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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의 만리장성…허왕후가 향수병 달래며 거닐던 길

김해 분산성 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5-05 19:01:01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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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둘레 929m, 김해평야·시내 한눈에
- 가야시대 축조 추정하나 청동기 흔적도
- 조선시대 땐 왜적 대항 전진기지 역사
- 무너진 채 보존된 곳 세월의 숨결 느껴

- 인근 해은사 허왕후·수로왕 영정 봉안
- ‘왕후의 노을길’ 금릉팔경 풍광에 매료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한반도의 등뼈처럼 9개의 산이 이어진 1400㎞짜리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고 부른다. 백두대간의 종착지인 지리산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남강의 진주와 하동~사천~마산~창원으로 이어지는 옛 낙남정맥이 흐른다.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해 주요 하천의 경계를 나누는 산줄기로, 총 9개이다. 낙남정맥은 경남 김해 어방동 분산(높이 330m)에서 끝난다. 분산 정상부에는 띠를 두르듯 돌을 쌓아 올린 분산성(사적 제66호)이 있다. 이곳은 최근 ‘김해의 만리장성’으로 입소문이 났다. 수로왕의 아내인 허왕후가 고향 아유타국을 그리워하며 거닐었던 곳이기도 하다.
   
경남 김해 분산 정상부를 띠처럼 돌로 둘러 쌓은 분산성 전경. 총둘레 929m 중 30m가량은 무너진 모습 그대로 두고 나머지 구간은 모두 복원했다. 구불구불 산세를 휘감은 산성 너머 김해평야와 시가지가 펼쳐져 ‘김해 만리장성’으로 입소문이 났다.
■성벽 앞 드넓게 펼쳐진 김해 전경

분산성은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없다. 허왕후 전설이 깃든 해은사가 인근에 있어 가야시대부터 축조를 시작했다고 추정하지만,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 시대 흔적도 발견됐다. 고려와 조선시대, 그리고 최근까지 오랜 세월 여러 차례 증축과 복원을 거쳐 지금의 단정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총둘레 929m 중 서북 30m 구간은 무너진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역사의 숨결을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했다.

   
분산 정상에 있는 봉수대.
가야테마파크 매표소를 지나 산 쪽으로 더 들어가면 해은사와 천문대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해은사 방향이 분산성으로 가는 길이다. 5분 정도만 걸으면 차도는 산길로 바뀐다. 산길에서는 갈림길이 두세 번 나오는데 어느 길로 향해도 분산성으로 통한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내리막을 택하면 분산성 남암문이 있는 성 밖 산책로에서 가장 먼저 분산성을 마주한다.

높다란 성벽 앞으로 김해 시내가 훤히 드러난다. 밖에서 성안은 보이지 않는다.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성문을 지나야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성문을 통과하니 산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거대한 산성이 위용을 드러냈다. 모난 돌이 모여 곡선으로 산을 휘감은 모습이 중국의 만리장성을 연상케 한다. 산성 너머로는 김해평야와 낙동강, 시내가 드넓게 펼쳐졌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둬도 시야가 막히지 않아 요새에 들어와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성벽을 따라 산책하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김해 시민은 분산성을 만장대(萬丈臺)라고도 부른다.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이 왜적을 물리치는 전진기지로 ‘만 길이나 되는 높은 대’란 칭호를 내린 것에서 유래했다. 봉수대 인근 바위에서 ‘만장대’라고 새겨진 흥선대원군의 친필을 찾아볼 수 있다.

■‘왕후의 노을길’에서 사색의 시간

   
허리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는 남암문.
분산성 남쪽으로 올라가면 산꼭대기에 있는 봉수대로 갈 수 있다. 한 차례 가파른 계단을 오른 뒤 각각 봉수대와 해은사로 향하는 갈림길을 지나쳐야 하는데, 갈림길 한가운데 낙남정맥 종착점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해은사와 충의각을 만난다. 해은사는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온 허왕후와 그의 오빠 장유화상이 무사히 항해를 마치도록 도운 용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영정을 봉안한 대왕전이 있다. 충의각은 분산성의 수축 내력 등을 기록한 4개의 비석을 일컫는다. 분산성 보수를 허가한 흥선대원군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과 분산성을 보수한 고려 말 박위 장군의 업적 등이 기록됐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분산성 산책길.
봉수대로 오르기 직전 지나치는 일출·일몰 명소 ‘왕후의 노을길’에서 잠시 사색에 잠기는 걸 추천한다. 허왕후가 아유타국에서 건너온 바다가 훤히 보이는 이곳을 찾아 노을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가 깃든 길이다. 너른 김해평야와 도시 전체에 내려앉는 노을은 금릉팔경(김해의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꼽힌다. 비밀의 정원처럼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좁다란 숲길을 지나면 분산성과 김해 전경이 다시 펼쳐지는데, 동문에서 바라본 풍경보다 좀 더 아늑하고 몽환적이다. 왜군의 침입을 연기로 알리던 봉수대는 1999년 복원돼 분산성 반대편 김해 시내를 지켜보고 있다.


# 가야테마파크서 출발 추천, 인제대 앞 무료셔틀 이용을

■ 김해 분산성 가는 길

   
분산성을 보수한 사람의 업적 등을 기리는 충의각.
분산성은 분산스카이투어의 일부인 ‘가야하늘길’에 속해 있다. 분산스카이투어는 인제대학교 후문부터 수로왕비릉까지 이어진 5.2㎞ 코스다. 이 중 인제대 후문부터 가야테마파크까지는 ‘가야테마길’(1.2㎞), 가야테마파크~분산성~해은사~김해천문대 구간은 ‘가야하늘길’(2㎞), 천문대에서 수로왕비릉까지는 ‘가야분산길’(2㎞)로 각각 구분한다. 동서남북 어디서든 입산 가능한 분산 입구에서 정상까지 등산해도 좋다.

산책 수준으로 분산성을 걷고 싶다면 가야테마파크에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가야테마파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테마파크 매표소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다. 셔틀버스는 부산김해경전철 인제대역 1번 출구와 인제대 정문 등에서 평일 5회, 주말·공휴일 7회 운영된다. 승차는 무료지만, 테마파크에서 출발할 때는 테마파크 이용객만 탑승할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테마파크 주차장 또는 해은사 주차장까지 올라오면 걷는 거리를 줄일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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