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밤, 미국에서 들려온 영화 ‘미나리’의 낭보에 오랜만에 설렜다. 다음 달 25일(현지시간)에 개최되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에 ‘미나리’가 작품상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정이삭)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지난해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며 아카데미를 발칵 뒤집었던 순간을 재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윤여정이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에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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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4월 25일(현지시간)에 개최되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이 유력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
그렇다면 ‘미나리’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몇 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안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건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오른 여우조연상이다.
캐나다에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의 촬영을 마치고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그는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도 정말 영광이고, 사실 나와 같이 후보에 오른 다섯 명 모두가 각자의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상을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지만 실제 수상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들의 면모를 보면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연기파 배우들이 후보로 지명됐지만 현재의 오스카 레이스의 흐름은 윤여정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그는 전미 비평가위원회부터 LA, 워싱턴 DC, 보스턴, 시애틀 등 각종 비평가협회, 영화제, 시상식에서 32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외신에서도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으로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은 정이삭 감독이 후보에 오른 각본상이다. 정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는데 이민 1세대의 좌절과 희망을 그린 이야기가 다민족 국가인 미국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반면 아카데미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은 수상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198관왕을 달성한 ‘노매드랜드’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연이 후보에 오른 남우주연상도 마찬가지다. ‘더 파더’에서 61년 배우 인생의 최고 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는 안소니 홉킨스나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스만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음악상 또한 ‘소울’의 벽이 높게 느껴진다.
물론 이는 다 예상일 뿐이다. 지난해 ‘기생충’에서 봤듯 아카데미 회원의 투표 향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