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싼 장복산 기슭
- 58만㎡에 30~40년생 편백이 빼곡
- ‘치유의 숲’ 이름 따라 마음까지 힐링
- 경남 1호 사립수목원 ‘보타닉뮤지엄’
- 나무 500종·야생화 2000종 등 장관
코로나19로 진해군항제 등 봄을 대표하는 축제가 올해도 대부분 취소됐다. 싱그러운 봄을 맞아 상춘객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숲길을 찾았다. 숲은 걷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완화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식물이 병원균이나 해충 등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피톤치드는 사람에게도 무척 이롭다. 오롯이 자신만의 속도로 타인과 접촉 없이 걸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 5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경남 창원 진해로 향했다. 편백숲길을 걸으며 완연한 봄의 푸르름을 마주하고, 보타닉뮤지엄에서는 봄꽃 향기를 만끽했다. 숲은 이미 사방에 봄이 번졌다. ‘시크릿 가든’ 진해를 걸었다.
■쭉 뻗은 편백 스트레스 날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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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복산 자락 30~40년생 편백이 빼곡히 이어지는 ‘편백 치유의 숲’.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편백에 둘러싸여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
전날 내린 비로 땅은 질척거렸고, 곧 쏟아질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산을 뒤덮었다. 진해시외버스정류장에서 창원 ‘편백 치유의 숲’(장복산길·태백동)까지는 자동차로 10분 남짓 걸린다. 장복산(해발 582m) 공원 입구를 지나자 날씨가 우중충한 가운데 선명한 푸른 숲이 한가득 쏟아졌다. 진해구를 병풍처럼 둘러싼 장복산은 일대 290만여 ㎡(88만여 평)의 넓은 녹지대가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이 중 편백 치유의 숲은 장복산 자락 58만 ㎡에 걸쳐 30~40년생 편백이 빼곡히 이어지는 길이다.
숲길은 장복산 능선을 따라 걷는 두드림길(5.4㎞), 편백에 둘러싸여 사색하며 걷기 좋은 다스림길(3.1㎞), 동백나무와 400년 된 소나무를 조망하며 걷는 평지인 해드림길(2㎞), 나무덱으로 누구나 걷기 좋은 어울림길(1.3㎞), 진해만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더드림길(3.8㎞) 등으로 나뉜다. 바른 자세로 걷는 방법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유센터도 지척에 있다.
편백을 만끽할 수 있는 다스림길로 향했다. 입구부터 하늘을 향해 쭉 뻗은 편백이 등산객을 반겼다. 길은 한 방향으로만 나 있지 않고 어디서든 편백에 둘러싸일 수 있도록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또 누워서 볼 수 있는 평상이나 벤치가 곳곳에 있어 산책 중 언제든 편하게 앉아 편백을 천천히 감상하기 좋다. 구름에 가린 태양이 이따금 편백 잎 사이로 햇살을 흘려보내는 것을 평화롭게 구경했다. 나뭇잎을 스치는 청량한 바람 소리는 마음 깊이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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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수목원인 보타닉뮤지엄에 활짝 핀 ‘플라밍고’. |
■햇살처럼 꽃 쏟아지는 비밀정원
최근 진해 보타닉뮤지엄(진해대로·장천동)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보타닉뮤지엄은 경남 1호 사립수목원으로 2017년 장복산 중턱에 문을 열었다. 뒤로는 천자봉과 진해만생태숲이, 앞으로는 진해만이 펼쳐져 있어 아늑한 비밀정원에 들어선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비대면 산책으로 꽃구경을 할 수 있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 SNS에서도 인기가 높다.
수목원은 나무 키가 8m 이상인 교목 200종, 키가 작은 나무인 관목 300종, 야생화 2000종 이상이 사계절 내내 피고 지며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식물이 순서에 맞춰 개화하도록 배치해 어느 계절에 찾아도 꽃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 소리와 바위틈에 피어난 야생화가 시각과 청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수목원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암석원은 작은 바위와 돌을 배치하고 다육식물을 심은 형태다. 바위마다 실제인 듯 귀여운 고양이·강아지 모형 등을 옹기종기 배치해 앙증맞은 분위기를 살렸다. 발아래 피어난 작은 야생화와 돌로 만든 절구, 사물놀이패 인형 소품까지 구경거리가 가득한 산책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커다란 유리온실 ‘꽃들의 집’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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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타닉뮤지엄의 온실 ‘꽃들의 집’ 입구. 햇살처럼 환한 노랑아카시아와 야생화, 관목 등을 볼 수 있다. |
온실에는 노랑아카시아가 봄 햇살처럼 줄을 지어 만개해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새끼손톱보다 작고 노란 꽃송이가 솜뭉치처럼 탐스럽게 붙은 채 가지를 늘어트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은은한 아카시아 향도 마스크를 뚫고 코로 전해졌다. 숲길을 걸을 때 느꼈던 청량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노랑아카시아의 햇살 같은 비호 아래로는 진달랫과인 ‘프레지던트 루스벨트’, ‘이베리스(눈꽃)’, 마취목 ‘플라밍고’ 등 평소 보기 힘든 꽃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출입이 통제된 ‘이끼 정원’은 수목원에서 이끼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곳을 골라 조성했다. 특히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한국의 산맥을 축소 재현한 점이 이색적이다. 산맥별로 자생하는 변산바람꽃, 흑란, 금새우난, 설앵초 등을 심어 한국 산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경복궁을 본뜬 돌담과 노랑할미꽃, 앵초, 바람꽃 등 다양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꽃대궐’, 수목원 전경과 진해만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하늘길’, 민간신앙을 목적으로 세우는 솟대를 볼 수 있는 ‘솟대공원’ 등 테마별로 정원을 나눠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입장료 성인 6000원(아메리카노 1잔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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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일대 활짝 핀 벚꽃. 사진=연합뉴스 |
수목원 맞은편에는 진해만 생태숲 온실이 있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기둥 선인장, 3월에 영그는 하귤 등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온실은 자연학습장과 대나무숲길, 종가시나무숲으로 연결되는 솔수평이길 등 진해만 생태숲과 이어진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