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한 편의 공포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한국 공포 영화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학원 공포물의 아이콘인 ‘여고괴담’(박기형 감독)이 그 주인공으로 당시 입시 경쟁, 교내 왕따, 교사들의 부조리 등의 문제를 공포물로 녹여내 호평받았다. 최강희가 복도에서 점프 컷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다음 해 겨울에 개봉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전편과 전혀 다른 이야기와 기획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2009년까지 총 5편이 제작됐다. 그리고 5편 이후 12년 만에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이하 ‘여고괴담6’·사진)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봉 당시 여고괴담은 코미디와 멜로 장르가 중심이었던 당시 영화계에 공포 영화도 흥행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공포 영화 붐을 일으키는 불씨가 됐다. 일본 영화 ‘링’과 할리우드 영화 ‘스크림’ 등이 다음 해인 1999년에 개봉하면서 공포 영화가 주류로 편입됐다. 이후 여고괴담을 연출한 박기형 감독의 ‘비밀’, ‘아카시아’, 안병기 감독의 ‘가위’ ‘폰’, 그리고 일본의 심리 공포 영화, 할리우드의 청춘 공포 영화가 2000년대 초반 인기를 얻었다.
여고괴담은 학원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입시 경쟁으로 내몰린 10대들의 삭막한 분위기나 왕따 문제, 교사들의 성추행과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표현되면서 신문 사회면에도 오르내렸다. 특히 “내가 아직도 네 친구로 보이니?”라는 대사는 당시 고3의 입장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아직도 가끔 인용된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또한 신인 여배우들의 등용문이 됐다. 최강희 김규리(여고괴담), 박예진 공효진 이영진(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송지효 박한별 조안(여고괴담3-여우계단),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김서형(여고괴담4-목소리), 오연서 손은서(여고괴담5) 등은 출연 당시 신인급 배우였으며, 이 시리즈 출연 이후 스타로 성장했다. 여고괴담 시리즈에 신인 여배우가 캐스팅된 이유는 학원 공포물 특성상 학생 역할을 할 수 있으면서 얼굴이 덜 알려진 배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봉을 앞둔 여고괴담6은 과거의 기억을 잃고 모교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만나 교내 폐쇄된 장소의 비밀을 마주하면서 충격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영화제작사 씨네2000의 고(故) 이춘연 대표가 마지막으로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다. 생전에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나는 가늘고 길게 영화할 거다”고 하던 그의 목소리가 영화를 보면 떠오를 듯하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