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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중섭의 소’ 캔버스 뚫고 나온 듯…새해 힘찬 기운 받으소

설 연휴 가볼 만한 곳

  • 국제신문
  • 김미주 기자
  •  |  입력 : 2021-02-10 19:48:07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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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 ‘이중섭 거리’

- 1950년대 피란시절 예술혼 깃든 곳
- 계단·담벼락·보도에 편지·그림 전시
- 대표작 ‘흰소’ 등 소 형상 작품 즐비

# 거제·통영 드라이브

- 학동진주몽돌해변·해금강 등 코스
- 탁 트인 바다 마치 지상 낙원 온 듯
- 통영 충무김밥 등 미식 여행도 좋아

부산 동구 범일동 ‘이중섭 거리’는 피란 시절 이곳 일대에 머문 이중섭 화가의 작품과 인생이 깃든 야외 전시장이다. 사진은 이중섭 거리의 희망길 100계단 초입에 있는 ‘흰소’ 조형물. 작품 속 ‘흰소’(1954)가 캔버스를 뚫고 나온 듯 생동감 있는 모습에 신축년 하얀 소의 해를 맞아 긍정적 기운을 받으려는 방문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김성효 전문기자 kimsh@kookje.co.kr
올해는 신축년 ‘하얀 소’의 해다. 감염병시대 설 연휴를 맞아 ‘여행’이란 단어를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산책 삼아 떠나는 잠깐의 외출은 코로나19 블루를 떨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화가 이중섭이 피란 시절 머물렀던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는 신축년 소의 해 긍정적 기운을 한껏 받을 수 있다. 이곳 일대는 범일동 부산은행 범천동지점부터 마을광장까지 400m 구간으로 이어진 야외 전시장이다. 부산 근교로는 연휴에 잠깐 다녀오기 좋은 경남 거제 해안 드라이브 코스와 통영 미식 여행을 추천한다.

희망길 100계단 중간 포토존에 서면 온전한 그림으로 나타나는 소 두 마리. 김미주 기자
■‘소의 해’ 정취 깃든 이중섭 거리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오산학교 재학 시절부터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37년 일본 유학 생활 중 평생의 연인인 야마모토 마사코(남덕)를 만났고, 이후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두 아들과 부산 남구 우암동 피란민 수용소에 머물렀다. 1951년에는 제주도로 갔다가 그해 겨울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동구 범일동 귀환 동포 마을 변전소 인근 판잣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이듬해 마사코는 결국 영양실조에 걸린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홀로 남은 이중섭은 아내와 두 아들을 그리워하며 화가와 부두노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다 1956년 서울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동구는 2014년 이중섭 화가의 예술혼이 깃든 범일동 일대를 ‘이중섭 문화거리’로 조성했다.
계단 쉼터이자 갤러리인 ‘범일동 풍경마루’를 장식하는 이중섭 화가와 관련된 트릭아트.
이중섭 문화거리는 ‘이중섭 갤러리’(중앙대로 533번길 34)에서 시작한다. 천재 화가의 작품과 인생이 담벼락과 보도를 따라 펼쳐진 길이자 야외 갤러리는 ‘거리미술관 범일동 풍경’(범곡로 43 일원)을 거쳐 ‘희망길 100계단’(범곡로 53번길)으로 이어진다. 희망길 100계단에선 가파른 층계를 하나 오를 때마다 이중섭이 마사코에게 보낸 애절한 편지 구절이나 그림을 갤러리 형식으로 구경할 수 있다. 계단 난간에는 작은 액자를 활용해 이중섭의 작품을 꼼꼼히 전시했다.
소달구지를 타고 피란길에 오른 가족을 그린 ‘길 떠나는 가족’(1954).
이중섭의 작품 세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소’다. 가장으로서, 남자로서, 우직하게 인생을 개척하고 이끌어야 했던 그의 삶을 녹여낸 듯 강인하고 역동적인 소들은 작품에서 다양한 표정과 형태로 드러난다. 계단 곳곳에 있는 쉼터 겸 갤러리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범일풍경마루’에서는 소달구지를 타고 피란길에 오른 가족을 그린 ‘길 떠나는 가족’(1954), 선명한 외침을 표현하듯 붉은 배경이 인상적인 ‘황소’(1953)가 커다란 벽화 형태로 방문객을 맞는다. 특히 계단 초입 난간 갤러리 옆에는 이중섭의 대표작 중 하나인 ‘흰소’(1954)가 캔버스를 뚫고 뛰쳐나온 듯 동상 형태로 조성돼 눈길을 끈다. 하얀 소의 해를 맞아 특히 인기 있는 곳이다.

붉은 배경이 인상적인 ‘황소’(1953).
계단 끝은 이중섭 전망대(동구 증산로 168)다.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중섭의 명작 ‘범일동 풍경’(1951)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노란색의 작은 카페 겸 전망대에 서면 범일동과 부산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사코는 훗날 “범일동 1497번지의 판잣집에 거주했을 때가 정말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가족이 살던 판잣집은 사라진 지 오래이나, 고단한 삶을 버티게 해준 가족의 사랑이 일대에 내려앉은 듯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가 번지는 곳이다.

■경남으로 드라이브·미식 여행

조심스럽게 부산만이라도 벗어나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면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해안을 달리는 드라이브 여행도 좋겠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경남 거제는 부산과는 다른 분위기의 해안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700리(총길이 28.96㎞) 해안도로를 따라 펼쳐진 드라이브 코스는 마치 지상 낙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경남 거제 학동진주몽돌해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700리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만날 수 있는 명소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드라이브 코스는 학동진주몽돌해변~해금강~해금강테마박물관~도장포어촌체험마을 등으로 이어진다. 학동진주몽돌해변은 까만 몽돌이 백사장을 대신해 흑진주해변이란 별명을 가졌다. 여기서 유람선을 타면 바다의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과 이국적인 외도에 닿는다. 또 1950, 60년대 풍경을 재현한 해금강테마박물관과 신선대, 바람의 언덕 근처에 있는 도장포어촌체험마을도 섬마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한 곳이다.
도장포어촌체험마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700리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만날 수 있는 명소이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기름진 명절 음식이 물린다면 경남 통영으로 미식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통영 대표 음식인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은 너무 과하지 않게 배를 채워주는 한 끼 음식이면서도 맛있기까지 하다. 게다가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이 가능해 안방에서 통영의 맛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다. 충무김밥은 흰쌀밥과 김만으로 만든 작은 김밥에 무김치와 매콤한 오징어무침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1930, 40년대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도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던 게 시초로 알려졌다. 여행객과 주민은 ‘뚱보할매김밥집’과 ‘한일김밥’, ‘동진충무김밥’ 등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꿀빵은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튀긴 다음 물엿과 깨를 바른 한입 크기의 빵이다. 팥소가 기본 재료이나, 최근 고구마 치즈 유자 등 안에 들어가는 소가 다양해졌다. 충무김밥만큼이나 꿀빵 가게도 다양하지만 가장 오래된 곳은 1960년대부터 자리를 지킨 ‘오미사꿀빵’이다. 모두 수작업으로 한정 생산해 당일 판매량이 오전에 동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방문할 생각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겠다.

통영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빼떼기죽은 겉모습이 팥죽 호박죽과 비슷하다. 말린 고구마에 팥 콩 조 찹쌀 등을 넣고 두 시간 이상 끓여낸 음식이다. 통영문화마당에 있는 ‘통영빼떼기죽’이 주민에게 인기가 많다. 이곳은 욕지도 고구마와 직접 재배한 고구마를 반반 섞어 빼떼기죽을 만든다. 6개 이상 주문하면 택배로 받을 수 있다. 김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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