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드 인 루프탑’ 23일 개봉
- ‘자이언트 펭TV’ 염문경 각본
- 취준생·BJ 등 20대가 주인공
- “청년 일상·사랑 경쾌하게 담아”
영화 ‘와니와 준하’ ‘조선명탐정’ 시리즈,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악질경찰’ 등을 제작했고, ‘친구사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퀴어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해온 김조광수 감독이 8년 만에 새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개봉 23일)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번 영화는 ‘자이언트 펭TV’의 메인 작가인 염문경 작가가 각본을 맡아 20, 30대의 트렌디한 감성을 보탰다.
| |  |
| 90년대생 게이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퀴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을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김조 감독은 “영화도 안 찍는데 주변에서 ‘감독님’이라고 부르면 자괴감이 들기도 했는데, 새로운 영화를 내놓으니 덜 쑥스럽게 됐다”며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는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염 작가는 제가 제작한 ‘악질경찰’을 만들 때 배우로 만났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가 좋아하는 ‘펭수TV’의 작가를 하고 있더라. 마침 90년대생에 가까운 작가를 찾고 있었는데 그가 89년생이라 함께 하자고 했다”고 염 작가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동거하던 남자 정민(강정우)과 이별한 하늘(이홍내), 그리고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남자 민호(곽민규)와 썸을 타기 시작한 BJ 봉식(정휘)이 각자의 방식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다룬 ‘김조광수 표’ 로맨틱 코미디다. 김조 감독은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본 90년대생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잘 봤는데 과거 세대 게이들의 이야기 같다’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 그들은 10대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끝냈기 때문에 20대 때는 정체성 문제가 자신들을 무겁게 짓누르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90년대생 동성애자 이야기를 하면 커밍아웃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면서 좀 더 로맨틱 코미디적인,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0년대생 동성애자들은 실제로 이성애자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에서 하늘이와 봉식이가 취준생과 BJ로 그려지는 것은 현재 평범한 20대 청년의 현실을 반영한 설정이다.
| |  |
| 이별 1일 차 하늘과, 썸 1일 차 봉식이 각자의 방식대로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퀴어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엣나인필름 제공 |
또 공원 벤치나 도로에서 동성 커플의 가벼운 스킨십이 그려지는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김조 감독은 “90년대생 게이의 특징은 그 정도는 거리낌이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원에서 봉식과 민호의 키스 신을 촬영했는데, 당시 꼬마들이 보고 ‘저 사람들 뽀뽀해’하며 키스 신을 촬영한다고 재미있어하더라. 아이들 부모도 ‘영화를 찍는구나’하면서 지나가더라. 누구 하나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하지 않더라”는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어 “2009년 ‘친구 사이?’는 광화문에서 키스 신 촬영을 했는데 당시 공공장소에서 남자들끼리 키스한다고 누군가 신고를 해서 경찰이 오고 그랬다. 그런데 이제 그 정도는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2009년과 2021년의 차이인 듯하다”며 동성애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변화를 언급했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는 동성 커플이 등장하지만 이성 커플과 같은 사랑싸움과 밀당, 연애 이야기가 경쾌하게 그려진다. 김조 감독은 “일반 로코물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연출했다. 단지 캐릭터가 동성애자일 뿐이다. 표현 수위도 내 기존 영화보다 낮췄으니 내 주변 커플들에게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즐겨주시면 좋겠다”는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메이드 인 루프탑’은 선입견만 벗는다면 빛나는 20대 청춘의 연애담을 그린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