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의 봄이 우리 곁을 서서히 떠나려고 하건만 바다의 봄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벌써 5월의 절반이 지났으나 먼바다의 바람과 파도는 겨울처럼 매섭다. 그러나 바다에도 서서히 봄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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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권 먼바다에서만 잡히는 홍감펭. |
음력 2월이 지나면 부산에 있는 대부분의 외줄낚싯배는 심해외줄낚시를 나가기 시작한다. 작년부터는 법이 바뀌어 전국의 낚시 어선은 연안 22㎞(12마일) 이상 먼 거리 출조를 나가지 못한다. 법이 바뀌기 전 부산 외줄낚싯배들은 육지에서 50~60마일 떨어진 먼 거리로 심해외줄낚시 출조를 했었다. 당시에는 부산에서 40~60마일 거리에 있는 이른바 6광구 쪽이나 대마도권이라고 불리는 먼바다까지 출조가 가능했다. 희귀어인 참우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 먼바다에서만 낚였다. 그런데 법이 바뀌고 난 이후에는 그림의 떡이 돼버렸다. 그래서 부산의 외줄낚싯배들은 12마일 이내에서 잡을 수 있는 홍감펭 낚시를 나가게 됐다.
홍감펭은 3~6월 부산권 먼바다에서만 잡히는 심해 물고기다. 남해 동부 수심 수백 m의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수심 100~150m로 올라온다. 3~6월이 지나면 흔적을 감춘다. 맛과 향이 무척 뛰어나 서울 등지에서는 차원이 다른 물고기로 설명되기도 한다. 희귀어인 홍감펭을 낚으려면 부산으로 와야만 한다. 낚시 어선들이 출조해서 잡은 고기로만 맛볼 수 있다 보니 많은 돈을 줘도 쉽게 사 먹을 수가 없다. 홍감펭의 맛과 향을 아는 사람들은 해마다 이맘때 전국에서 부산으로 외줄낚시 출조를 하러 올 수밖에 없다.
홍감펭 외줄낚시는 수심 100~150m에서 이뤄진다. 철저하게 바닥에 서식하는 물고기라 바닥 수심을 공략해야만 잡을 수 있다. 먼바다는 항상 바람이 불고 파도나 너울이 높기 때문에 꾼들의 채비가 바닥에 뜨는 경우가 많다. 채비가 바닥에 뜨면 홍감펭은 입질하지 않는다. 이들이 서식하는 곳은 편평한 암반 지대다. 전국에서 이같이 암반으로 해저지형이 형성된 곳은 부산 먼바다뿐이다. 예전부터 어부들은 이 바닥 지형을 ‘구들돌’이라고 불렀다. 한옥의 구들처럼 편평해서다. 이 지형에서 낚시하면 채비가 바닥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다.
미끼는 주로 미꾸라지를 쓴다. 간혹 오징어채나 청갯지렁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미꾸라지가 가장 좋다. 수심이 깊은 만큼 봉돌은 150호 정도를 사용하면 좋다. 전동릴은 필수이며, 합사 6~8호를 200m 정도 감아서 사용한다. 부산권 외줄낚싯배들은 보통 아침 해가 뜨기 전 출항해서 오후 2~4시에 입항한다. 점심 식사와 물, 음료수, 봉돌, 미끼는 배에서 제공한다.
바다의 봄과 함께 시작된 홍감펭 낚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부산권 먼바다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홍감펭은 맛과 향이 일품이기도 하지만, 잊지 못할 묵직한 손맛 또한 뒤따른다. 이 봄이 가기 전에 홍감펭을 만나볼 것을 권해드린다. 박춘식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