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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물길 여정에 ‘비밀의 숲’…여기 모네 그림 속 아닌가요?

경북 안동 물길 여행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5-26 19:22:22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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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끼마을’ 한옥·근현대 건물 조화
- ‘맷돌커피’ 바리스타 체험 해볼 만
- 트릭아트 골목·선성현 관아 눈길
- 선성수상길 1㎞ 남짓 이어진 부교

- ‘낙강 물길공원’ 한국의 지베르니
- 폭포, 분수 … 자연과 인공 하모니

1976년 낙동강 물길을 막고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안동댐을 준공했다. 댐을 공업 도시 조성의 초석이자 경제 발전의 상징으로 삼는 대신 인근 9개 마을을 삼키는 대가를 치렀다. 문화재는 뿌리를 옮겼고, 수몰민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중 예안마을 주민 대부분은 고향을 멀리 떠나지 않고 인근 산언덕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곳이 도산면 서부리다. 안동호를 발치에 둔 이 지역 사람들은 지금도 서부리를 예안이라고 부른다. 예안은 2018년 ‘예끼마을’이란 새 이름을 얻고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아랫사람에게 화낼 때 쓰는 ‘예끼’에서 따온 말이 아니다.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마을 아래에는 예안의 옛 이름을 딴 선성현문화단지와 그 상징인 선성수상길이 이어진다. 지난 21일 잔잔한 호수 위로 역사와 문화 예술이 흐르는 예끼마을을 찾았다. 한국의 지베르니로 SNS에서 입소문 난 ‘낙강 물길공원’도 방문했다.
   
경북 안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낙강 물길공원’. 화가 클로드 모네가 한눈에 반했다는 프랑스의 지베르니와 분위기가 비슷해 ‘한국의 지베르니’ ‘안동 비밀의 숲’으로도 불린다.
■맷돌커피 마시고 수상 산책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예끼마을 상징 조형물을 지나면 1907년 세워진 예안교회를 시작으로 과거 면사무소였던 근민당 미술갤러리, 트릭아트 골목, 예안이발관, 맹개 술도가, 참주원 양조장 등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건물이 이어진다. 한옥과 1980·90년대 건설된 옛 건물의 조화가 독특하다. 특히 트릭아트 골목은 푸른 강물이 골목 바닥과 담벼락에 굽이치듯 가득 그려져 작은 계곡을 연상케 할 만큼 청량하다.

   
예끼마을 명물인 맷돌커피.
예끼마을 방문객들은 이곳 명물 ‘맷돌커피’를 함께 찾는다. 마을 ‘장부당 카페’의 대표 메뉴다. 원두를 맷돌에 갈아 커피를 내려주는데, 소비자가 직접 맷돌을 돌려볼 수 있다. 카페는 근민당 갤러리 옆에 있다. 한옥 외관의 카페로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 향이 번졌다. 계산대 한쪽에 현대적 디자인의 맷돌이 눈에 들어왔다. 예술가가 특별 제작한 맷돌이다. 여기에 원두를 넣고 10~20차례 돌리면 고운 커피 가루가 된다. 처음 두세 번만 힘을 줘 돌리면 뻑뻑했던 맷돌이 부드러워져 이후부턴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를 뚫고 커피 향이 번질 무렵 맷돌 체험이 끝났다. 커피 특유의 쓴맛이 덜하고 맛과 향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예끼마을 아래로 내려오면 선성현문화단지다. 선성은 조선 시대 예안의 이름이다. 문화단지는 선성현 관아의 옛 모습을 재현했다. 선성선착장이 있던 곳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 선성공원으로 조성했다. 이곳은 총 9개로 나눠진 안동 선비길의 제1코스인 선성현길의 일부다. 총길이 13.7㎞인 선성현길은 오천유적지~선성현문화단지~월천서당을 걸으며 도산구곡 중 첫 번째 물굽이인 운암곡 주변을 돌아보는 길이다. 선성현길은 안동호 한가운데 물길 위를 걷는 선성수상길이 유명하다.

선성수상길은 선성현문화단지에서 호반자연휴양림까지 1㎞ 남짓 이어지는 수상 부교다. 안동호의 수위에 따라 부교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문화단지 주차장에서 보면 드넓은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수상길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수상길을 걷다가 호수 중앙에서 옛 예안국민학교에 대한 기록을 마주했다. 댐이 건설되기 전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자리란 뜻이다. 예안국민학교는 수몰 후 자리를 옮겼지만 학생이 없어 결국 폐교됐다. 물이 차오르기 전, 학교를 뛰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안동호에 겹쳐졌다.

   
낙강 물길공원 분수.
■‘낙강 물길공원’서 인생샷

안동에서 피크닉할 계획이 있다면 낙강 물길공원(상아동)이 제격이다. 안동댐 인근 월영교를 지나면 나오는 곳이다. 총면적 2만6000㎡의 근린공원인 이곳은 ‘한국의 지베르니’ ‘안동 비밀의 숲’으로 불리며 단숨에 안동 핫플레이스가 됐다. 화가 클로드 모네가 풍경에 반해 여생의 절반을 보낸 아름다운 마을이 프랑스 지베르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 외에는 정원 가꾸기에 열중한 모네의 정원처럼 공원은 마치 명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다.
   
예끼마을 트릭아트 골목.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 등에 가려 공원 입구에서는 안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요한 댐을 뒤로하고 수직 하강 중인 시원한 폭포 소리를 따라 공원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날 안동은 종일 흐린 날씨였는데도 공원 내부는 푸르고 선명한 빛을 발산했다. 잔디 위에서 테니스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도 평화로웠다. 공원 안쪽에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그곳이 물길공원의 포토존이다.
   
안동호 한가운데를 걷는 선비길 제1코스 일부인 선성수상길.
잔디를 지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지베르니에 가보지 않은 사람도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법한 풍경이 하나둘 눈앞에 펼쳐졌다. 연못은 떨어진 꽃잎과 나뭇잎을 유유히 흘려보냈고, 작은 분수대 너머 징검다리 주위로는 알록달록한 꽃길이 이어졌다. 폭포와 분수, 자연과 인공의 소리마저 하모니처럼 청각을 자극했다.

연못을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나 징검다리에 서면 공원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최근 방문객이 많아 이곳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기 예사다. 인생샷을 남기고 싶다면 어두운 색상보다는 선명하고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가자. 명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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