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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도 담벼락도 작품…이 마을은 통째 미술관

경북 영천 비대면 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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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춘 듯한 별별미술마을
- 아기자기한 벽화·조형물 꾸며
- 폐교 개조한 미술관선 전시회도

- 전국 한약재 30% 유통되는 고장
- 한의마을서 체질 진단·한옥 체험
- 최무선과학관, 아이들도 좋아해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하늘을 향해 별을 들어 올린 소년 조형물이 삼부천을 마주 보고 서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 좋다.
지난달 26일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버스정류장 옆. 계단 꼭대기에서 머리 위로 별을 들어 올린 소년 조형물 앞으로 삼부천이 고요히 흐른다. 인적 드문 마을은 내리쬐는 햇살만큼 평화롭고 사색에 잠기기 좋다. 모처럼 빌딩 숲에서 벗어나 한옥으로 둘러싸인 영천한의마을을 걸을 때는 조선 시대로 이동한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 전해졌다.

이들 마을은 모두 영천 9경에 속한 곳이다. 최근 영천시는 지역 대표 관광지 9곳을 ‘영천 9경’으로 선정했다. 9경에는 별별미술마을과 영천한의마을을 포함해 은해사, 임고서원, 보현산천문대, 치산관광지, 보현산댐 집와이어, 운주산승마자연휴양림, 영천댐 벚꽃 백리길이 포함됐다. 대부분 야외에 있어 사람과의 접촉은 줄일 수 있되 볼거리는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는 관광지다. 봄을 앞두고 가족여행지로 딱인 영천을 거닐었다.

   
옛 화동초등학교를 개조한 시안미술관 내부.
■마을 전체가 정겨운 미술관

시안미술관(화산면 가상리)은 옛 화동초등학교와 현대식 건축물을 융합한 복합 문화예술공간이다. ‘열린 미술관, 문턱 낮은 미술관’을 표방하며 지역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시기별로 작품을 전시한다. 오는 28일까지는 ‘비 트루(BE TRUE)’전을 연다. 강원제 권효정 최승준 하지원 작가가 각각의 예술세계로 ‘진실’을 해석한 전시다.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버스정류장.
3층짜리 미술관은 나무계단을 디딜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린다. 다양한 색상의 그림자를 가진 검은 기둥을 통해 소멸된 진실을 묻는 하지원의 작품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이어 모터 기계장치와 천막 프레임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는 권효정의 ‘둘일주마등’, 어릴 적 봤던 비디오물의 허술한 연출과 선악의 대립을 재해석한 최승준의 ‘씬(Scene)’ 시리즈, 기존 작업물을 자르고 오려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재탄생시킨 강원제의 ‘언셀렉티드 페인팅(Unselected painting)’이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별별미술마을을 장식하는 벽화.
시안미술관에서 나오면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야외 미술관인 ‘별별미술마을’(가래실 문화마을, 화산면 가상리)로 이어진다. 실개천을 따라 정미소와 우물 폐가 등 시간이 멈춘 듯한 옛 마을의 풍경을 보존하면서도 벽화와 조형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이 마을은 안동 권씨와 영천 이씨, 평산 신씨의 집성촌으로 제실과 정자 가묘 등 전통적인 문화자원도 풍부한 곳이다. 주황색 지붕이 앙증맞은 버스정류장을 봤다면 별별미술마을 입구에 다다른 것이다. 공예체험관과 행복나눔센터 등을 지나는 동안 개조된 건축물과 옛 가옥이 여러 차례 교차한다. 이 중 마을주민의 삶을 간직한 ‘우리 동네 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다. ‘시계의 초침을 따라 삶을 이어가는 도시인들과 달리 햇살의 밝기에 맞춰 삶을 살아가는 곳입니다’. 박물관을 소개하는 글귀에서 마을의 정겨운 삶이 묻어난다.
   
별별미술마을의 바람이 머무는 풍영정.
작은 슈퍼 담벼락에는 사시사철 꽃 그림이 피어 있다. 유성이 떨어진 듯 커다란 별 벽화는 이곳에서 유명한 포토존이다. 담벼락에 붙은 ‘모기자리’는 얼핏 보면 외계에서 온 거인 모기처럼 실감 난다. 조선 시대 학자인 권응도의 덕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건립한 정자인 ‘풍영정’에서는 마을을 구경하다 쉬어가는 바람과 조우한다. 보물찾기처럼 볼거리 가득한 마을은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천한의마을의 곰과 호랑이를 활용한 익살스러운 조형물.
■한의학·과학 덕후 오감 자극

영천은 전국 한약재 유통시장의 30%를 차지하는 한방도시다. 보현산과 채약산에 희귀한 약초가 많아 ‘영천에 없는 약재는 우리나라에 없다’는 말도 전해진다. 2019년 오픈한 ‘동의참누리원 영천한의마을’(화룡동)을 찾으면 한방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10만여 ㎡ 규모의 한의마을은 ‘오장육부’를 형상화한 한옥단지로 이뤄진 점이 독특하다. 크게 실내 체험관은 오장의 이름을, 야외 체험관은 육부의 이름을 붙였다.

   
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게임·체험 도구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무선과학관.
실내 체험관에서는 사상체질 진단체험으로 자신의 체질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한약재와 약선 음식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족욕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유의의 삶과 지혜, 본초의 역사 등을 전시한 유의기념관은 4D 영상으로 생생한 관람이 가능하다. 숙박이 가능한 한옥 체험관을 이용하면 고즈넉한 한옥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실내 체험이 중단됐다가 이달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특히 한옥 귀퉁이나 정원 곳곳에 자리한 동물 조형물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창문을 몰래 들여보는 듯한 거대한 곰, ‘줄을 서시오’라는 팻말을 든 곰과 팔을 다친 호랑이 등 재치 있는 조형물이 많다. 특히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해 굽신거리는 자라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토끼 조형물은 별주부전의 현대판인 듯 웃음이 터진다.

   
밀리터리 덕후나 과학 마니아는 ‘최무선과학관’(금호읍)을 찾으면 좋다. 최무선과학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을 개발하고 진포대첩과 관음포대첩 등 해전에서 세계 최초로 화포를 사용한 최무선 장군을 기념한 곳이다. 과학관에서 화포의 역사부터 우리나라 해전술, 기초과학까지 체험할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과학관은 최무선과학관과 최무선영상체험관으로 나뉜다. 과학관에서는 최무선이 개발한 화포를 중심으로 화포와 해전술의 역사가 펼쳐진다. 전통과학과 창의과학도 모두 만난다. 특히 원소 주기율표를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게임은 과학 덕후의 호기심을 쉼 없이 자극한다. 영상체험관에서는 실감 나는 화약 제조 가상 체험과 진포대첩 4D 관람을 할 수 있다. 화약 제조 가상 체험을 하면 발급받는 수군 임명장은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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