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줌마칼럼]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2-11 19:08:19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졸업시즌. 아들 둘이 대입과 고입으로 원하는 길을 찾아 곁을 떠난다. 3월이면 멀리 타지로 떠날 두 녀석과 벌이는 아침의 전쟁은 예전과 다르게 견딜만하다. 돌아보면 참으로 눈물겨운 시간이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아침 출근 시간, 내팽개치듯 놓은 아침 식탁 위의 짝이 다른 젓가락, 잠도 덜 깬 아이를 데리고 아침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던 어린이집, 일 년 10번이 넘는 제사를 위해 아이 둘을 품에 안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가던 서울 부산 왕복길,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보며 출근하는 차 안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내던 기억. 그래도 무심히 세월은 흘렀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소풍날. 일하는 엄마 티 내지 않으려고 새벽 3시반부터 일어나 하품과 함께 말아야 했던 옆구리 터진 김밥, 한글도 다 떼지 못한 채로 학교에 입학시킨 큰아이를 두고 겁없는 엄마라고 들어야 했던 주위의 핀잔, 시험 범위 내용을 환하게 꿰는 엄마들 앞에서 시험날짜도 몰라 받아야했던 무안함. 그렇게 견뎌온 십수 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가슴에 내려앉는 요즘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워킹맘으로 산다는 건, 선물받은 값비싼 밍크 달린 장갑을 한겨울 집에 두고 나온 기분이었다. 생각하면 괜스레 기분 좋다가도 당장 없으니 허전하고 불편한 마음. 그 고급스러운 장갑을 껴보지도 못한 채 한겨울 추위를 오롯이 견뎌가며 생각만으로 추위를 이겨내야 했던 '가졌으면서 아쉽고, 곁에 두고 그립고, 든든하면서 불편했던 기억'이다.

허겁지겁 달려간 운동장에는 벌써 운동회가 끝나 먼지만 폴폴 날렸던 쓸쓸한 기억도 이제는 더는 담아두지 않을 것이다. 삼삼오오 차 마시는 엄마들 사이를 허겁지겁 뚫고 앉아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눈치를 살펴야 했던 기억도 버릴 것이다. 입시제도의 현실을 읊어대는 유명학원 강사 앞에서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 해 품었던 일말의 죄의식도 털어낼 것이다. 어렵게 짬을 내 찾아간 교무실, 담임선생님 앞에서 눈치없이 담임선생님 성함을 대며 두리번거리다가 가졌던 죄송했던 기억도 깡그리 잊을 것이다.

세간의 잣대로 자식을 잘 키웠다는 부모들도 자식 앞에 서고 보면 만족은 없다. 늘 부족하고 미안하다. 자식을 키우는 일이란,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 시끄러운 진실 몇 가지쯤 아프게 녹여내며 사는 일이니 말이다. 워킹맘이나 전업맘이나 속시끄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불편함을 몇가지 더 얹고 사는 차이라고 할까? 교육 전문가들도 정작 제 아이의 육아 앞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또 위로받으며 오늘을 견디는 것이다. '자식을 잘 키운다'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그 명제 앞에 나는 한가지의 해답을 찾아냈다.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도록 무한히 응원해주는 일'. 십수년 워킹맘의 눈물로 찾아낸 나의 해답이다.

졸업과 함께 아이들은 저마다 새 길로 나아간다. 가능성을 열고 나아가는 아이 앞에서 지난 기억에 남아있는 몇몇 낙담과 절망,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졸업시켜 버릴 일이다. 우리는 그들을 무한히 응원하는, 그들의 엄마니까.

유정임·FM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 낙인” 59년의 恨 대법은 풀어줄까
  2. 2추신수, 부산고에 소고기 50㎏ 쐈다…황금사자기 첫 우승에 동문도 ‘들썩’
  3. 3“영화계·시민 모두의 소리 듣겠다” BIFF 12일 쇄신 간담회
  4. 4해파리 곧 출몰한다는데…해수욕장 차단망 내달께 설치
  5. 5부산 52만 명 감정노동 시달리는데…권익보호 외면하는 부산시
  6. 6훈육하다…싸우다가…자녀 살해한 부친들
  7. 7대행체제 시설공단, 먹튀 논란 교통공사…공석 대표자리 인선 주목
  8. 8U-20 3연속 4강…브라질·잉글랜드 차례로 격파
  9. 9“과외앱 통한 만남 겁난다” 정유정 후폭풍에 탈퇴 러시
  10. 10‘택시 등 대중교통비 인상 전 의견수렴 의무화’ 조례 시끌
  1. 1‘택시 등 대중교통비 인상 전 의견수렴 의무화’ 조례 시끌
  2. 2“천안함 자폭” 논란 이래경, 민주 혁신위원장 9시간 만에 사의(종합)
  3. 3북한 위성 재발사 임박? 설비 이동 움직임 포착
  4. 4민주 혁신위원장 이래경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에 사의
  5. 5황보승희 정치자금법 수사…與 초선 풍파에 교체론 커지나
  6. 6[정가 백브리핑] ‘영원한 형제’라던 권성동·장제원, 상임위서 또 이상기류
  7. 7尹 지지율 5주 연속 상승세 꺾이고 약보합..."野 공세 효과 아직"
  8. 8이래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임명 9시간 만에 사퇴(종합)
  9. 9대통령실, KBS TV 수신료 분리징수 위한 법령 개정 권고
  10. 10국회 부산엑스포 특위도 4차 PT에 힘 보탠다.
  1. 1주가지수- 2023년 6월 5일
  2. 2부울경 매출 5000억 이상 상장사 지난해 39곳…성우하이텍 전국 순위 14계단 상승
  3. 3지난달 라면 물가 13% 급등…금융위기 이후 최고 상승
  4. 4부산서 10월 'OTT 국제행사' 열린다…"투자 유치 도모"
  5. 5프린터시장도 친환경 바람..."레이저 프린터 비켜~"
  6. 6올해 우윳값 얼마나 오를까… 소비자는 불안하다
  7. 7정규직 전환 성공한 인턴들 비결은
  8. 8생필품 10개 중 8개 올랐다(종합)
  9. 9"지난해 대중 수출 4.4% 감소…중국 외 시장에선 9.6%↑"
  10. 10올해 1~4월 건설 수주액, 작년보다 15조 줄었다
  1. 1“성폭행 당하고도 가해자 낙인” 59년의 恨 대법은 풀어줄까
  2. 2해파리 곧 출몰한다는데…해수욕장 차단망 내달께 설치
  3. 3부산 52만 명 감정노동 시달리는데…권익보호 외면하는 부산시
  4. 4훈육하다…싸우다가…자녀 살해한 부친들
  5. 5대행체제 시설공단, 먹튀 논란 교통공사…공석 대표자리 인선 주목
  6. 6“과외앱 통한 만남 겁난다” 정유정 후폭풍에 탈퇴 러시
  7. 7“父 4번 입대해 2차례 참전…총알 피했지만 병마로 쓰러져”
  8. 8‘감정노동현장’ 콜센터 취업기 <하> 빚 권하는 사회 비판하면서…‘카드 돌려막기’ 권유 회의감
  9. 9복지부 장관 “2025년 입시땐 의대정원 확대”
  10. 10“초·중 찾아가 환경교육…그린도시 부산도 선도”
  1. 1추신수, 부산고에 소고기 50㎏ 쐈다…황금사자기 첫 우승에 동문도 ‘들썩’
  2. 2U-20 3연속 4강…브라질·잉글랜드 차례로 격파
  3. 3U-20 월드컵 축구 한국 2회 연속 4강 진출 쾌거
  4. 4세트피스로 ‘원샷원킬’…최석현 95분 침묵 깬 헤딩골
  5. 5알바지 UFC 6연승…아랍 첫 챔프 도전 성큼
  6. 6프로 데뷔전서 LPGA 제패한 슈퍼루키
  7. 7한국 U-20 월드컵 2회 연속 4강..."선수비 후역습 통했다"
  8. 8기세 오른 롯데도 “스윕은 어려워”
  9. 9‘부산의 딸’ 최혜진, 2년7개월 만에 KLPGA 정상
  10. 10맨체스터의 주인은 맨시티
우리은행
부산 리틀야구단에 가다
“제2 이대호는 나” 경남고 선배들 보며 프로 꿈 ‘쑥쑥’
부산 리틀야구단에 가다
부상 방지 ‘룰 야구’ 고집…선수들 미래까지 챙긴다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