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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개조한 법당서 주민 작품전…덕천동의 ‘풀뿌리 예술’ 실험

내달 1~2일 도심 속 행복선원서 행복네트워크 주최 문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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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색 지우고 마을축제로 승화
- 1층엔 추억과 사연 담긴 소품전
- 어르신들 자서전 제작해 전달도

목욕탕이었던 건물이 법당이 됐다. 그리고는 목욕탕처럼 인근 주민이 언제든 오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행복선원(부산 북구 덕천동) 윤광 스님은 이를 두고 “몸의 때를 씻던 곳이 마음의 때를 씻는 곳으로 바뀐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마음의 때를 씻을 수 있도록 주민이 참여하는 힐링 문화행사도 마련했다. 종교색은 최대한 지우고 주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윤광 스님은 “일회성에 그치는 행사가 아닌, 마을 주민과 추억을 쌓고 상생하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이 직접 만든 한지·목공예 등의 작품.
■종교 편견 없앤 힐링 전시

부산행복네트워크는 다음 달 1, 2일(오전 10시~오후 5시) 행복선원에서 ‘2021 다시 봄 그리고 치유’란 이름의 행복문화제를 개최한다. 부산행복네트워크는 무지개봉사단, 행복한 마을공동체,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부산친환경생활지원센터 등이 친환경 생활과 공동체 문화 등을 알리기 위해 힘을 모은 단체다. 윤광스님은 “종교를 떠나 마을 공동체 차원의 행사로 만들고 싶어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행복학교에서 제작한 특별한 자서전. 인근 마을주민 어르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 작품은 모두 주민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한지 목공예 작품은 전문가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꼼꼼하고 섬세한 데다 정감 있다. 금곡동 재개발지역에 버려진 나무로 만든 작품도 전시된다. 사찰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타로도 만날 수 있다.

윤광 스님은 “불교 문화제라는 편견을 주지 않으려 재미의 영역을 넓힌 것”이라고 웃음 지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1층에 마련된 ‘과거 성찰’이다. 윤광 스님은 이 공간을 위해 참여 주민에게 본인이나 자녀의 어릴 적 사진, 과거 일기장, 추억이 깃든 소품 등을 전시해달라고 부탁했다. 덕분에 빛바랜 충효일기와 성적표, 어버이날 아이가 고사리손으로 처음 쓴 편지 등 소중한 사연이 담긴 소품이 모였다. 윤광 스님은 “주민이 전시 소품을 추리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기뻐했다. 전시를 본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처럼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레드로 분노가 폭발하는 사회에서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의 추억이 깃든 소품도 함께 전시된다.
행복선원이 주최한 공동체 문화행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는 ‘힐링 앤 클린’ 행사를 열어 주민에게 친환경 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알렸다. 친환경 생활 체험 부스와 페이스페인팅 프로그램,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고, 참가자들이 만덕동 일대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도록 했다. 북구 주민의 반응은 뜨거웠다. 참가비 1만 원인 행사에 600여 명이 몰렸다. 윤광 스님은 “코로나19로 지난해와 올해는 개최하지 못했지만 추후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꿈꿔

   
부산 북구 덕천동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한 행복선원의 외관.
행복선원은 지난 1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목욕탕이었던 건물 외벽과 목욕탕 기둥 등은 최대한 살려 내부를 리모델링했다. 법당에는 좌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불자들을 위해 입식 대기석을 마련했고, 모일 곳이 마땅치 않은 다른 마을모임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공용주방도 만들었다.

윤광 스님은 “이곳에서는 수직이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문턱을 낮추고 인근 주민이면 누구나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행복선원 맞은편 ‘행복학교’는 행복선원이 이곳으로 이전하기 전부터 공동체 상생 문화를 위해 첫발을 디딘 곳이다. 앞서 행복학교는 마을 어르신을 위한 자서전을 제작해 전달했다. 살면서 가장 기뻤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느낀 감정 등 지난 삶을 회상할 수 있는 질문을 여러 개 만든 뒤 어르신에게 직접 대답을 듣고,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책을 만들었다. 자서전은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어르신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면 활동에 대한 제약이 줄어들면 언제든 재개할 준비를 마쳤다. 이 밖에 재활용이 가능한 옷을 리폼해 빌려주고 의상을 꾸며주는 ‘마을 스타일리스트’ 등 주민이 가깝고 쉽게 이용 가능한 활동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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