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줌마칼럼] 5월 착하게 살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05-11 19:17:1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렇게 5월이 올 줄 몰랐다. 슬금슬금 넉 달이 사라졌고 새해를 열며 품었던 다짐들이 채 모습을 갖추기도 전에 5월이 오고야 말았다. 후다닥 사라진 넉 달이 아쉽긴 하지만 시나브로 찾아 온 5월이 고맙기 그지없다. 움직이기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가족행사가 많은 5월, 나들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지난 주말 마트에 갔다가 장난감 코너를 지나면서 한 꼬마와 젊은 아빠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아빠! 아빠는 저거 안 갖고 싶지?" "글쎄, 생각 안 해 봤는데." "나는 갖고 싶은데, 조르지 않을거야. 난 착하니까! 초록반 선생님이 착해야 선물도 받을 수 있대." 아이의 말에 킥킥 웃음이 났다. 아빠도 황당했는지 얼굴이 웃음이 가득하다.

"우리 아들은 매일매일 착한 걸, 그래서 아빠가 선물 사 줄건데." "진짜? 나 안 조르는 거지? 나 착한 거지? 진짜 안 갖고 싶어." 아이의 대답은 이미 확신에 차 있다. 아빠의 칭찬에 자신의 '착함'을 강조하며 기쁨에 들떠 있다. 아쉽게도 끝까지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아이는 장난감을 선물받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향했으리라. 해마다 5월에는 더 착해져야 한다는 대단한 사명감까지 가지고 말이다.

착하게 살라고 초록반에서 배운 꼬마보다 더 많이 차고 넘치게 배운 나는 얼마나 착하게 살고 있는가 돌이켜보게 된다. 착하게 산다는 기초적인 명제 앞에서 나는 얼마나 당당한가. 가족 행사가 많은 5월 앞에서 꼬마의 이야기는 내내 가슴에 남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조차 자주 드리지 못하는 불효를 반성하기에 앞서 봉투에 얼마를 담아야 하는지 지갑 열고 계산부터 하고 있는 나의 속셈이 드러날 때 착하게 살아야 하는 자식의 도리가 무엇인지 정말 부끄러워진다.

나이 드신 부모를 때마다 찾아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만들어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중국 상하이 시의 조례가 이달부터 시행이 된다. 당장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 먼 이야기라고만 여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오지 않는 자식을, 그래서 부모를 외롭게 만드는 자식을 제소할 부모가 몇이나 될까? 바쁘다는 이유가 핑계임을 알면서도, 외롭게 방치해 속이 타들어 죽음에 이르면서도 부모는 착하지 않은 자식들을 탓하지 않고 살아간다.

5월. 일 년에 단 한 번일지라도 나는 꼬마처럼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어 본다. 내 속에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를, 어딘가에 분명히 숨어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착한 본성'을 찾아 힘겨운 되찾기를 시도해 보려는 것이다. 청소시간, 빗자루를 먼저 들어 선생님께 받았던 칭찬을 떠올려 봐야겠다. 과자를 먹다가 욕심 부리지 않고 동생에게 선뜻 양보해 엄마께 받았던 칭찬을 기억해 봐야겠다. 오빠가 깨뜨린 화분 앞에서 의리 있게 고자질하지 않아 아버지에게 들었던 칭찬을 돌아봐야겠다. 착하게 사는 게 더없이 소중하다고 알고 있었던 기억이 어딘가에는 남겨져 있지 않을까.

어른이 되니 착하다고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다. 오염되고 얼룩진 나의 '어른살이'에 흥부놀부를 되새겨보고 콩쥐팥쥐를 소환해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 년에 단 한 번 5월의 행사가 되더라도, 초록반의 꼬마처럼 '착한 어른'이 되어 봐야겠다.

유정임 FM90.5 부산영어방송 편성제작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6. 6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3. 3“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