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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밥상 위 펼쳐지는 팔도 식객들의 맛있는 수다

한국음식문화포럼 세미나- 좀 먹어봤다 하는 이들, 식문화 연구 위해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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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 각 지역 대표 식문화 연구자
- 분기마다 만나 콘텐츠 공유

- 이달 부산서 마주한 모임
- 돼지국밥·밀면·젓갈 등
- 타지서 융합된 음식들부터
- 낙동강서 나는 식자재까지
- 봇물 터지듯 이야기 풀어내

제주에서 서울까지 각 지역의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팔도 식객 6인이 부산에 모였다. 지난 6일 중구 보수동 용광횟집에서 한국음식문화포럼(이하 포럼) 세미나가 열렸다. 전국에서 온 내로라하는 음식문화 연구자들이 정확한 식문화 연구와 전파를 위해 포럼을 결성했다. 식객들은 서로에 대한 암묵적 존중과 음식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뭉쳐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세미나를 빙자한 친목 모임인가 싶었지만 모든 대화가 팔도 음식문화의 역사이자 미래였다. 팔도 식객들의 부산 만담에 동참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음식문화포럼의 팔도 식객들이 부산에 모였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배, 객원 멤버 이윤화, 이춘호, 김준, 이상희, 최원준, 양용진.
■팔도 식객의 탄생

한국음식문화포럼은 2년 전 팔도의 식문화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최초 이름은 ‘전국식객연대’였다. 한·중·일 음식의 기원은 물론 전국 원조식당의 실체, 팔도의 제철 식자재 및 특산물 정보 등을 공유하는 음식문화 콘텐츠 뱅크 같은 모임으로 시작했다.

알음알음으로 모인 구성원이 아닐까 싶지만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포럼의 멤버가 되려면 첫째, 지역사회에서 인정받는 음식 연구자여야 하며 둘째, 욕은 하되 욕을 먹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곱씹을수록 중요한 조건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포럼을 상업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포럼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부산·경남권은 최원준 동의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통영·남해안권은 사진가이자 요리연구가인 이상희 통영음식문화연구소장 ▷서울권은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와 김성윤 조선일보 음식 전문기자 ▷제주도는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겸 제주음식 전문 레스토랑 ‘낭푼밥상’ 대표 ▷대구·경북권은 이춘호 영남일보 음식 전문기자 ▷전라도권은 섬·갯벌 문화 전문가인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등 총 7명이다. 이들은 3개월마다 각 지역에서 만나 그간의 푸드 트렌드와 새로운 식자재 등에 관해 공부하고 토론한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따비에서 지난 9월 펴낸 ‘국밥’이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팔도의 국과 밥 문화를 책 한 권에 담았다. 내년 3월에는 국수를 주제로 한 팔도 음식 시리즈 2탄이 나올 계획이다.

■팔도 식객의 만찬

   
이날 메인 음식은 제철을 맞아 선명한 붉은빛 살집을 자랑하는 겨울 방어회였다. 식객들답게 식탁에 오른 모든 음식을 주제로 만담이 시작됐다. 형식은 자유로웠고 흐름은 종잡을 수 없었다. 누가 한 가지 음식을 화두로 던지면 다양한 역사와 뒷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최원준 동의대 평생교육원 교수가 최근 먹은 꼬시래기(망둥이) 맛을 자랑했다. 식객들은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세꼬시로 맞받아쳤다. 즉각적으로 팔도의 세꼬시 문화가 펼쳐졌다. 세꼬시는 생선을 뼈째 썰어 먹는 회를 일컫는다.

이춘호 영남일보 음식 전문기자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세꼬시를 일본에서 파생된 식문화라고 알고 있는데,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 형태는 부산이 출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상희 통영음식문화연구소장은 “뼈꼬시 세꼬시 등 다양한 접두어가 있지만, 공통점은 잡어를 뼈째 썰어 먹는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뼈째 썬 회 문화가 드물다”며 “통영에는 통영식의 ‘막썰어’를 세꼬시라고 한다”고 이어갔다.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이야기할 때, 해안 지역은 무조건 일본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음식 이름에 일본어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음식 자체를 두고 일본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무조건 단정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그것이 부산 음식문화의 가장 큰 맹점이다. 연구를 통해 식문화 발생과 역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도 식객의 부산 만담

   
한국음식문화포럼에서 펴낸 첫 번째 책 ‘국밥’.
본래 이날 포럼의 공식 주제는 부산에 스며든 각지의 음식문화였다. 부산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이주민의 도시로 성장했다. 팔도 음식문화가 자연스레 전파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 향토음식은 아니지만 타지의 식문화와 섞여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최 교수는 “피란민은 부산에 정착하며 식자재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환경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다 보니 타 지역의 향토 음식과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를 띤 부산 음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평양냉면에서 파생된 밀면, 각 지역의 돼지고기와 탕 문화가 어우러진 돼지국밥, 호남지역에서 전파된 다양한 젓갈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지리적 환경이 육지와 다른 제주도는 부산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은 “부산을 비롯해 전국에 정착한 제주 음식은 제주 해녀와 깊은 연관이 있다”며 “일제강점기 제주 해녀들은 일본인에 의해 전국 각지로 끌려갔다. 제주 음식은 조리법이 비교적 단순해서 해녀들이 직접 만들어 먹었지만 그 지역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로 정착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타지 사람이 제주도로 가서 제주 음식에 더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바다와 강이 가진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 지역에서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식자재를 공급한 자원 등 생태계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나큰 바다와 강이 주는 선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인류가 이토록 많은 자원을 소비해도 버텨주는 게 아닌가 싶다. 소모만 하지 말고 자원의 가치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분야에서는 유독 ‘내가 고수’라고 우기는 사람이 많다. 제대로 된 검증이 힘들고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맛에 대한 확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음식 계통에서는 전국구 강자가 나올 수 없다. 한 지역의 음식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20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라며 “팔도 음식을 다 안다고 자신하는 것은 그 사람의 나이가 최소 160살은 됐다는 뜻으로,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팔도 식객들의 다음 만찬은 생명이 움트는 내년 3월, 제주도에서 열린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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