 낙하속도 조절이 사냥의 성패와 생사 결정

   
어항 속으로 다이빙해 사냥에 성공한 물총새가 어항 위로 나오고 있다.
물총새는 먹이 사냥 때 물속으로 곤두박질하듯 다이빙해 물고기를 잡는 솜씨가 일품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천 상류는 조금 험상궂게 보이는 콘크리트 수중보에 둘러싸여 있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작은 하천 하나가 있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있을 것 같지 않던 하천에 한발 다가서자 작은 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찌잇쯔'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파란 무언가가 날아와 나뭇가지 망대에 앉았다. 파란 깃털, 흑진주처럼 까만 눈동자, 검고 큰 부리, 붉고 앙증맞은 작은 발. 바로 물총새였다.

물총새는 파랑새목 물총샛과의 새로 몸길이 16㎝. 등 쪽은 암 녹청색, 배 아래쪽은 선명한 녹청색이고 눈 아래쪽 귀깃은 밤색, 다리는 붉은 산호색이며 꽁지깃 수는 12개로 작은 새이다. 4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찾아와 6~7월에 번식을 해서 11월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면 대부분 물총새는 동남아로 떠나지만, 일부는 남부지방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철마천 상류에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물총새를 유인책으로 쓸 어항을 이용해 물총새가 다이빙해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을 생생하게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 철마천에서 물총새가 물고기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내려와 취재하면 어떨까 해 전화했습니다." 조류사진가 송재정(57) 씨로부터 그 같은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물총새가 어항 속에서 물고기를 낚아채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사냥 표정과 물속 공기 방울들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송 씨는 취미로 물총새 사진을 찍는 조류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연히 영국 BBC에서 방송한 물총새 관련 생태 다큐멘터리를 본 후 큰 영감을 얻게 되었고, 물총새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송 씨는 "물총새는 매우 민감하고 수줍음이 많은 새"라며 물총새는 빛의 속도로 먹잇감을 잡기 때문에 그 장면을 촬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물총새가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촬영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송 씨는 우선 1단계로 플라스틱 바구니를 손수 제작해 물총새가 좋아하는 피라미, 송사리, 미꾸라지 등을 담은 후 플라스틱 바구니를 강바닥에 고정했다. 그리고는 플라스틱 바구니 옆에 약 2m 높이 나뭇가지로 만든 망대를 세우고 물총새가 이곳에서 편히 앉아 쉴 수 있도록 유인했다.

2개월이 지나 물총새가 이 플라스틱 바구니 속에서 물고기를 먹고 나뭇가지 망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패턴에 익숙해질 때쯤 플라스틱 바구니를 하천 바닥에서 수심이 얕은 곳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시킨다. 하지만 물총새는 여전히 플라스틱 바구니 속에 있는 물고기를 사냥해 망대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항 속에 있는 물고기를 사냥해 물고 있는 물총새. 파닥거리는 물고기를 바닥에 몇 번 내리쳐 기절시킨 후 꿀꺽 삼켜버린다.
또 3개월 시간이 더 지나 플라스틱 바구니에서 유리 어항으로 바꿔주었다. 물총새는 여전히 어항 속으로 총알처럼 물속으로 들어갔다. 2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어항 밖으로 나온 물총새를 보니 부리에 작은 피라미 한 마리가 파닥거린다. 물총새는 나뭇가지 망대에 앉아 파닥거리는 피라미를 몇 번 내리쳐 기절시키더니 꿀꺽 삼키고는 위쪽 숲으로 날아간다.

이후 시간이 더 지나 유리어항을 수중으로 끌어올려 수중보 위쪽으로 옮겨 어항을 설치한 다음 카메라는 약 2m 떨어진 곳에 설치, 카메라에 설치해둔 원격 조정으로 촬영했다. 물총새가 급하강하며 물고기 사냥하는 장면을 찍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결국, 이런 세심한 과정을 거쳐 만족할 만한 작품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6개월간 하루 몇 시간 동안 사진을 찍기 위해 하천에 몸을 숨기는 인고의 작업을 거듭했고, 마침내 물고기를 낚아채는 물총새의 신비로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생동감 넘치는 물총새의 표정과 공기 방울들이 형성돼 신비로움을 담은 작품 100여 점을 얻을 수 있었다.

   
물총새가 연꽃 위로 날아 오르며 화려한 날갯짓을 뽐내고 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물총새는 영역 안에 망대를 몇 군데 정해놓고 있었다. 녀석들은 400~800m 영역을 혼자만의 사냥터로 정해 놓고, 좀처럼 자기 영역을 떠나는 일이 드물었다. 누군가가 자기 영역에 들어오면 당장 울음소리로 경고한 후 달려가 쫓아낸다. 번식 짝짓기 철에는 용서받을 수 있고, 암컷이 수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날아온다.

물총새의 평균 사냥 성공률은 30%. 포식자는 피식자보다 느리면 사냥에 실패한다. 그렇다고 빠르기만 해서도 안 된다. 수면에 닿기 전 속도를 줄여야 한다. 낙하속도 그대로 물에 부딪히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속도 조절이 사냥의 성패, 물총새의 생사를 결정한다. 정지비행과 활공을 반복하며 다시 때를 기다리기도 한다. 나뭇가지 망대에서 수면을 내려다보는 눈이 매섭다. 열 번 중 세 번의 성공에 온 힘을 다한다.

물총새의 별명은 물고기 귀신이다. 귀신같은 솜씨로 물고기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2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는 물총새는 사냥꾼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자질을 가지고 있다. 1초에 여덟 번이나 날갯짓할 수 있을 만큼 민첩하다. 또 순간 시속 200㎞에 이르는 비행실력이 있다. 게다가 사람의 눈은 170도 내외의 시각범위를 갖고 있는 데 반해 물총새는 320도를 넘어 넓은 지역의 물고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인간에게 비하면 무려 두 배가 되는 감각이 있다. 일단 사냥감을 정하면 눈을 감고 물속으로 돌진하는데 물고기가 물의 진동을 느끼기 전인 1/150초 만에 낚아챈다. 이런 뛰어난 솜씨 때문에 옛 선조는 물총새를 어호, 즉 물고기 잡는 호랑이라고도 불렀다.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기 위해 헬리콥터처럼 물 위에서 정지하고 있다.

물총새는 다이빙의 명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이빙하는 모습이 모두 다르다. 물의 깊이에 따라 효율적으로 힘 조절을 하면서 다이빙한다. 물이 얕을 때는 조금만 점프, 또 깊을 때는 높이 점프를 하는 것이다. 물총새는 눈도 아주 좋아서 하천의 나뭇가지 망대에 앉아서 30m 전방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찾을 수도 있다. 때로는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사냥감을 찾기도 한다.

물총새의 꽁지에는 기름샘이 있는데 그 기름을 부리로 온몸에 묻히면 깃털에 물이 묻지 않는다. 그래서 물속에 몇 번이나 들어갔다가 나와도 몸을 가볍게 유지할 수 있다. 물총새가 깃털을 손질하는 것은 장수가 검을 손질하는 것과 같다.

물총새를 유인책으로 쓸 물고기를 잡고, 유리어항을 파묻으며 촬영한 노력이야말로 또 하나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장군 철마천은 웅천저수지에서 흐르기 시작해 철마면 소대지를 거쳐 회동수원지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이다. 철마천에는 많은 물새가 찾아와 사냥하고 이곳에서 새끼를 키운다. 이들이 오래도록 이곳에 살 수 있게 철마천이 잘 보존되었으면 한다.

취재 협조= 조류사진가 박용수. 정운회. 서남대학교 김성호 교수.

동영상 http://birdvide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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