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파이터’ 속 클로즈업, 그 강력한 한 방

  • 조휘재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1-03-24 19:45:5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윤재호 감독의 ‘파이터’(2020)는 클로즈업의 영화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클로즈업의 사용은 텔레비전 드라마 문법의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의 얼굴과 대사의 전달을 위해 남발되는 클로즈업은 드라마의 이야기를 운반하고 배우 외모의 근사함을 전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낭비되어왔다. 이 영화는 다르다. ‘잔 다르크의 수난’(1928)이나 ‘얼굴들’(1968)이 그랬던 것처럼, 연출의 명확한 의도 아래, 주제의 형상화를 위해 활용되는 클로즈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파이터’는 웅변한다.
   
영화 ‘파이터’ 스틸컷.
수직적 높이가 강조되는 1.85:1 화면비는 배우의 얼굴 클로즈업으로 프레임을 꽉 채우기 알맞다. 감독은 클로즈업의 전격적인 활용과 비율의 선택을 통해 가급적 비어있는 공간의 여백을 줄이고 관객의 시선을 배우의 얼굴에 맞추려 한다. 스크린의 좌우 시야각을 제한하는 이러한 프레이밍은 미세한 표정의 결을 두드러지게 하고 좀 더 인물의 감정에 집중케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파이터’에서 감독은 배우의 연기와 이를 통한 심리의 묘사로 극을 풀어가려는, 보다 직선적이고 투박해 보이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는 배경 미장센과 조명, 색채의 톤을 통합적으로 조율한 전작 ‘뷰티풀 데이즈’(2017)와 스스로 거리를 두려는 의식적인 자기 변신으로 보인다.

진아(임성미)는 남한 사회에 정착한지 겨우 5개월 남짓한 탈북자이다. 먼저 탈북한 어머니는 귀순해 새 가정을 꾸렸고, 뒤이어 남한으로 건너오려던 아버지는 중국 공안에게 붙잡힌 상태. 그가 만나는 대상은 일자리를 주선해준 브로커 아니면 스토커처럼 찾아와 치근덕거리는 부동산업자뿐이다. 믿고 의지할 일가족이 곁에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 카메라의 초점을 인물에 밀착시키는 촬영 방식은 영화의 이야기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진아의 얼굴로 화면을 채우고, 때론 여백이 있더라도 방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포착하는 등 좀처럼 진아 곁에 타인이 들어올 자리를 비워주지 않는 카메라는 탈북자로서 외부 환경과 고립되고 차단된 인물의 폐쇄적인 심리를 전달하는데 크게 주효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대담한 결정인 동시에 위험한 도전이다. 배우에 대한 감독의 전적인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전적으로 배우의 연기에 영화를 맡기는 만큼 이에 부응하는 배우의 역량이 맞물리지 않으면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임성미 배우는 이 부담스러운 과제를 거뜬히 감당해낸다. 오롯이 배우 한 사람의 힘으로 영화 전체를 거뜬히 지탱하고 끌고 가는, 근래 한국영화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연기의 순간이 이 영화에 있다.

   
복싱에 관심을 갖게 되고 주변과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진아를 둘러싼 영화의 프레임은 점점 확장된다. 다른 인물과의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투 앤드 쓰리 샷의 활용 빈도가 중반을 넘어서 확연히 늘어나고 종국엔 해변에서의 와이드숏으로 시원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진아는 더 이상 이질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이웃이 되었음을 영화는 암시한다. ‘히치하이커’(2016), 다큐멘터리 ‘마담 B’(2016)와 ‘뷰티풀 데이즈’로 분단 현실과 탈북민의 문제를 줄기차게 다루어왔던 윤재호의 작가주의는 여기서 완숙한 면모를 선보이며 필모그래피의 한 변곡점을 찍는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4. 4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5. 5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6. 6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7. 7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8. 8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9. 9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10. 10“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 1[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35.2%…민주 35.5%·국힘 41.3%
  2. 2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3. 3경남도 대변인 “박완수 지사 13시간 조사, 정치공세 대상 되면 안 돼”
  4. 4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5. 5[속보]국힘 주진우에 민주당 "인간 도리 저버린 막말" 사퇴촉구
  6. 6[속보]국감까지 간 '부캉이' … 여야 "상어 생태환경 연구확대 필요"
  7. 7이 대통령 "노동자에 중금속 배출주사 투약 엄중대처"
  8. 8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9. 9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北에 저자세 아니라 정자세”
  10. 10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집 값 띄우기?… 부산 아파트 매매 계약 해지율 5년 반 동안 6.16%
  5. 5"국세청 '부동산 자금출처 조사' 증가율, 서울 4%·지방 51%"
  6. 6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한 달 새 66명 늘어
  7. 7[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8. 8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9. 9“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10. 10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4. 4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5. 5“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영도서 40대 남성 흉기에 찔려 숨져…교도소서 만난 동거인 긴급체포
  9. 9노동자에게 비타민이라고 속이고 납 배출 촉진 주사 DN오토모티브 사태 일파만파(종합)
  10. 10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울주군, 삼남읍 교동리에 ‘울주실내테니스장’ 개장
  4. 4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5. 5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8. 8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9. 9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10. 10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