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니카라과 그라나다의 명물인 투어버스. 화려하게 치장한 투어버스에는 지붕이 없다. |
- 식민지 시대 중심도시 그라나다
- 뚜껑 없는 시내 투어버스 명물
- DJ까지 두고 현지인·관광객 춤판
- 토속종교와 융합, 대부분 가톨릭 신자
- 얼굴에 펜으로 수염그린 뒤 세례받아
- 신부대신 동네 영험한 할머니가 주도
- 염색하고 퍼머해 몸단장한 말들
- 말 댄스대회서 리듬 맞춰 스텝밟아
중앙아메리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운동은 뭐니뭐니해도 축구다. 한때 축구 때문에 총성이 오가는 큰 전쟁까지 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전 때문에 일어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전쟁이다. 두 나라는 원래 국경 문제로 분쟁이 있던 상태였다. 예선 경기를 벌일 때마다 응원단에서 난투극이 벌어져 감정이 점점 더 격해졌다. 결국 엘살바도르의 선전포고로 전쟁이 시작되었고 사흘 동안 계속돼서 100시간 전쟁이라고 하는데, 월드컵 본선에는 결국 엘살바도르가 올라갔다.
축구경기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골 세리모니의 원조도 라틴 아메리카다. 라틴계 선수들은 골을 넣으면 거리낌 없이 포옹한다든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역시 라틴 사람의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 드러난 것인데, 처음에는 비웃음까지 샀으나 지금은 그것이 도리어 전통이 되어 세계 축구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 그라나다의 명물 투어버스
| |  |
| 그라나다 명물 투어버스의 DJ. |
중미지역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나라인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는 생각보다 훨씬 낙후해 있다. 보통 중미 국가의 수도는 고층 빌딩도 있고 부촌(富村)도 따로 형성되어 있으나 마나과는 잦은 지진의 폐해 때문인지 나라 전체에서 8층이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사계절의 구분도 거의 없이 항상 무더운 날씨에다 거리에는 부랑자나 노숙자도 널려 있다. 구멍 뚫린 아스팔트를 진흙으로 단단하게 메워 놓은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마을 어귀마다 도로를 가로질러 줄을 이어 잡고 차를 막는 어린 아이를 많이 볼 수 있다.
1855년 마나과로 수도가 옮겨가기 전까지 식민시대의 중심도시였던 그라나다에는 아주 특별한 명물이 있다. 바로 그라나다 시내를 도는 투어버스. 우리나라 시내버스와는 많이 다른 것이 주위를 잘 둘러볼 수 있도록 지붕이 없어 오픈카를 방불케 한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즐겨 이용한다. 버스가 출발하면 남자 차장이 차비를 걷는다. 투어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흥겨운 음악이 시작된다. 운전석 바로 뒤에는 DJ 박스가 있어서 관광하는 내내 DJ가 신 나는 라틴음악을 틀어준다. 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사람들이 흥에 겨워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음악과 함께 객석은 춤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외관도 투어버스답게 아주 화려하게 치장해서 눈에 확 들어오는 데다가 운임이 3명에 미화 1달러 정도로 저렴해 항상 만원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중미에서 가장 큰 호수인 니카라과 호수에서부터 시내 골목골목을 다 지나가기 때문에 그라나다 사람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훑어볼 수 있다. 워낙 이곳 사람들이 음악이며 춤을 좋아하기 때문에 버스에서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이 DJ가 있는 이 버스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 신부와 가족 함께 입장하는 결혼식
| |  |
| 말 댄스 대회장에서 말을 타고 있는 아이들. |
그라나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니카라과 호수가 있다. 니카라과의 가장 위대한 보물인 니카라과 호수는 중미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담수호이다. 원래 니카라과 호수는 바다였으나 오래전 화산이 솟아올라 육지에 둘러싸여 지금의 호수가 되었다.
호숫가에서 조금 이동해서 인근 마을에 도착하니 마침 결혼식을 보게 되었다. 한 쌍의 결혼식이 아닌 열 쌍의 합동결혼식. 당연히 마을에 잔치가 벌어졌다. 식이 시작되기 전 성당 앞에는 삼삼오오 모여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한 하객들이 모여 있고, 어린 들러리들이 신랑 신부의 예물과 하객을 위한 꽃과 인형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식이 시작되고 신랑 신부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우리와 조금 다른 모습은 신부가 입장할 때 신부의 아버지와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입장하는 것이다. 가족의 복장도 꼭 정장을 갖춰 입은 것이 아니라 단정하게 차려입은 평상복이다. 아마도 이 지역만의 풍습처럼 보였는데 신부가 입장할 때 아버지만 같이 들어오는 것보다 더욱 의미 있고 뜻깊은 결혼식이 될 듯하였다.
■ 토속 종교와 결합한 가톨릭 독특
중남미 지역은 토속 종교와 가톨릭이 결합해 가족적이고 종교적인 응집력이 더욱 끈끈하다고 한다. 니카라과 사람도 다른 중미 국가와 마찬가지로 식민지 영향 때문인지 국민의 94% 정도가 가톨릭을 믿고 있다. 니카라과 싼콴토 오리엔트라는 마을을 지나갈 때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아 따라가 봤더니 마침 아이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다. 유아세례를 받으려는 아이와 부모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서 동네를 돌고 돌다가 세례식장으로 향한다.
세례를 받는 아이들은 어린 영아부터 7세까지인데, 세례식을 통해 가톨릭의 구성원으로 입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의식이다. 재미있는 것은 세례를 받는 아이들이 모두 예수를 닮은 형상으로 분장하는데 얼굴에 검은 매직으로 수염을 그린다. 또 세례를 주는 분이 동네에서 영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할머니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경건한 세례식 장면하고는 많이 달라 또 다른 흥취를 자아낸다.
마나과에서 마사야 마을로 가는 길에 파란 트럭에 말 2필을 싣고 황제처럼 모시고 가는 차량을 보게 되었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생겨서 '재미있는 게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트럭을 쫓아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사야 마을에 '말 댄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마을이 축제분위기다.
'말 댄스대회'는 1년에 한 번 연말에 개최하는데 카우보이들이 이 대회를 위해 1년 동안 열심히 말에게 댄스교습을 시킨단다. 말들도 갈기를 땋거나 염색과 퍼머를 해서 아주 아름답게 치장한다. 총 6㎞ 정도까지 행렬이 길게 이어지며 2㎞마다 무대가 설치되어 마리아치들이 연주한다. 탱고나 스윙, 왈츠 여러 가지 곡을 연주하는데 신기한 것은 말들이 이 곡의 박자에 맞추어 스텝을 바꾼다는 것이다. 열심히 훈련해서 그렇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말들이 음악을 듣고 거기에 맞추어 스텝을 밟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