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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긴꼬리딱새의 50일간 육아일기

긴꼬리 휘날리며 매일 먹이를 날랐다

엄마새 118번 아빠새 90번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3-08-15 19:21: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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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꼬리딱새 부부가 갓 태어난 새끼에게 먹이를 주며 보살피고 있다.
삼광조라고 불리는 긴꼬리딱새는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몸집이 작은 이 새는 눈가 파르스름한 테두리와 특유의 긴 꼬리를 지니고 있다. 깃털이 멋지다. 취재팀은 승학산 계곡을 따라가면서 처음으로 긴꼬리딱새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대부분 긴꼬리딱새는 해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를 향해 힘든 비행을 한다. 동아시아, 서부 태평양 지역을 건너 우리나라에 도달하는데, 이 긴 여정 도중 많은 개체가 목숨을 잃는다. 녀석들은 장거리 비행의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맹금류에게 희생되기도 한다.

   
삼광조라고 불리는 긴꼬리딱새 수컷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숲 속의 요정' 긴꼬리딱새 수컷의 꼬리는 매우 길어 45㎝, 암컷은 수컷보다 짧은 18㎝ 정도다.
긴꼬리딱새는 국제적 희귀 조류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여름 철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적색목록(Red List)에 위기 근접 종(NT)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있다.

긴꼬리딱새는 주로 나무가 울창한 산림에서 산다. 보통 때는 "히요이, 호이, 호이, 호이" 하며 빠르게 울고, 경계할 때나 싸울 때는 "꽈이, 꽈이, 꽈이", "쿠이, 쿠이, 쿠이" 하며 울고, 즐거울 때는 "쯔키, 히호시, 뽀이, 뽀이, 뽀이" 하며 예쁘게 지저귄다. 수컷은 꼬리가 매우 길어 45㎝, 암컷은 수컷보다 짧은 18㎝ 정도이며 부리와 눈의 테두리가 파란색이다.

낙동강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부산 사하구 승학산. 취재팀은 계곡 기슭 대나무 군락지 속에서 Y자형의 가는 사스레피 나뭇가지에 보호색으로 잘 위장된 둥지를 발견했다. 크기도 아주 작아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긴꼬리딱새의 번식처가 계곡이기는 하지만, 도심 산기슭에서 발견된 점은 이례적이다.

   
위에서부터 긴꼬리딱새가 둥지에 낳은 4개의 알과 부화한 새끼들, 그리고 새끼들의 이소(離巢)로 텅 비어 있는 둥지.
취재팀은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긴꼬리딱새 둥지를 발견한 이후 50일간 둥지 짓기에서부터 이소(離巢)까지 번식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둥지 짓기는 5월 20일부터 6월 15일까지 28일 정도 걸렸다. 6월 16일부터 매일 1개씩 알을 낳기 시작해 19일까지 4개의 알을 낳았다. 6월 20일부터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어 7월 1일까지 12일 만에 4마리가 부화했다. 이소는 7월 10일 알을 깨고 나온 지 10일 만에 이뤄졌다.

긴꼬리딱새는 집짓기를 어떻게 할까. 이 새의 둥지에는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건축술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주 은밀한 곳에 둥지를 튼다. 천연 재료인 이끼와 거미줄을 이용해 숲이 울창하고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습한 곳에 둥지를 짓는다.

우선 가는 나무뿌리나 식물 줄기로 둥지 안쪽을 촘촘히 엮는다. 둥지의 기초를 쌓는 과정이다. 둥지의 표면에 이끼를 덮는다. 이끼는 물론 위장에도 도움이 된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 접착제는 거미줄이다. 거미줄은 끈기가 있을 뿐 아니라 초가를 엮을 때 사용되는 새끼줄처럼 이끼를 둥지와 단단히 밀착시켜 준다.

그런 다음 앞가슴으로 둥지 모양을 둥글게 만들고 둥지의 크기를 수시로 점검한다. 둥지가 자신의 몸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암수는 협업과 분업을 통해 보금자리를 완성해 나간다. 드디어 완성된 둥지. 바깥지름 8㎝, 안쪽 지름 6㎝, 길이 8㎝, 깊이 3.5~4㎝의 섬세한 둥지다. 주변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음에도 눈으로 보기에도 정교하고 견고하다. 설계도도 없이 지은 둥지이지만, 한 점의 예술품을 방불케 한다.


# 부화 1일째(관찰 42일째, 7월 1일)

   
앞가슴으로 둥지 모양을 둥글게 만들고 있는 암컷.(위), 생후 1일째. 수컷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이른 아침, 알을 품고 있던 긴꼬리딱새 둥지의 낌새가 이상하다. 드디어 첫째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알이 부화하기까지 약 12일이 소요됐다. 첫째가 깨어나자 어미는 본능에 따라 알껍데기를 먹기 시작한다. 어미의 이런 행동은 냄새를 없애 천적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고 그동안 부족했던 칼슘을 섭취하려는 생활의 지혜다. 그러나 껍질 네 개를 다 먹기엔 너무 많다. 어미는 껍질에 구멍을 내 이를 물고 둥지를 나섰다.

그 사이 둘째까지 태어났다. 새끼는 어미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자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다. 둥지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에 알껍데기가 발견됐다. 천적에게 둥지의 위치를 헷갈리게 하기 위한 어미의 작전이다.

이제부터 먹이가 많이 필요한 시기.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는 어미. 그러나 처음 먹어본 먹잇감이 첫째에겐 버거운 모양이다. 어미는 다시 시도해 보지만 아직 먹는 것조차 힘든 새끼다. 이번엔 거미를 잡아왔다. 어미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져왔음을 알리며 목청을 높인다. 먹이가 너무 큰 탓인지 먹지 못하자 어미는 어쩔 수 없이 직접 먹어치운다. 다른 알에서도 새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 간격으로 하나씩 깨어나오는 새끼들. 오후 1시44분께 마지막 한 마리가 부화했다. 총 4마리.

수컷이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왔다. 장맛비와 배고픔을 이기며 새끼들을 지키는 어미. 수컷은 고생하는 암컷에게 정성껏 잡아온 벌레를 전해준다. 암컷은 먹이를 먹는가 싶더니 입안에서 부드럽게 만든 후 다시 뱉어내 새끼에게 먹여준다. 자식농사가 풍년이다. 한꺼번에 네 식구를 책임지게 된 수컷은 가장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쉴 틈 없이 먹이를 물어 나른다.


# 부화 5일째(관찰 46일째, 7월 5일)

   
새끼들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암컷.(위), 생후 5일째. 어미가 사냥해 온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다.
'숲 속의 요정'으로 불리는 긴꼬리딱새 어미는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돌본다. 둥지가 늘 평화스러운 것은 아니다. 종종 뱀, 어치, 고양이가 덮쳐 둥지를 망가뜨려 놓는가 하면 심지어 새끼를 잃기도 한다. 그래서 호시탐탐 어치가 접근하는 낌새가 보이면 암수가 힘을 합쳐 필사적으로 물리친다. 어치도 모성애 앞에서는 상대가 되질 못 한다. 어치가 접근하는 낌새가 보이면 어미는 주변 경계를 강화한다. 새끼를 노리는 녀석이 어딘가에 또 숨어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먹이를 잡으러 갈 때도 항상 암수가 번갈아 둥지를 지키는 것 역시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이다.

어미는 잠시 후 먹이를 물고 와 새끼들을 안정시켜 준다. 일제히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어린 새끼는 먹이를 제대로 삼키지 못한다. 어미가 먹이를 다시 새끼의 입안으로 넣어준다. 그리고 새끼의 배설물을 자신의 입으로 받아낸다. 생명을 키우는 일은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 취재팀이 접근하자 긴꼬리딱새가 예민해진다. 수컷은 우리가 떠난 뒤에야 새끼들이 있는 둥지로 돌아온다. 어미의 보살핌 속에 녀석들의 먹성이 부쩍 좋아졌다.


# 부화 7일째(관찰 48일째, 7월 7일)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수컷(위)와 암컷은 미동도 않고 새끼를 품고 있다.
온종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관찰할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취재팀은 비를 보면서 비 오는 날 긴꼬리딱새 둥지는 어떤 모습이겠느냐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장맛비가 내리자 긴꼬리딱새 어미는 새끼들을 위해 기꺼이 둥지의 지붕이 된다. 빗물과 한기가 스밀 틈 없이 꼭 들어맞는 어미의 몸. 둥지를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짓는 이유이다.

어미 새의 새끼 사랑이 눈물겹다. 장대비 속에서도 새끼 품기는 암수가 교대로 계속하고 있었다. 어미는 날개를 펼쳐 둥지에 있는 새끼들이 비에 젖을까 안절부절못한다. 어미는 온몸이 흠뻑 젖었다. 새끼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미의 체온과 먹이다.

암컷 어미는 흠뻑 젖은 채 새끼 네 마리에게 물고 온 먹이를 주고 있었다. 비를 피할 곳 없는 새에게는 내리는 장대비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거센 장맛비 속에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긴꼬리딱새 수컷은 빗속에서도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수컷도 온몸이 흠뻑 젖은 채 부리에 먹이를 가득 물고 날아왔다. 새끼들은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온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아차린다. 장대비 속에서도 어미가 오는 소리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새끼들에게 배고픔만큼 간절한 것은 아직 없으니까.

   
둥지를 떠난 새끼가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다.
취재팀이 관찰한 먹이 공급 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는 5분 간격이었다. 특히 오전에는 쉴 사이도 없이 먹이를 공급하는데, 아마 밤 동안 고스란히 굶고 지낸 새끼들의 허기를 달래주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오전 11시를 넘기면 먹이를 잡아오는 간격이 길어진다.

하루 동안 암컷의 먹이 공급 횟수는 118회이고, 수컷은 90회로 암컷이 조금 더 많았다. 시간대별로 보면 암수 모두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가 가장 많았고, 수컷은 오전 7시와 8시 사이가 암컷의 배 정도 많았다.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암컷이 많았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다가 오후 6시에는 약간 증가했다.


# 부화 10일째(관찰 51일째, 7월 10일)

   
생후 10일째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려고 하는 모습.
마침내 둥지를 떠나는 날. 이소의 유인 방법을 보면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어미 새는 나타나질 않는다. 왜 나타나질 않을까. 새끼들의 배가 고프게 한 뒤 먹이를 물고 둥지 옆 나뭇가지에 앉아 이소를 기다리며 유인하는 인내력을 볼 수 있었다.

어미는 오전 9시께 나타나 나무 위에서 새끼를 유인하는 울음소리를 내며 새끼들이 집 떠나기를 재촉한다. 녀석들은 이제 둥지를 떠나 홀로 서야 한다. 암컷의 재촉에 서두르다 새끼 한 마리가 둥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는 어미 수컷이 새끼 떨어진 곳 주변에서 가끔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새끼는 얼른 어미 수컷 울음소리가 나는 숲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수컷은 이소 하루 전부터 둥지에는 나타나지 않고 가끔 울음소리만 들려준다. 아마 이소를 시키기 위해 은신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둥지에는 아직 세 마리가 남아있다. 어미가 유인하건만 쉽게 나서지 못한다. 나머지 세 녀석을 유인하기 위한 어미의 유혹은 계속된다. 마침내 두 번째 녀석이 날 준비를 한다. 녀석은 떨어지지 않고 제대로 나뭇가지에 앉았다. 나머지 남은 셋째, 넷째. 어미를 불러도 응답이 없자 용기를 내 마침내 날아오른다. 둥지를 나온 새끼들에게는 운동량을 늘려 준 후 다시 먹이를 공급한다. 그런 과정과 시기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보면 긴꼬리딱새는 영물임이 틀림없다.

긴꼬리딱새들은 이소 후에는 다시 둥지로 돌아가지 않고 둥지 주변 나뭇가지에 적당한 은신처를 찾아 잠을 자며 머문다. 어미를 따라다니면서 지형과 지역의 특성을 익힌 다음 이를 기억했다가 다음 해에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 같다.

도시 환경을 이겨내고 천적을 물리치는 긴꼬리딱새 어미의 힘. 그 속에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 그 이상의 야생 모정이 숨 쉬고 있다. 때로는 강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놓는 어미의 삶. 모성은 거대한 야생의 질서를 유지하는 대자연의 근원이다.

취재 협조=박용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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