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각종 영화 시상식 및 북미 각 지역 비평가협회상에서 영화 ‘미나리’로 무려 35개의 여우조연상을 휩쓴 윤여정(사진)이 드디어 오스카라는 결말을 향하고 있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이 코앞인 오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열린다.
1980년대 초반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미나리’는 지금까지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105관왕을 차지해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감독상(정이삭 감독) 남우주연상(스티브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쟁쟁한 영화들과 경합을 벌인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듯이 ‘미나리’도 다관왕의 영예를 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되고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이 바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윤여정이 후보에 오른 여우조연상이다. 앞서 언급했듯 윤여정은 지난해부터 상을 휩쓸고 있고, 특히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과 11일,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미국 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영광을 안아 수상 전망이 밝아졌다.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하는 배우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즈,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다. 후보 모두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윤여정의 기세가 압도적이다.
만일 윤여정이 오스카 트로피를 안게 되면 한국 배우로는 첫 아카데미 수상이자 1957년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64년 만의 수상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아카데미 연기상의 경우 아시아계 배우에게는 높은 벽이었는데, 윤여정이 그것을 허무는 역사적인 수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윤여정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는데, 현재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다려지는 것은 윤여정의 수상소감이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특히나 고상하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인정받아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고 해서 큰 웃음을 주며 화제가 됐는데, 아카데미 무대에서는 어떤 수상소감으로 또 한 번 뒤통수를 치는 즐거움을 줄지 기대된다.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