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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눈으로 즐기고, 설악산을 발로 느끼고

강원 고성·속초 일대 여행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1-04-14 20:07:1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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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DMZ 통일전망타워 서자
- 금단의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 왕곡마을선 북방식 한옥촌 만나
- 건봉사 ‘부처님 사리’ 모셔 유명
- 백섬 해상전망대 ‘신상 관광지’

- 인제 백담사 만해정신의 산실
- 설악산 트레킹 출렁다리 재미

우리나라 최북단 강원도 고성 DMZ(비무장지대) 통일전망타워에 서자 북녘땅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눈부신 하늘과 짙푸른 바다는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비췄다. 좌측 백두대간 너머로도 금강산이 새하얀 얼굴을 드러냈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이제는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발아래엔 2004년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개통했으나 지금은 그 누구도 오가지 못하는 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와 철도가 을씨년스럽게 누워 있다. 지난 5일 통일전망타워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던 나이 지긋한 노부부는 북받치는 감정 때문인지 잠시 촬영을 멈추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우리나라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 DMZ 통일전망타워에서 바라본 북녘땅. 해안가 너머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엔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해 개설됐으나 지금은 통행이 중단된 동해선 남북연결도로와 철도가 보인다.
■저 너머엔 금강산 해금강이

총 248㎞에 이르는 한반도 DMZ 중 고성 DMZ는 유일하게 동해 바다와 접해 장관을 이룬다. 해발 70m 고지에 조성된 통일전망타워에 서면 해안가 휴전선 철책 너머 금강산 구선봉과 해금강의 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선녀와 나무꾼’ 전설 속 호수인 구선봉 바로 앞 감호는 전망대 위치가 낮아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DMZ 일대 군사분계선과 초소는 남북한 관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고성 DMZ 통일전망타워에서 출발해 금강통문 등 남방한계선을 둘러보는 7.9㎞ 도보여행과 금강산전망대에 오르는 7.2㎞ 차량여행 코스는 돼지열병 등 감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현재 중단된 상태여서, DMZ를 좀 더 가까이서 자세하게 즐길 기회가 없어진 게 아쉽다.
   
100년 전통의 북방식 한옥촌인 고성군 왕곡마을은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DMZ 통일전망타워 입구 6·25전쟁의 참상이 기록된 전시관까지 구경한 뒤 차를 타고 남쪽으로 30여 분간 이동하면 100년 전통의 북방식 한옥마을인 ‘왕곡마을’에 이른다. 경북 경주 양동마을, 전남 낙안읍성민속마을과 같은 전통가옥촌이지만 가내 위치한 외양간, 발달한 뒷담 등 가옥의 구조가 남방과는 달라 이색적이다. 담이 집을 빙 둘러쳐진 게 아니라 집 뒤에만 설치됐는데, 뒤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을 막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또 북풍한설은 가축도 견디기 힘든 탓에 주방 옆 실내에 외양간이 자리하며, 소가 드나드는 출입문이 주방문 바로 옆에 있어 눈길을 끈다. 강한 바람 때문에 굴뚝이 지붕이 아닌 방바닥 부분 옆을 뚫고 나온 것도 독특하다. 왕곡마을은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조명한 영화 ‘동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영화는 이 마을 큰상나말집에서 촬영했는데, 이곳은 19세기 말 함배근 씨가 향목리(상나말)에서 시집온 아내와 살고자 본가로부터 분가해 지은 기와집이다. 만개했다 이미 시든 남쪽과 달리 벚꽃 매화 수선화 등이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왕곡마을에서 봄꽃을 잠시 즐긴 뒤 신라시대 지어진 천년고찰 금강산 건봉사로 이동했다.
   
고성군 건봉사 부처님 진신 치아사리탑.
■70년 전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한 봉우리인 건봉산, 그 자락에 있는 건봉사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대결 중 하나로 꼽히는 ‘건봉산지구 전투’가 치러졌던 전적지다. 고성군 거진읍 건봉산 일대는 국군·유엔군이 1951년 4월부터 1953년까지 7월까지 북한군과 16차례 공방전을 펼친 끝에 되찾은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으로 전쟁사에 기록됐다. 특히 이곳 건봉사에 인민군이 몰려들자 연합군은 폭탄을 투여, 사찰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신라 법흥왕 7년(520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이 천년고찰은 이처럼 6·25 때 불타 방치됐으나 1994년부터 지금까지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다. 건봉사에 오자 여행에 동행한 정식현(90) 옹이 한 마디를 건넸다. 그는 이 인근 소작봉에서 북한군과 맞서 싸운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정 옹은 “6·25 때 이 일대에서 싸우다가 포탄에 맞고 생긴 흉터가 아직도 또렷하다. 70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는데, 전쟁 때 기억이 생생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건봉사는 부처님의 진신 치아사리가 있는 적멸보궁으로도 유명하다. 신라시대 자장법사가 얻은 진신사리 100과를 전국 5대 적멸보궁(통도사 월정사 법흥사 정암사 봉정암)에 나눠 봉안했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통도사에 난입해 탈취해가자 전쟁 후 사명대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되찾아왔다. 사명대사는 재침탈을 우려해 통도사에 다시 모신 사리 외 12과를 나누어 이곳 건봉사에 모셨다. 건봉사는 현재 남은 8과를 보관 중이며, 사리탑 외에도 진신사리를 직접 볼 수 있는 친견장을 대웅전 옆에 개방한다.
   
고성군 백섬 해상전망대.
건봉사에서 차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거진항 백섬 해상전망대에 다다른다. 작년 10월 문을 연 ‘신상 관광지’인 이 전망대는 137m 길이로 백섬과 연결돼 거진항 일대의 잔잔한 돌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백섬은 갈매기 배설물로 하얗게 보인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전망대 꼭대기에 서면 투명한 바닥 아래로 매섭게 출렁이는 아찔한 바다를 볼 수 있다.

■만해사상 가득한 인제 백담사

   
양양군 내설악 주전골 트레킹 코스.
고성에서 미시령을 넘으면 바로 인제군이다. 인제군은 설악산 자락의 사찰 백담사로 유명하다.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이 출가한 사찰이자 만해정신의 산실이라는 성지이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엔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부인 이순자가 노태우 정권 시절 ‘5공 청산’의 일환으로 유배 생활을 했던 장소로 더 각인돼 있다. 1995년 전두환이 내란음모죄로 구속되자 이순자가 다시 백담사를 찾았는데 인제군 의원들이 “여긴 만해 한용운 선생이 머무른 곳이지 죄인의 은둔지가 아니니 나가 달라”고 쫓아낸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렇듯 지금의 백담사엔 전두환이 아닌 만해를 기억하는 흔적으로 가득하다. 사찰 오른쪽엔 만해 선생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어 그의 업적을 되새길 수 있다. 그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으로 해방에 평생을 바친 독립운동가로서도 충분히 기릴 만하지만,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등 날카롭고 위대한 시를 남긴 한국문학 사상 최고 문인 중 한 명으로도 경외할 만하다.

차량으로만 이동하는 여행이 물린다면 가벼운 설악산 트레킹에 나서도 된다. 한계령을 넘어 양양군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오색약수터까지 가는 주전골 3.2㎞는 내리막길에 평지가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설악산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도보로 편도 1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용소폭포 등 주변 풍광을 즐기면서 산책할 수 있다. 곳곳엔 출렁다리가 설치돼 트레킹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옛날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다 이곳 동굴에서 쇠붙이 두들기는 소리가 나 살펴봤는데, 위조엽전을 만드는 곳임을 확인하고선 동굴을 없애버렸다는 데서 주전(鑄錢)골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코스의 종착지인 오색약수터에서 목을 축인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의미의 오색약수는 약간 짭조름하고, 철분이 많아서인지 비릿한 쇠 냄새가 강하게 느껴진다.


# 부산 ~ 양양 하늘길 재개, 1시간이면 강원도 도착

- DMZ 전체 탐방 코스도

   
속초 피란민촌이었던 아바이마을과 속초관광시장을 연결하는 갯배.
지난 2일 티웨이항공이 부산~양양 노선을 재취항하면서 부산에서 강원도로 가는 길이 다시 가까워졌다. 매일 한 편씩 뜨는 비행기를 이용하면 한 시간 만에 강원도에 도착, 최북단 고성과 설악산 일대를 여행할 수 있다.

DMZ 전문 여행사인 새영남여행사(051-557-0133)는 고성 DMZ를 중심으로 속초 양양 인제 등 강원도 일대를 돌아보는 2박3일 상품을 내놓았다. 첫날 오전 강원도에 도착해 고성 통일전망타워에서 북한의 금강산과 해금강 비경을 관람한 뒤 북방식 한옥마을인 왕곡마을과 천년고찰 건봉사, 거진항에 설치된 백섬 해상전망대를 여행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호로 김일성과 이승만의 별장이 있는 화진포 일대는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감상한다. 이튿날은 인제군 용대리 내설악으로 이동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정신이 깃든 백담사를 둘러보고, 한계령을 넘어 주전골에서 오색약수터까지 트레킹한다. 다시 속초 시내로 나와 함경도 피란민들의 정착지인 아바이마을을 둘러본 뒤 갯배를 타고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이동해 먹거리를 즐긴다. 사흘째는 영랑호와 속초 외옹치해수욕장에 설치된 둘레길을 각각 짧게 걸은 뒤 공항으로 이동하는 코스다.

총길이 248㎞에 이르는 DMZ 전체를 다 둘러보고 싶다면 3박4일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고성에서 출발해 양구·화천·철원·포천과 파주 DMZ를 거쳐 강화도까지 동에서 서쪽 최북단을 가로지르는 여행이다. 이 코스는 출발 땐 부산~양양, 복편은 김포~부산 노선 항공기를 이용한다.

글·사진=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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