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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복의 라틴기행 <10> 온두라스

자연의 정취, 순박한 인정 넘치는 곳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30 18:58:04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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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의 수도 테구시갈파 시가지 전경. 부자 동네와 서민층이 사는 동네는 한눈에 보기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 스페인 식민지 300여 년 겪어
- 수도 테구시갈파, 스페인 유물 풍성
- 인디오 마을 모습 한국 시골 같아

- 과테말라 국경지대 도시 코판
- 마야 피라미드 32m 돌계단 경이
- 치안 불안해도 진심은 통해

여행을 떠날 때마다 마을의 작은 축제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비결을 묻는 사람이 더러 있다. 여행하면서 경험적으로 자연스럽게 터득한 방법은 그 나라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위험하긴 하지만 배나 비행기보다는 육로로 이동하고,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이동하면서 보고 듣는 것 하나하나 신경을 쓰고 다니는 편이다. 그 나라 사람의 생활에 들어가 보면 그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가는 나라마다 특별한 현장을 잡기 위해서는 눈과 귀와 오감을 열어 놓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에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다녀야 한다. 중앙아메리카는 멕시코에서 파나마까지 8개국을 도는 동안 모두 육로로 여행했기에 사람을 만나는 아기자기한 여행의 재미를 가장 많이 맛본 곳이다.

■스페인만큼 스페인 유물이 많은 나라

   
온두라스는 북미에서 남미를 연결하는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7개 국가 중 니카라과 다음으로 중미에서 큰 영토를 가진 나라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모두 접해 있어 아름다운 해안을 많이 가지고 있다. 16세기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한 당시에도 험난한 바다를 건너야만 닿을 수 있는 땅이어서 나라 이름 또한 '깊다'는 뜻으로 지어졌다.

19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는 미국과 바나나 싸움에 휘말려 지금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페인 식민지로 300여 년 동안 통치당해서 스페인 식민시대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수도 테구시갈파는 스페인의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미술전, 음악회, 조각전 등이 거리마다 열려 볼거리가 아주 넘쳐난다.

인디오 마을로 들어서면 흙담집에 기와지붕이라든가 마당의 개를 키우는 모습까지 지형이나 분위기가 한국의 시골 마을과 가깝다. 국민의 85%가 가톨릭이지만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토착민은 가톨릭에 토속신앙을 가미하여 그들만의 종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미의 나라 중에도 문명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땅, 자연의 정취가 넘쳐나는 나라, 아주 오묘한 매력의 나라가 온두라스이다.

■금요일 밤부터는 '파티의 시간'

   
마야 문명의 대표적 유적지인 코판 유적의 피라미드.
온두라스는 산지라서 대다수 집이 산에 지어져 있고 평지는 별로 없다. 해발 1000m에 있는 테구시갈파에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하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의 인디오 마을을 보면 빈부의 격차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서 온두라스 사람은 강을 사이에 두고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셈이다. 상류층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교육받은 엘리트이며 대부분 백인이고 상당히 잘 사는 편이다. 나머지는 일반 서민층으로 한 달에 250~350달러를 버는데,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이곳 사람들은 금요일 오후부터는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워낙 파티가 많은 나라여서 주말을 즐기기 위함이다. 대부분 파티는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여자는 파티 때마다 같은 옷을 입으면 안 되고, 따라서 남편이 항상 새 옷을 장만해 줘야 한다. 대신 남자는 그냥 입던 옷을 입고 간다. 내가 이야기를 나눴던 남성은 양복이 딱 3벌이라고 했다. 파티에 참석하는 여성의 옷이 중시되는 이유는 중미지역이 대부분 모계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와의 국경지대에 있는 코판(Copan)은 온두라스가 자랑하는 마야의 고대 도시다. 앵무새가 시끄럽게 '올라(안녕)'를 외치는 매표소를 지나 대광장으로 들어서면 잔디가 촘촘히 깔린 광장 가운데 피라미드와 석상들이 솟아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는 달리 낮고 편안해 보이는 모양의 피라미드다.

코판 유적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거대한 계단이다. 32m 높이의 돌계단에 8세기 중엽 통치자의 일대기가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마야 문명이 남긴 문자 자료 중 가장 긴 기록이라는 데 그야말로 계단 자체가 역사책이다. 코판의 석상에 새겨진 일련의 조각을 보면 철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조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만큼 조각은 정교하면서 섬세하다.

■치안 불안하지만 사람 사는 모습 같아

   
순박한 온두라스 사람들.
온두라스는 치안 문제가 아주 심각한 편이다. 시내 한복판에도 관공서나 큰 건물 앞에는 무장한 경찰이 경비를 선다. 카프리나라는 인디오 마을을 답사하려고 하자 지역 경찰을 비롯한 모두가 극구 말렸다. 사람마다 그곳에 가면 총 맞을 수도 있으니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하였지만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 결국 카프리나로 들어갔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보고 "올라" 하고 먼저 인사를 하고 웃으며 다가가니 여느 인디오 마을처럼 순박함이 묻어난다. 그들도 보기 어려운 검은 머리 동양인이 들어와 친한 체를 하니 호기심도 생겼으리라. 마을 사람과 손짓 발짓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처럼 부드럽고 착하고 친절할 수가 없다. 예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흑인 할렘가에 들어갈 때 모두 말렸지만 이곳과 마찬가지였다. 역시 가까이서 보면 인간의 모습은 다 똑같았다.

이곳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터를 내린 마을이었다. 그곳에도 사람 사는 향기가 가득했다. 한 가정을 방문했는데 8남매에 오순도순 살아가는 정다운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두라스는 다른 중미 나라와는 달리 산이 많아서 소나무가 울창하고 기와집이 있고 마당에 오리, 개, 돼지도 있어서 꼭 우리 시골 마을이 생각나는 정감이 드는 나라다. 경제 상황이 아직 좋지는 못하지만, 중미의 나라 중에도 문명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땅, 자연의 매력이 머물고 있는 나라, 아주 오묘한 매력의 나라가 온두라스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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