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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서 야외 방탈출 게임 어때?

동학농민운동 기리며 이색 전주여행 Go~ Go~

  • 국제신문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3-24 19:16:4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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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지와 방탈출 결합한 ‘나에게 온 꽃’
- 조선 소녀 ‘온’이 아버지의 흔적 찾아
- 스마트폰 들고 가상현실 오가는 게임

- 전라감영·풍남문 원도심 곳곳 산책하듯
- 현판·고지도 등 AR로 인식해 퀴즈 풀면
- 동학농민운동 등 숨어있는 역사도 배워

전북 전주 한옥마을 한가운데서 들꽃을 들고 있는 조선 소녀 ‘온’이 말을 걸어왔다. “울 아부지가 전주에서 서찰을 보낸 뒤 소식이 끊겼어야…. 이 들꽃이 시들기 전에 울 아부지 꼭 좀 찾게 도와줄 수 있겠니?”
   
전주성의 남문인 풍남문. 이 일대는 과거 전주성에서 가장 큰 장터가 섰던 곳이다.
조선시대에서 현대 전주 도심 한복판으로 타임슬립한 듯한 이 소녀는 아웃도어 미션게임 ‘나에게 온 꽃’의 주인공이다. ‘나에게 온 꽃’은 한국관광공사와 체험형 미션게임 플랫폼 리얼월드가 진행한 관광특화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관광지와 방탈출을 결합한 비대면 야외 게임으로, 1~4명이 즐기기에 알맞다. 온의 부탁을 수락하면 한 명의 나그네가 되어 스마트폰을 들고 전주에서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주어지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게임은 몰랐던 역사를 다시 비춰주고,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게임의 무대는 전주 완산구 일대. 만나는 모든 이는 가상인물이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1894년 이맘때 이곳에서 실제 일어난 일을 가리킨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풀이 과정은 최대한 줄인다.

단서 1. 전라감영에서 근무한 농민

   
전라감영에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초부터 1896년까지 지금의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제주도를 관할하던 감사(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행정 중심지다. 정문인 포정문, 감사의 집무실인 선화당, 주거공간인 연신당 등으로 이뤄졌으나 모두 소실됐다. 현재 전라감영은 옛 전북도청 건물을 철거해 2017년부터 복원, 지난해 개방했다. 해당 장소에 도착했다는 증거로 AR(증강현실) 인식을 활용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전라감영 내 현판을 비추자 한글 뜻풀이가 스크린에 떴다. AR 인식이 되지 않을 땐 주변 장소를 활용한 다른 퀴즈로 대신한다.

전라감영은 농민인 온의 아버지가 근무한 곳이다. 바쁜 관원에게 온이 아버지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는 농민이 전라감영에서 일했다는 데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또 다른 관원이 농민과 힘을 합쳐 일했던 평화로운 시절을 기억해 낸다.


단서 2. 백성이 기억하는 농민군

   
전북 완산경찰서 동쪽 벽면을 메운 ‘전주의 봄’ 타일 벽화.
전북 완산경찰서에서 만난 포졸은 온에게 아버지의 행방을 알려주는 조건으로 넌센스 문제를 냈다. 문제를 풀기 위해 경찰서 동쪽 벽면을 가득 메운 ‘전주의 봄’ 타일 벽화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전주의 봄’은 18세기 전주 고지도를 바탕으로 진달래 이팝나무 등이 만개한 가운데 전주천이 평화롭게 흐르는 풍경을 표현한 그림이다. 넌센스의 덫에 걸려 세 차례나 오답을 썼다. ‘포졸의 표정이 좋지 않은데…. 답이 아닌가 봐’라는 결과가 반복되자 초조해졌다. 야외 방탈출 게임에 점점 빠져들었다.

결국 포졸에게서 온의 아버지는 전주성 밖으로 끌려 나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전주성 남문인 풍남문으로 자리를 옮겨 온의 아버지를 수소문했다. 풍남문은 과거 전주성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 섰던 곳이다. 전주의 ‘아름다운 순례길 코스’ 안내도를 참고해 키트의 미로를 풀었더니 장터 사람들이 하나같이 “온의 아버지는 고마운 농민군”이라 알려준다.


단서 3. 동학농민운동에 참전

전주천이 흐르는 싸전다리 위에서 버들아씨를 만났다. 전주천은 완주군 슬치고개에서부터 전주 구도심을 지나 만경강으로 흐르는 하천이다. 싸전다리 옆 초록바위 부근에서 1866년 천주교인 박해가 있었고, 동학농민군 김개남 장군이 1894년 사형을 당했다.

버들아씨는 1894년에 일어난 일을 모두 지켜봤다고 한다. 1894년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해다. 탐관오리의 횡포에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봉기해 부정·부패 척결을 내건 농민 중심 혁명운동이었다. 전북 정읍 고부(1월 10일, 이하 음력 기준)에서 전봉준 김도삼 정익서 등의 주도로 처음 시작된 운동은 3월 20일 무장에서 전면적으로 확산돼 전국으로 번졌다. 추후 조선왕조 봉건 지배층의 무능과 일본의 침략 야욕 등에 부딪쳐 뜻을 이루진 못했으나, 농민이 직접 일으킨 사회개혁 운동과 자주적 국권 수호운동이라는 점에서 한국 근대화와 민족 민중운동의 근간으로 평가된다.

“아주 긴 얘기이고, 아주 짧은 얘기이다”며 어렵게 입을 연 버들아씨는 온에게 그해 벌어진 비극을 들려준다. 농사까지 포기한 채 죽기를 각오하고 나선 농민군 이야기(동학농민운동), 전주성 관원과 농민군이 폐정개혁안에 합의하고 화약을 맺은 이야기(전주화약·5월 7일), 동학농민운동을 반란이라 생각한 조정이 청나라와 일본군을 개입시켜 낫과 곡괭이뿐인 농민의 머리 위로 비처럼 대포를 쏟아부은 이야기(우금치전투·10월 23일~11월 14일)…. 슬피 우는 온의 눈물 속에서 아버지의 정체는 서서히 드러난다.


단서 4. 사람답게 사는 세상 찾아

곤지산 안내 비석과 키트 암호문을 조합해 마침내 온이 아버지의 흔적을 찾았다. 봄꽃이 만개한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마지막 관문이다. 게임은 동학농민군의 희생을 기리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전주동학농민운동 주요 전적지인 완산칠봉에 조성된 ‘이곳’에서 끝난다. 전주시는 2019년 이곳을 개관하고 동학농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일본군에 목이 잘린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가 125년 만에 영구 안장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아버지의 일기와 서찰을 읽은 소녀는 여행 내내 소중히 들고 있던 들꽃을 나에게 주었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새로운 세상이 꿈틀거리는 듯한 전주 시내가 펼쳐진다.


■ 야외 방탈출 게임 즐기려면

- ‘리얼월드’ 앱서 키트 출력
- 스마트폰·간편한 복장 필수

- 부산무대 ‘삼신할매 심술’도

   
전주 방탈출 게임 ‘나에게 온 꽃’ 키트.
전주 방탈출 게임을 즐기려면 ‘리얼월드’라는 앱을 내려받고, ‘나에게 온 꽃’ 게임 진행에 필요한 키트를 다운받아 출력해야 한다. A4 용지 2장 분량의 키트에는 알쏭달쏭한 암호문과 퍼즐 등이 인쇄됐다. 그림만 봐서는 답을 유추하기 힘들고, 모든 문제는 각각의 장소와 연계해 풀어야 한다. 문제의 난도는 높지 않고 정답의 감을 잡지 못할 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동거리는 총 1.6㎞ 남짓이지만 도중에 짧고 굵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해 편한 복장은 필수다.

리월월드에서는 ‘나에게 온 꽃’ 외에도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에 출품된 8가지 야외 방탈출 게임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남원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 고백’(최우수상)은 익숙한 ‘춘향전’을 재해석했다. 광한루원 일대의 팸플릿 지형지물 등을 자세히 관찰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인천 개항장이 무대인 ‘꼬마의 꿈’(우수상)은 할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상자를 열기 위해 1914년의 인천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일대를 모험하며 상자의 비밀번호를 얻는다. 개항 이후 화교들의 이주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

부산을 무대로 한 게임도 있다. ‘삼신할매의 심술’은 대대로 전해지는 전설을 직접 경험한 전직 깡깡이 아지매인 할머니가 이사를 준비하던 도중 사라진 이삿짐에 대한 이야기를 손녀에게 들려주며 시작된다. 영도를 떠나는 사람에게는 영도 삼신할매가 심술을 부린다는 설화와 관련된 이야기다. 이밖에 ‘집콕족’을 위한 모바일 전용 방탈출 게임도 유·무료로 즐길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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