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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따라 야생화…섬진강 줄기 따라 대나무…천은사 산문 따라 상생길

전남 구례 초여름 문턱 신록 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5-19 19:07:0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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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은사 탐방로 3.3㎞ ‘상생의 길’
- 32년 입장료 갈등 해결 후 조성
- 저수지·소나무 숲길·수홍루 품어

- 100여종 식재된 야생화테마랜드
- 마가렛 군락 등 지천으로 피어나
- 집라인·모노레일 설치 공사 한창

- 700m 남짓 섬진강대나무숲길
- 일제 때 무리한 사금 채취 영향
- 황폐해진 모래밭 지키려 조성돼
야생화테마랜드 초입에 만개한 마가렛 군락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대에는 100여 종의 야생화가 사계절 피고 진다.
섬진강이 아늑하게 휘감은 전남 구례를 지난 14일 찾았다. 보통 남도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찾아온 봄을 느끼기 위해 꽃 여행으로 많이 떠난다. 산수유가 흐드러진 이른 봄이 아니어도 구례에는 사계절 자연과 공존하는 특별한 볼거리가 많다.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의 길로 거듭난 천은사, 지리산 야생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야생화테마랜드, 섬진강 줄기 따라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섬진강대나무숲까지. 초여름의 문턱, 섬진강을 비추는 햇살처럼 눈부신 구례의 신록을 만끽했다.

■상생의 상징 ‘천은사 탐방로’

지난 3월 천은사(광의면)는 산문에 있는 탐방로 정비를 끝내고 준공식을 개최한 뒤 일반에 완전 개방했다. 2019년 철거된 매표소 자리부터 천은저수지를 끼고 천은사로 이어지는 총길이 3.3㎞의 순환형 힐링 산책로다. 산책로는 나무 덱으로 조성돼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소나무 아래 고요한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마련됐고, 무료 주차장 인근에는 ‘카페 천은사에서’ 등이 있어 사찰을 방문한 후 전통차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천은사 산문부터 시작하는 산책로의 이름은 ‘상생의 길’이다. 이 산책로에는 특별한 탄생 비화가 있다. 본래 천은사가 있는 861번 지방도로를 지나려면 1인당 문화재 구역 입장료로 1600원을 내야 했다. 이곳 도로는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이다. 사찰은 이 도로를 오가는 차량이 경내를 통과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아야 했다. 천은사를 방문하지 않고 도로만 이용하는 방문객들은 ‘부당한 통행료’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해묵은 갈등은 무려 32년 만에 매표소 철거(2019년)로 해결됐다. 천은사는 환경부 문화재청 전라남도 구례군 등 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방문객을 위한 산책로 조성에 나섰다. 입장료 폐지 이후 천은사와 산책로를 찾는 사람은 급증했다. 이곳 산책로는 지역사회 협력 모델로도 상징적 가치를 지닌다.

무지개를 드리운 누각이란 뜻의 천은사 ‘수홍루’. 천은저수지에 물그림자가 투영된 운치 있는 분위기 덕분에 천은사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산책로는 크게 두 구간으로 나뉜다. 어느 쪽으로 향해도 천은사를 방문한 후 되돌아 나올 수 있다. 상생의 길은 수홍루까지 700m 이어지는 무장애 탐방로다. 상생의 길을 지나쳐 안쪽으로 직진하면 소나무 숲길이다. 보통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만나는 사찰과 달리 고요한 저수지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어 색다르다. 소나무 숲길에는 이따금 계단이 나오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이어져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완주가 가능하다.

산책로가 끝나고 천은사에 당도할 무렵 ‘수홍루’가 물길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지개를 드리운 누각’이란 뜻이다. 나무에 둘러싸인 무지개다리 위 2층 누각이 저수지에 고스란히 투영돼 사진 찍기에 특히 좋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방영되며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곳을 통과하면 천은사 천왕문으로 향한다.

■야생화·대나무 어우러진 산책길도

수변 산책로가 조성된 천은저수지.
야생화테마랜드(광의면)는 지리산권역에 피는 100여 종의 야생화를 24만 ㎡에 심어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구례에는 지리산 자락을 따라 지천으로 야생화가 핀다. 이를 활용해 테마랜드는 음악분수와 어린이놀이터 소나무자연림 수생생태원 등을 조성해 볼거리를 늘렸다. 테마랜드는 지리산자생식물원과 구례생태숲 등과 이어진다. 전라남도에 따르면 남도 최대 산림 복합 휴양공간으로, 모두 ‘지리산 정원’의 일부다. 현재 테마랜드에는 집라인과 모노레일 설치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입구부터 하얗게 만개한 마가렛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손짓했다. 연못 곁에서 군락을 이룬 마가렛 너머 섬진강이 끼고 도는 광의면의 평화로운 풍경도 함께 펼쳐졌다. 야생화 풍경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지리산에서만 자라는 낙엽관목 ‘히어리’ 같은 한국 특산종도 직접 볼 수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오는 9월까지 구만제에서 지리산정원으로 가는 구간은 도로 확장공사로 출입이 통제됐다. 테마랜드를 방문하려면 광의면 온당리(예술인마을~생태숲 입구) 방면에서 진입해야 한다.

섬진강대나무숲길 전경.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 좋은 숲길 옆으로 섬진강이 흐르고, 멀리 지리산 노고단과 사성암도 볼 수 있다.
구례읍에 있는 섬진강대나무숲길은 700m 남짓 길이의 짧은 숲길이다. 대숲 입구에는 이곳이 생겨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뒀다. 요약하면 일제강점기 일본의 무리한 사금 채취로 황폐해진 섬진강 모래밭을 지키기 위해 대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이곳이 특별한 건 섬진강 변을 따라 빼곡히 뻗은 대나무 숲의 운치 있는 풍경 덕이다. 천천히 걸어도 왕복 30분 정도면 충분한데, 보이는 풍경은 좀 더 특별하다. 봄이 되면 노란 야생화인 갓꽃이 만개해 푸른 대숲과 어우러지고, 멀리 지리산 노고단과 사성암도 조망할 수 있다. 사성암은 신라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도선국사, 고려의 진각국사 등 4명의 고승이 수행한 곳이다. 지난해 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고 축사가 침수되자 소 10여 마리가 사성암 대웅전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일화가 유명하다. 해발 531m의 사성암까지 소 떼가 어떻게 올라갔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이 일화 이후 사성암을 찾는 사람이 더 늘었다고 하니 숲길을 걷고 방문해도 좋다. 대숲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호젓한 산책이 가능해 반려견과 함께 오는 사람이 많았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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