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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소설 |
언제부턴가 공포영화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야기나 소재가 다를 수는 있으나 사운드나 편집, 카메라의 이동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기법은 거의 모든 공포영화가 비슷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웬만한 공포영화 마니아들은 '이쯤에서는 이런 장면이 등장하겠지'라고 예상을 다 할 수 있게 됐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공포영화를 볼 때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범죄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주인공인 '살인 소설'은 초반만 보면 '또 비슷한 공포영화군'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주인공 가족이 새로운 소설의 소재를 찾아 일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으로 이사 오는 장면을 보면 '이제 저 집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컨벤션을 쫓아간다.
그런데 소설가 앨리슨이 다락에서 8미리 필름을 발견하면서 '살인 소설'은 본격적인 공포의 힘을 발휘한다. 영화 오프닝에 삽입된 일가족이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아 죽는 장면은 8미리 필름의 한 장면인데, 바로 이사 온 집에서 벌어진 것이다. 또 이 필름 안에 담긴 장면들이 다섯 가족 연쇄살인사건의 현장을 담은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뒷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8미리 필름은 관객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시점으로 촬영됐기 때문에 관객은 이 필름을 보는 앨리슨과 같은 공포를 느낀다. 게다가 각 살인 장면은 무척 잔인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공포감을 준다.
앨리슨은 집안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감지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위해 살인사건을 파헤친다. 영화는 앨리슨이 60년에 걸쳐 일어난 가족 연쇄살인 사건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인 공포의 세계로 안내한다. 살인사건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수록 공포감은 증대된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살인마인지, 아니면 귀신이나 유령의 짓인지 모호하다는 점은 끝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살인사건 가족 중 한 명의 아이가 사라졌다는 것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앨리슨 역을 맡은 에단 호크가 오랜만에 불안감 가득한 소설가를 제대로 연기하는데, 성공욕에 빠져 이성을 잃고 어찌할 바 몰라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뭔가가 옥죄어오는 듯한 불길함을 주는 '살인 사건'은 오랜만에 미스터리 공포의 진수를 선사한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뜻밖의 선물을 받은 느낌이겠다. 개봉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